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아가 일어나라. 어서, 내 강아지 일어나야지?”'“으음, 할머니 왜 그래? 나 더 자고 싶은데.”'아이가 투덜대며 두 팔을 올리고 기지개를 한껏 했다.'“잠이 와도 조금만 참 거라. 이 할미가 나중에 업어 줄 테니.”'할머니의 말에 우진은 잠 오는 눈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할머니보다도 덩치가 크고 초등학교 5학년이나 된 자신을 업어 주시겠다하시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할머니 무슨 일이야?”'“쉬이! 지금은 암말 말고 할미 따라 어여 가자.”'한밤중에 자신을 깨우는 할머니의 손길에 우진은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할머니는 마을 경로당에나 갈 때 입는 제일 아끼는 옷을 입고서 바닥에 놓인 분홍색 보자기를 머리에 이고는 우진의 손을 잡아 당겼다.'“할머니 새벽부터 어딜 가는데? 응?”'“가보면 알아. 그러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걸음을 빨리해.”'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뭔가가 빠져 있었다. 그것이 처음엔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다가 대문을 나서 한참을 걸어가고 나서야 깨닫자 우진은 할머니의 손을 잡아당겨 걸음을 멈추게 했다.'“할머니 그런데 아빠와 엄마는 같이 안 가?”'“아이고 내 새끼. 불쌍한 내 강아지.”'갑자기 우진을 놓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시는 할머니가 이상해 우진은 한순간 뭐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설마 또!”'“어여 가자 어여, 이렇게 꾸물대다간 빚쟁이들이 들이닥치면 이 할미도 붙잡혀가니까 얼른 가자.”'더 이상 우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 12살인 녀석도 그 뜻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으리라. 그저 입을 꾹 다물고 할머니 머리에 인 보자기를 빼앗아 자신이 들고 갈 뿐이다.'“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어쩌면 좋냐 어쩌면.”'뒤에서 따라오시는 할머니의 입에서는 연신 ‘불쌍한 내 새끼’ 만을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그 소리도 우진의 귀에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에 대한 분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저도 모르게 평소엔 멀쩡한 다리를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뒤 따라 오시는 할머니의 입에선 조금 더 통곡하듯 ‘아이고’를 외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