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바깥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바로 뼛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칼바람 때문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맞이하는 바람에 영은 눈을 잔득 찌푸렸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의 사나운 겨울바람이었다. '“하아 뭐야 너무 춥잖아. 엇 이런.”'코트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다가 흘리고 나온 무엇이 생각나자 영은 작게 눈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컨디션이 좋지가 않았다. 그 여파로 인해 종종 무엇을 잊어버리기가 일쑤였다. 코트의 호주머니에 있었어야할 무언가를 떠올리며 영은 낮게 혀를 찼다.'“하아 정말 핸드폰을 두고 나오면 어쩌라는 거야. 다시 들어가야 하잖아. 귀찮게.”'눈앞에 넓게 펼쳐진 하얀 눈밭을 뒤로하고 영은 투덜거리며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소록소록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들로 인해 세상은 온통 하얀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나가자마자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딸의 모습에 엄마는 거실을 청소하다말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뭐 잊은 거라도 있니?”'구두를 벗어두고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면서 영은 차가운 바람에 얼어붙은 볼을 문지르면서 빠르게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에요. 깜빡하고 핸드폰을 두고 갔어요. 그것보다 올해 첫눈이 엄청 많이 왔네요.”'“응. 그렇지? 어제 새벽부터 내렸잖니. 나도 아침에 보고서 정말 깜짝 놀랐단다.”'감동을 한 듯 황홀해 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는 다시 청소를 시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영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붉은 케이스의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집어 들었다. 코트 주머니 안에 넣으면서 나오다 흐트러져 있는 침대에 눈길을 주고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며칠째 계속되는 정신없는 꿈이 생각난 것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혼란스러운 꿈들이 섞여서 이어졌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여파라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상당히 피곤했다. 저절로 기분이 아래로 처지고 있는데다가 덕분에 피곤이 쌓이고 있는 요즘이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었지만 영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는 빠르게 방을 나섰다. 어지러운 일들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최선 일 때도 있는 법이었다. 청소에 여념이 없는 엄마를 향해 영은 빠르게 말을 건넸다.'“엄마 저 나가요. 그리고 오늘 늦어요.”'“응. 그래. 회식이니?”'“그건 아니고요. 약속이 있어요.”'“그래. 잘 다녀오고 너무 늦지는 말아라.”'“예.”'어느새 현관까지 따라 나온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영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츠를 신고는 빠르게 문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