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 ……서연우?”'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는가라는 생각에 부엌 쪽 시계를 보니 아직은 좀 이른 시간임을 확인한 연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시간에 그가 왜 왔지?'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연우는 황급히 손을 빼 대충 손의 물기를 닦아내고는 몸을 틀어 수호가 있는 곳으로 나가려 했다.'수호는 연우의 팔등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드문드문 핏빛이 보이는 것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뭐야? 데인 거야?”'“아…… 괜찮습니다. 별거 아닙니다.”'“별거 아니긴.”'수호는 연우의 다친 팔을 잡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에 대한 생각 때문에 폭발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그였기에 잡고 있는 손을 달달 떨며 지금도 안쓰럽다 미칠 지경인 얼굴을 하고 있다. 컴퓨터에 관련된 것이라면 눈 감고도 알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 줄도 모르면서, 어쩌면 방법을 모르는 그였기에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단 한 가지, 누군가가 아프면 가슴으로 안는 것, 아주 어릴 때 집에 기르던 강아지가 아팠을 때처럼. 그는 그녀를 제 품으로 끌어다 가슴으로 안았다. '“이 바보 같은 여자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당신 바보야? 당신 바보냐고?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뭔 줄 알아? 웃는 것이 아니라 우는 거라고.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가정 먼저 배우는 우는 거. 우는 걸 먼저 해야 비로소 사람이 되는 거라고, 이 여자야! 그런데 너란 여잔 왜 안 우는 건데. 왜 울지 않는 건데. 아프면 울어야지. 손가락에 가시만 박혀도 아픈 법이다. 그게 사람 몸인 거라고…… 이렇게 상처가 났는데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어. 어떻게…… 도대체.”'얼떨결에 안겨 놀라는 연우였지만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그가 안고 있는데도 그를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 '연우의 가슴으로 그의 쿵덕거림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것이 노랫가락인지 일정한 리듬을 타고 그의 심장 소리가 몸 안으로 새겨들었다. 그의 물기가 섞인 촉촉한 목소리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훠이훠이 자유로이 날던 매 한 마리가 주인의 휘파람 소리에 사뿐히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선 것처럼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그것의 6개의 발톱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이것보다 더 크게 자기 몸이 칼에 베인 때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사람이 그것보다 훨씬 작은 다른 이의 상처에 애가 닳아 했다. 제 사방 접근을 막으려 으르렁 맹수의 기세를 떨치던 그가 그보다 아주 작은 하찮은 짐승을 보듬었다. '이 사람! 처음부터 맹수는 아니었다. 그보다 큰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제 작은 몸집을 부풀리고, 그리 부풀린 몸으로 저보다 더 큰 몸체를 입 안으로 삼키니 작은 몸에 잡아먹힌 큰 짐승들의 독이 올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이 한 번, 두 번, 여러 번, 이젠 그 독이 면역이 되어 그의 부풀린 몸체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연우는 안겨 있는 수호의 품에서 그가 말을 하듯 줄줄줄 읽어냈다. 서서히 아파왔다. 그 일이 있은 후 수현이 다음으로 처음이었다. 상처가 아픈 게 아니었다. 그의 몸이 너무 아파서, 제 상처를 보고 내뱉는 그의 말이, 그의 목소리가 너무 아파서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연우의 온몸이 떨리고 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는지 어쩌지 못하고 있던 양팔을 벌린 손바닥만 오물조물 거렸다. '“사……사장님! 놓아……주세요.”'그녀에 대한 걱정만으로 한껏 자신의 기분에 취해 있던 수호의 귀에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를 안았다는 것을 그제야 느꼈던지 그녀의 양어깨에 손을 올려 황급히 가슴에서 떼어냈다. 온몸이 달아오르고 마른침만 꼴깍꼴깍 말이라도 해서 핑계라도 대야 할 텐데 입 밖으로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도 방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수호는 지금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여자의 상처를 보듬는 것도,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여자와 관계된 일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 뿐이었다.'“아!…… 몸에 손대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불가항력, 사람이 다친 거다. 그러니까 따라와.”'“네?”'“따라와, 그냥 그대로.”'연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심장위에 바슬바슬 떨리는 제 가는 손가락을 얹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