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니라구.”' 꼬마 계집아이가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칠흑같이 까맣다고 해야 옳을 머리는 곱게 윤기 흐르는 단발머리였고, 긴 속눈썹 또한 새까매서 계집아이의 고집스러움을 한껏 더해주고 있었다.' “내가 할 거야. 선규 오빠 신부는 내가 한다고.”' 이번엔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참고 있었던 눈물이 커다란 눈 끝까지 차오르자 아이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 맺혀있던 눈물이 고스란히 아이의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눈물이 흘러내리자 아이의 유난히 까만 눈동자가 더욱 반짝였다.' “나도 하고 싶단 말이야. 만날 너만 했잖아.”'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는지 다른 계집아이도 지지 않고 말했다. 다른 계집아이와는 달리 긴 생머리에 옅은 빛을 띠고 있어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러움보다는 천생 여자라는 느낌의 아이였다. 결과는 빤했지만 한 번쯤은 자신의 주장을 펴봄직도 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씨도 안 먹힐 거 같은 아이에게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고 있었다. 이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윤아야, 이번에는 석경이도 시켜주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