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어둠의 동굴 마녀''''''“젠장!” ''텅 빈 동굴을 바라보며 어둠의 동굴마녀는 중얼거렸다. '한때 최고의 마녀자리를 나타내는 「악녀상」까지 수상한 우수 마녀인 그녀의 가게가 이렇게 먼지를 날리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어둠의 동굴엔 낯선 생물의 그림자가 비춘 지 꽤 오래 되었고, 그녀는 가난한 마녀가 되었다.''“그때 그 빌어먹을 목소리를 사는 게 아니었어.”''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마녀는 후회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때 당시 인어공주 목소리의 아름다움은 온 바다에 그 명성이 자자했다. 그랬기에 직접 이 금단의 지역인 어둠의 동굴에 인어공주가 빈손으로 왔을 때 받을 만한 것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뿐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비싼 값에 다른 이들에게 팔 수 있으리란 계산에 지느러미 대신 각선미 죽이는 두 다리를 주었다. 나름대로는 목소리 값에 맞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만드느라 애 썼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떠했던가?''그 멍청한 인어공주는 사랑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왕자를 죽이지 못해 결국 물거품이 되었고, 어둠의 동굴마녀는 널리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그것까진 좋았다. 이 어둠의 동굴이 누구 영역 안에 있는지 깨닫기 전까진.'이곳이 누구의 영역이었던가. 다름 아닌 인어공주 가족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에 대한 원망을 어둠의 동굴마녀에게로 돌렸고, 곧 어둠의 동굴 근처엔 금족령이 내려졌다. 그런 연유로 이곳은 이제 손님 하나 얼씬 못하는 동굴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엄마, 나 배고파.”''“미역줄기 남은 거나 빨아.”''“만날 미역만 빨고 어떻게 살아? 속이 느글거릴 지경이야. 제대로 먹을 것을 줘야 나도 살 거 아니야!”''어둠의 동굴마녀는 자신을 꼭 닮은 딸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가 도움이 안 되는 딸이었다. 얼마 전 직접 진주 밭까지 데리고 가 위장취업까지 시켜주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들어앉은 이후로 딸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미에게 먹을 것 타령만 하고 있었다.''“정히 다른 것이 먹고 싶으면 네 힘으로 찾아 먹어. 언제까지 이 엄마가 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거냐?”''딸아이의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내심 찔리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밀리면 엄마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녀 역시 딸아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같이 노려보았다.''“뒤치다꺼리라고 했수? 엄마가 나를? 지나가던 게를 붙잡고 물어 봐. 게가 앞으로 걸어갈 이야기라고 코웃음칠걸?” ''“흠.”''마녀는 할말이 없어 뒤통수를 긁적였다.''“하여튼! 엄마는 그것말고도 머리 아픈 일이 많단 말이야. 귀찮게 하지말고 조용히 있어.”''그랬다. 요즘 한결같은 식생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녀는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비록 낡고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녀의 보금자리였던 이 어둠의 동굴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순간이 온 것이다. 전엔 그녀의 힘을 두려워해 함부로 못했던 용궁 국세청이 요샌 용왕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그녀에게 밀린 세금과 함께 국유지인 이 어둠의 동굴에 대한 집세까지 요구해 왔다. 전대 용왕은 단지 어둠의 동굴 근처에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취함에 비해,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용왕은 자신의 누이였던 인어공주를 그렇게 만든 마녀를 드러내놓고 괴롭혔다. ''정당한 거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당한 대우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나갈 순 없었다. 상대는 전 바다를 지배하는 용왕이고, 자신은 비록 능력은 있으나 가난한 채무자 마녀였기 때문이다.''“어쩔 수 없지.”''마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은 살고 봐야 한다. 기초적인 생활은 의식주라 하지 않았던가. 먹는 거야 굶어죽지 않을 정도니 상관없었다. 빈털터리 주머니로 어디 가서 이만한 동굴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켜야 한다. 우선 살고 봐야 자존심이라는 것도 지킬 수 있는 법. 자존심을 세우기엔 지금 그녀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항할 수 없으면 아부를 하는 수밖에.