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요!”'“아니.”'빠른 걸음으로 약혼식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가하는 세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굳게 잠긴 자물쇠처럼 강인했고 그의 목소리 역시 단호했다. '“놓으라고요!”'나중에 보면 손목에 붉게 자국이 남으리라. '하지만 꽉 움켜쥔 손에 긴장하듯 강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가하는 몇 번이나 수갑 같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헛수고였다.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가던 그는 주차해 둔 자신의 차에 그녀를 밀어 넣다시피 해서 태우고 안전벨트까지 단단하게 채운 다음 침착하게 운전석에 앉았다. 가하가 마지막으로 반항했다. '“이러지 말아요!”'“입 다물어.”'그가 무서운 표정으로 윽박질렀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가하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행동을 막으려고도 애썼지만 그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의 태현을 보며 가하는 어쩔 수 없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부르릉, 시동이 걸리고 이윽고 차가 출발했다. 그들이 탄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시내를 빠져나갔다. '이렇게 빨리 달리는 차에 타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가하는 조금 무서워 안전벤트를 두 손으로 꼭 움켜잡기까지 했다. '몰랐었는데 그는 운전 솜씨가 꽤나 좋았다. 퇴근 시간이라 많이 막히는 도로에서도 그는 지름길을 찾아낸 것인지 금방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뭔가 커다란 일이 벌어지긴 했는데 가하는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거죠?”'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태현은 똑바로 앞을 보고 있는 채 목을 조르고 있던 갑갑한 넥타이를 비틀며 입을 열었다. '“글쎄, 어떻게 될까?”'라고 오히려 그녀에게 되물었다. 한쪽 입가를 비죽이 올리고 시니컬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가하는 만정이 떨어져 버리는 느낌이었지만 일단은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는 법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곧 죽는다고 해도 왠지 그는 이 폭주를 멈춰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려고 하는 듯, 하나둘 앞서 가고 있던 다른 차를 추월해 가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모양새에는 도망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가하는 태현이 구태여 그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아도 대충 머릿속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여자와 약혼식을 치르려던 참이었다. 자신에게 왜 일방적으로 이별을 선언해야 했는지, 입으로는 헤어지자고 말하면서도 눈빛에서만은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고 느껴졌던 것이 이제야 모두 이해가 되었다.'그녀 역시 아무리 그를 잊겠다고 결심했었지만 막상 약혼식장에서 예쁜 드레스 차림의 다영과 나란히 연단 위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봤을 때 한 순간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