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4-34 '쇼윈도에 비친 여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새하얀 미니스커트 아래로 길게 뻗은 다리는 물론이고, 딱 붙는 티셔츠 위로 고스란히 드러난 가슴과 허리의 S라인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Perfect! You win!”'상점 안 손님들의 어이없는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고 있다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시진은 벌써 몇 분째 자아도취에 여념이 없었다. 이미 약속 시간에서 충분히 늦어 있었지만 중요치 않았다. 조금 늦는다고 해서 이토록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을 걷어찰 바보 같은 남자는 없을 테니까. 호호호. '그렇게 그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때, 들고 있던 앙증맞은 백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언제나 전화를 받기 전 꽤 오랫동안 뜸을 들이는 그녀였으나, 상대를 확인하고서는 그러지 않았다. 곱게 손질된 손톱 끝으로 즉각 휴대폰의 폴더를 열자 친구 윤지의 잔뜩 날이 선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야! 너 지금 어디야? 내가 절대 늦으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알았어. 알았어. 거의 다 왔다고.”'그제야 택시 승강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으면서, 시진은 심드렁하니 대꾸를 했다.'「하여튼 너, 내 얼굴 봐서 잘 해.」'거의 반 협박조로 말을 내뱉는 윤지였지만 시진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계집애, 소개팅 한 번에 생색은. '그렇게 친구의 부탁을 대수롭잖게 치부해버린 그녀는 우아한 손짓으로 택시를 잡았다. ''이미 약속시간에서 1시간을 넘겼건만, 그녀는 카페 앞에 도착해서도 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을 잊지 않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갔다. 부러 대학가에서도 가장 한산한 장소를 골랐음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카페엔 손님들이 꽤 많았다. 혹시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긴 머리칼로 얼굴을 가리며 그녀는, 카운터의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속삭이다시피 물었다. '“혹시 여기 ‘여시진’이라는 사람, 찾는 남자 분 없었나요?”'“아, 네.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이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