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여수 xx마을은 시종 비린내가 풍기고 짠 바람이 부는 보통 시골 어촌이지만 딱 한가지 자랑거리가 있으니, 마을 뒷산에 올라가면 아침저녁으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두고 고기잡이배의 선장이셨던 내 아버지께서는 늘, '“하늘의 저 태양을 봐라. 아침 해보다 지는 해가 더 크다. 심지어 저 태양조차 지 먹고 살 것을 벌어 갖고 집에 들어가서 자고 나오는디, 니는 시방 종일 무엇 하며 소일하는 것이여! 사내새끼가 빌어먹고 살 것이여?”'하고 으름장을 놓으셨더랬다. 그 아버지께서 사내가 지 앞가림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워낙 닦달을 하신 탓에 어려서 질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도 학교만은 그럭저럭 다녔었는데, 어느 날엔가 태양의 크기는 아버지 말씀처럼 일당 벌이를 한답시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아침과 저녁의 대기 상태로 인한 눈의 착시 현상이라는 사실을 배웠을 때의 충격이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 알고 있음에도 현재 일당 벌이 하는 인생을 살면서 간혹 하늘을 올려볼 적이면 여전히 태양으로부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찾고 있으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유치하고 졸렬한 심보인 셈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이상 내가 부끄럽거나 창피를 당할 일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세상에 피곤한 삶, 덜 피곤한 삶은 있어도 완벽한 삶은 없다. 후……오늘 번 돈으로 오늘 쌓인 피로를 씻어내는 이 순간은 늘 이렇게 쌉쌀하면서 동시에 들척지근한 기분이 들곤 했다. '“크어, 맛 좋다! 야야, 좀 그득그득 부어 봐라! 뭔 애새끼 오줌 줄기 마냥 질질 따르고 그러냐. 술 아깝게 다 흘리잖냐!” '눈앞에서 철판 위 돼지 삼겹살 등 껍질 익는 소리가 지글지글하다. 연탄불 위로 살점이 두어 점 떨어지는 바람에 새까맣게 타면서 올라오는 누린내와 숯 냄새가 사뭇 독하기도 했다. 요즘 나가고 있는 노가다 현장 작업 반장인 천 씨가 딱 저닮은 질 낮은 소리를 지껄이며 내 손에서 소주병을 채서 직접 제 잔을 채웠다. 천 씨와는 석 달 전 중학교 체육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만난 사이로 마침 고향이 이웃이라 형, 아우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같이 일자리 물어다 주는 사람은 피붙이 사촌보다 귀하게 떠받들어야 할 법이다.'“니는 유명한 대학까정 가서 공부도 많이 했고 머리도 무지허게 좋은 놈으로 알고 있는디 언제까지 이 모양으로 살 것이냐?”'딱히 공부를 하고 싶어서 들어간 대학이 아니고 더 이상 그 학력이나 전공으로 어쩌고픈 생각도 없었다.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하길래 아버지 소원이나 들어드릴 겸 별 뜻 없이 그냥 다녔을 뿐이었지만, 중학교를 겨우 마친 것으로 들은 천 씨에겐 이게 취하면 물고 늘어질 안주거리였다. 나는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저 같은 놈을 누가 써줘야 말이죠.”'“거시기 별 달은 거 땜시 그러는겨?”'대답 대신 눈앞의 고기를 한 점 집어 입 안에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오늘따라 혓바닥에 닿는 뜨겁고 거칠한 촉감이 역해서 울컥 구역질이 올라왔다.'“것도 두 개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