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드득.'너무 오래 똑같은 자세를 취해서인가, 기지개를 켰을 뿐인데 뼈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 승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편집실을 나섰다. 그가 간 곳은 휴게실이었다. 워낙 구석에 있는데다 오래되어서 소파도 다 낡아빠진 그 휴게실엔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한산함이 좋아 승윤은 그곳을 찾길 좋아했다.'오늘도 역시 혼자 있을 것이라 생각한 승윤은 휴게실 입구에서 멈칫했다. 누군가 이미 휴게실을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체크무늬 셔츠에 아이보리색 면바지를 입은 그녀는 고등학생이라 믿어도 될 만큼 어려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을까? 승윤은 한참을 고민했다. '“아함.”'“풋.”'승윤은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그녀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도도한 고양이처럼 생긴 그녀의 하품을 하는 모습은 언밸런스 하면서도 밉지 않았다. 더불어 어디서 그녀를 봤는지 기억이 날 것도 같았다.'며칠 전 방송국에 오는 버스를 탔었다. 한산한 버스 안에는 아주머니 두 분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아가씨 한 명이 다였다. 승윤은 내릴 때를 대비하여 버스 뒷문 근처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 보니 젊은 아가씨 바로 뒤에 앉게 되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승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앞에 앉은 아가씨가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이 보기 흉한 것은 아니지만 흔들흔들 하는 것이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여자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승윤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문제는 다음에 생겼다. 버스가 우회전을 함에 따라 앞에 앉은 여자의 몸도 옆으로 기울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부딪힐 것만 같은 모습에 승윤은 얼른 여자의 몸을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깨워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느새 방송국에 도착한 탓이었다. 결국 여자를 한 번 힐끗 본 승윤은 그냥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었다.'그녀를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걸 보고 우연이라 하는 건가? '“뭐예요? 왜 훔쳐보고 그래요?”'승윤의 존재를 알아챈 그녀는 날카롭게 외쳤다. '“훔쳐 본 적 없습니다. 내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아가씨 잘못이지.”'의도하지 않게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그래도 보지 말았어야죠.”'“보이는 걸 어떻게 안 봅니까?”'“흥.”'더 할 말이 없는지, 콧방귀를 끼며 그녀는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승윤은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