1.''''“네! 감사합니다. 성진입니다.”'“저…… 혹시 김영민 씨라고 있나요?”'조심스러운 여자 목소리에 지은이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잠깐만요.”'전화를 영민이 있는 개발실로 돌려준 지은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다현에게 호들갑을 떨었다.'“언니! 지금 이게 누구 찾는 전환 줄 알아요? 영민 씨 찾는 여자 전화야.”'“그래?”'대학을 졸업한 영민이 중소기업인 성진전자 개발실에 입사한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여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단 한통도 없었다. 대학 때부터 3년이나 만나온 여자 친구가 있다고 했지만 영민이 여자 친구이야기를 하거나 통화하는 일은 없었다. 하다못해 남자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는 많이 했지만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었다. '오늘 아침, 다현과 지은은 애인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영민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이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자로부터 영민을 찾는 전화가 왔다. '영민이 듣기라도 할 새라 지은이 목소리를 죽여 조그맣게 속삭였다.'“지금 이 여자가 애인일까요? 좀 조심스러워 하는 목소리던데……. 영민 씨가 여자 친구한테 낮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여자가 없는 걸까요?”'“네가 직접 가서 한번 물어보면 안 될까?”'지은이 다현의 말에 정색을 했다.'“언니가 물어봐요. 나보다 언니랑 더 친하잖아요.”'“나랑 친하긴 뭐가? 애인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다.”'지은이 정색을 하는 다현에게 의심에 눈초리를 보냈다.'‘내가 볼 때는 언니가 더 영민 씨 애인 같아 보이니까 하는 소리죠. 혹시 언니가 숨겨둔 애인 아닐까?’'다현이 지은의 시선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아니에요. 아무것도. 일이나 해요.”'지은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자신이 들여다보던 서류에 시선을 보내고, 다현 또한 개발실로 시선을 보내다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그것도 사무실로.]'“미안한테 오늘 만나기로 한 걸 취소해야 될 것 같아서.”'[알겠다!]'자신의 말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말하는 영민으로 인해 당황하는 소라였다. 회사에 취직한 이후로 자꾸 소홀해지는 것 같아서 속이 탔다. 혹 회사에 있는 여자들이 영민을 꼬드겨 다른 마음이라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래서 영민의 회사로 전화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영민에게 약속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영민은 소라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내오고 있었다.'‘아무래도 애정이 식은 것 같아. 설마, 같은 회사에 있는 여자들 중에 한명이 꼬리를 친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