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는 여자들이 빠져나가는 걸 기다렸다가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면접장을 나가지 않고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은재를 보는 남자의 눈이 다시 가늘어진다. 가늘어진 눈꺼풀 사이로 눈빛이 빛난다.''“3일안에 결혼식만 올리면 10억 주신다는 말이죠? 다른 옵션 있다는 말은 안했어요, 그렇죠?”'남자가 싱긋 웃는다.'“그래요. 결혼식만 올리면 됩니다. 말 한 것처럼 딸린 옵션 없습니다.”'“결혼식 하루하고 10억이면 남는 장사죠. 결혼식만 올리고 그 외엔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이혼은 십수 년 동안은 안 된다, 십수 년 지나면 이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포함됐네요. 그렇죠?”'이 여자, 똑 부러진 말투로 요점을 집어낸다.'“생각하기 나름이지.”'“그럼, 혼자 독수공방하지요.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어요. 돈 없이 찌질 하게 사는 것 보다 남편 없이 독수공방하는 게 나을 것도 같군요. 바람은 표 안 나게 피우면 되고. 그렇게 말했죠?”'혼자 독수공방해도 된다……. 훗, 말귀 알아듣는군. '남자가 은재를 빤히 보며 대답했다.'“그래요.”'“저 주세요. 10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