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를 다시 용왕의 앞에 데려다 놓으면 용왕의 진노는 풀릴 것이고, 더불어 어둠의 동굴에 대한 무제한 임대 아니 소유권을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한 이 말도 안 되는 연체 세금과 함께 금족령까지 한꺼번에 말소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크크큭, 역시 난 똑똑하단 말이야.”''마녀는 실험실을 뒤졌다. 지독한 먼지가 실험실 안을 휘날렸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구석에 쳐 박아둔 한 상자를 꺼내들었다. 그 안엔 곱게 놓인 유리병 하나가 들어 있었다.''“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오랜 시간 이렇게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거품이 되었던 인어공주의 영혼은 여전히 깨끗하기만 했다.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육신처럼 산산이 흩어지려던 그녀의 영혼을 애써 모았던 것이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그래, 지금은 자존심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어둠의 동굴마녀는 맑고 깨끗한 영혼이 담긴 유리병을 깨뜨리고 싶다는 마녀 특유의 본능을 누르고 생존본능에 따라 인어공주 재생에 혼을 쏟기로 했다. ''''''『인어공주 살리기 대작전!』''''''실험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 마녀는 미역줄기를 빨고 있는 딸을 불렀다.''“한동안 날 찾지 마.”''“돌아오지 말아버려.”''“흥! 누구 좋으라고.”''마녀는 혀를 내밀어 보이곤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실험실. ''“아, 정말 여기서 얼마동안 있어야 하는 거야?”''''''10년이었다. 마녀가 실험실에서 인어공주 재생에 힘을 쏟은 시간이 자그마치 10년이 걸린 것이었다. 자잘하게도 조각난 그녀의 영혼을 붙이느라 눈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하여튼 겨우 붙일 수 있었다. 과정은 간단하면서도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용왕이 살고 있는 궁의 한가운데에 떡 하니 세워진 인어공주의 상을 복제해 그녀의 몸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건 흩어졌던 영혼조각을 잘 붙여 만든 그녀의 몸에 불어넣어 그것들이 그녀의 육신에 스며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인어공주의 영혼을 진주로 만들어진 인어공주 상에 집어넣고 나자 -진주의 출처를 묻지 마라- 그녀는 10년의 시간동안 자신이 굶었음을 깨달았다. 마녀는 어둠의 동굴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들어갔다.''“딸아…….”''“10년 만에 들어온 주제에 그 꼴은 뭐야?”''헉! 버릇없는 딸년 같으니라고. 하지만 잘 자랐구나!''마녀는 너무나 훌륭히 자란 딸을 감동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딸의 입으로 들어갈 문어다리를 보고선 재빠른 몸놀림으로 빼앗아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에 어둠의 동굴마녀의 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눈앞에 벌어진 일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딸은 비어버린 손과 그녀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마녀는 싱긋 웃어 보였다. 자고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했다. 물론 격렬하게 문어와 싸웠는지 딸의 팔과 목, 얼굴에 빨판자국에 선명했지만 그 정도는 살짝 눈감아 버릴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것쯤은 이제 알아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며 어둠의 동굴마녀는 약간 허기가 채워진 배를 쓸어 내렸다.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몇 번 쓰다듬고는 길게 기지개를 폈다. ''“자, 그럼 난 조금 눈을 붙일 테니 내 연구실에 들어가지 마라. 이건 명령이야! 저주의 주문까지 걸어놨으니 절대 들어가선 안 돼!”''“거기 들어가면 먹을 거라도 있어?”''“그딴 게 있으면 내가 이렇게 피골이 상접했겠니?”''“그럼 들어가라고 고사를 지내도 안 들어가. 가서 잠이나 자!”''“그래.”''마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대강 배는 채웠으니 우선 10년간 밀린 잠을 자고 난 후, 마지막 작업을 혼신을 다해 마무리한다면 해방인 것이다. 뿌듯한 마음에 마녀는 자신을 기다리는 10년 간의 먼지가 쌓인 침대에 몸을 눕혔다. 자신의 앞에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일 용왕을 떠올리며.'''''''에피소드 #1 마희, 인어공주를 깨우다''에피소드 #2 난 천재다, 고로 내게 불가능을 논하지 말라''에피소드 #3 예비 마녀, 용궁 구경가다!''에피소드 #4 마희, 누군가를 또 깨우다! ''에피소드 #5 마희, 라이벌 등장!''에피소드 #6 마희, 그리고 또 다른 그녀''에피소드 #7 남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법''에피소드 #8 마녀사냥''에피소드 #9 마녀, 새장으로 뛰어들다''에피소드 #10 그럼에도 불구하고''-작 가 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