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씨……」 '여진이 진지하게 정후의 이름을 불렀다. '「왜요?」 '「정후 씨는…… 나 어떻게 생각해요?」 '「벌써 취했네」 '「취해 보여요? 잘 됐네. 나 오늘 취하고 싶었는데. 나 어떻게 생각해요? 정후 씨가 볼 때 나 어떤 여자예요? 말해 줘요」 '「뜬금없는 소리 그만 해요. 뭘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으라고 묻는 거 아닌데……」 '역시나 눈치없는 남자다. 이만큼 여지를 주었으면 눈치챌 법도 한데 이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뭐, 서여진 씨 좋죠. 좋은 여자죠」 '「그게 다예요?」 '골똘히 뭔가 생각하던 정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음…… 편해요. 여진 씨랑 있다 보면 참 편해져요. 마음이 통한다고 해야 하나? 닮은 점도 많고, 짓궂은 농담에도 적당히 웃어넘길 줄도 알고, 가끔 엉뚱한 얘기로 사람 웃길 줄도 알고. 좋아요. 좋은 여자예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칭찬인데도 여진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친구 같은 편안함이라는 말이 썩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