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 인수인계를 마치고 십여 분의 티타임을 가진 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면서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이기만 한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있었다. 밤새 뜬 눈으로 꼬박 지새운 영진은 출군하자마자 환자 현황 표부터 급하게 챙겨 보았다. '「1023호, 이명숙, H.T,(고혈압) cardiopathy(심장질환) 나이 63세, 12년 전에 고혈압 진단 받고, Medication (치료) 중이며, 7년 전에 cardiopathy진단 받았으나, 특별한 Tx(치료)는 하지 않았음. 14년 전에 Nephrectomy(신장 절제술)한 History 있음.」'입원 기록지에 쓰여 있는 이명숙이라는 환자의 History는 다름 아닌 성훈의 어머니 것이었다.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도 마다하고, 한 시간이 넘어 걸리는 이곳까지 와서 입원을 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성훈의 어머니는 근처 종합병원에 담당 주치의까지 두고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애써 긴장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가 자꾸만 가슴께가 먹먹해져 와서 멍하니 서 있다 얼른 다시 제 자리로 돌아 와서는 또 다시 정신을 놓게 되는 자신을 추tm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영진이 아침 injection (처치) 을 끝내고 막 간호사실로 돌아 왔을 때, 그녀의 아래 년차인 혜선이 울그락불그락 해진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영진의 곁으로 다가와 귓전에다 대고 무어라고 얘기 할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1023호 환자 보호자가 선생님 출근 했냐고 물어서 다른 병실에서 아침 주사 놓고 계시다 했어요. 아는 분이세요? 옆에 있는 여자 보호자가 선생님 언제 퇴근 하냐고 해서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저 보곤 알 필요 없다고 환자가 간호사 찾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고 쏘아 붙이는 거 있죠?”'혜선은 무슨 일이냐며 한참 영진을 쳐다보더니, 영진의 표정이 잔뜩 굳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별 이상한 사람들도 다 있다며 처치 실 바깥으로 획 하니 나가 버렸다.'아침 회진을 끝내고 차트 정리까지 끝낸 영진은 한참을 망설이다 1023호 병실 앞으로 발길을 돌렸다. 1023호는 복도 제일 끝 쪽 (가장 남쪽) 에 위치해서인지 햇볕이 잘 들고, 한적하며 일류 호텔을 능가할 만큼의 인테리어까지 자랑하는 하루에 병실료 만도 30 만원인 VIP 병실이었다.'1023호 앞에 선 영진은 한참동안 초록색 아크릴판 이름표에 시선을 두고 있다 어차피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을 추스르고는 손잡이를 천천히 거머쥐었다. 찬 금속의 느낌이 영진의 온몸으로 짜릿하게 퍼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섬뜩함, 아마 그것이었을 것이다. 몇 번이고 손잡이를 잡고는 다시 놓아 버리고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을 접다가 ,결국엔 다시 찬 손잡이를 거머쥐기를 서너 번쯤 반복하다 천천히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비스듬히 열린 창문 틈으로 뒷산 어귀로부터 날아드는 봄내음이 병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침대 테이블의 가습기는 방안의 습기를 삼키려 서늘한 기운을 조금씩 토해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