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일어나라, 아침이다! good morning everyone. stand up please ! stand up please! 띠리릭! 띠리릭!」'오리 모양의 알람시계가 주둥이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한참을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영진은 오리 주둥이를 막아버릴 버튼을 찾기 위해 무작정 오른팔을 뻗어 침대 머리맡을 내저었지만, 자명종 오리는 더욱 더 기운 넘치는 목소리로 또 다른 하루가 진작에 밝아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찢어지는 듯 목청껏 울어대는 알람소리에 힘겹게 눈꺼풀을 밀어 올렸을 땐 이미 시각은 오후 한 시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어제 밤새 연주와 술잔을 기울였던 탓인지 무거운 숙취로 밀려오는 두통에 다시 눈을 감으며, 영진은 이대로 다시 눈뜨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성훈의 결혼소식을 전하는 재원의 전화를 받아 들게 된 것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성훈의 부재를 살갗으로 느끼며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망연함에 무작정 바깥으로 나가 하릴없이 쏘다니다 새삼스럽게 텅 빈 집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부쩍 심통이 났던 건지, 멍하니 문 앞에 서서는 잠시 시선을 풀어놓고 있었을 때였다. 성훈과의 기억이 15평 작은 공간 안에 너무나 새록새록 깃들여져 있는 바람에 집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사랑을 놓아버리고 난 다음의 허무와 상실감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두려워졌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 잽싸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성훈이 놈 그 결혼, 끝내 하고 말려나 봐. 자포자기라 해야 맞겠지. 녀석, 정말 딴 사람 같아서 말이야.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가족들이 바라는 대로 정말 끝까지 가보려는 모양이야. 어디가 끝인지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수화기 너머로 연신 괜찮냐고 묻고 있는 재원의 목소리에 영진은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그냥 수화기만 들고 서 있었다. 성훈이 그녀의 곁을 떠난 것과 동시에 내내 그에 대한 마음이 더욱 깊어져만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화기를 집어 든 것이 다름 아닌 성훈의 결혼 소식이었다니…….'그녀의 이름을 연신 소리쳐 부르고 있는 재원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영진이 내내 말이 없자 재원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휑한 기운이 싫어 무심코 켜 놓은 거실 TV에선 일일 연속극의 여자 주인공이 대학 후배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애원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너 지금은 젊은 애 좋아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그거 순간이야. 서로 사랑한다고? '사랑? 웃기시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