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의 생각 - ‘결혼? 인생을 사는 다수의 선택일 뿐이지 필수사항은 아니라고 보는데?’''''결혼 일주일 전''“우린 결혼해선 안 되는 사람들이었던 거야. 딸꾹! 그냥 쭈욱 화끈하게 연애만 했다면 내 가슴도 그놈 호적도 멀쩡했을 텐데 말이지.”'하필이면 내가 누군지 어느 집 딸인지 다 아는 동네 호프집으로 불러내 술이 물 인양 마셔대더니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대책 없는 이 친구는 3년의 불타는 연애 끝에 화동을 앞세워 꽃비까지 뿌려가며 결혼했었다. '퇴근시간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날 잡았다고 따로 연락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무척 반가웠는데 미처 내 결혼식 얘기를 꺼내 놓기도 전에 1년을 채우지 못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끝내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왜! 저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날 보고만 참으라는 거야! 시댁에서 나 억울한 소리 듣는 건 당연하고 울 아버지가 훈계 한번 했다고 말도 끝나기 전에 자릴 박차고 나가? 나쁜 놈. 첨에 딸꾹! 울 아버지가 말릴 때 다시 생각해 보는 건데. 으흐흐흑.”'공무원인 희숙의 아버지는 그녀의 남편을 싫어했다. 재벌가의 곁가지로 준 재벌급에 속하는 빵빵한 배경에 너무 잘난 인물을 가진 사내는 암만 봐도 자신의 딸이 겪어내기에 벅찬 상대라 하였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부족한 것 없이 고이 키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었지만 희숙의 작은 그릇을 알기에 결혼을 끝까지 반대했었다.'사랑에 눈멀고 귀도 멀어버린 희숙은 양쪽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이라는 현실에 몸을 던졌고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던지자마자 무참히 깨졌다. 시댁의 업신여김, 늘 바쁜 남편, 이간질의 명수 시누이들을 모두 참아 주었건만 파리에서 귀국한 첫사랑과 바람피우고 그것도 이해 못하냐며 쿨 하게 처신 못 한다 큰소리치는 남편은 도저히 못 참아내겠더란다. '그길로 친정에 와버렸는데 사흘이나 지나 데리러 온 남편의 삐딱한 태도에 분노한 아버지가 한소리 하시자 말씀도 채 끝나기 전에 성질까지 내고 나가 버리는 모습에 혹시나 하고 여지를 남겨둔 마음이 깨끗이 정리 되더라며 슬퍼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호적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난리쳐서 결혼했는데 설마 이혼까지 생각하겠어? 하며 심드렁하게 물었다.'“당장 변호사 사무실로 뛰어가서 요구조건 이랑 이혼소송서류 작성해 그놈 집안 식구들 다 모아놓고 면전에 던져줬지. 캬캬캬.”'그냥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이나 하러 왔겠지 생각한 나는 이혼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야? '“정말?”'“그래. 이 씹새야. 사이코 엄마하고 꼬일 대로 꼬여 도저히 어떻게 구제가 안 되는 니네 누나들하고 잘 먹고 잘살아. 딱 너 같은 년 다시 만나 펴엉생 에이즈나 매독 같은 성병 걱정이나 하고 살아 이 더러운 놈아! 라고 말해 주었단다. 호 호 호 호.”'그 남자에 눈이 멀어 친구들과의 우정은 물론이거니와 탄탄하게 쭉 뻗어있는 일자리까지 냉큼 던져 버렸던 그녀가 아닌가. 그 남자가 아니면 죽는다고 울고 불며 단식투쟁까지 하며 쟁취했던 남자였다. 에게? 달랑? 11개월 만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생긴 것이 편안해서인지 학창시절부터 유달리 내게는 들러붙는 친구가 많았다. 하나같이 고민과 비밀을 털어 놓으며 실상 아무 근심 없던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었다. 미련하게도 무의식중에 한명의 비밀이라도 뱉어 놓을까 봐 친구들의 대화에서 주로 듣는 쪽을 택했고 입이 무겁다고 소문이나 더 많은 아이들이 인생의 카운슬러로 나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