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앨리게이터 7
§ 차례 §
왜입니까?
조일재와 아현동
건드리지 마라
욕심이란 끝이 없다
대통령 만들기?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디데이?
삼합회?
백설공주의 독 사과
다 죽어 가는 자의 청탁
개미들이 움직였다
경제 전쟁 발발 가능성
이시윤과 한남필
4선 국회의원 김춘배
서킷 브레이크
주형하 회장
악독한 대표
농락당하는 양하경 팀장
징벌적 손해배상
돈 가진 놈이 장땡이야
주병환 회장의 사망
장례식장에서의 봉변
성희진의 호기심
내 외손자라네
괜히 조문 왔어
왜입니까?
날 부른 중년인을 돌아보았다.
중년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입니까?”
“…….”
“그러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중년인이 무척이나 알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을 내색했다.
말없이 중년인을 마주 보았다.
중년인이 물었다.
“사장님. 돈 때문입니까?”
말없이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절레절레.
{돈 때문이 아니다}
중년인이 내게 말했다.
“사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세상과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으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천천히 고개를 재차 저었다.
절레절레.
{아니다}
중년인이 답답하다는 기색을 지으며 힘주어 날 불렀다.
“사장님.”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한번 보시죠. 하 팀장님.”
중년인이 내 시선을 따라 정면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말입니다.”
천천히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휴전이 되었을 때.”
“…….”
“3년 1개월에 걸친 전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산업 기반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극도의 빈곤이 한국을 지배했었다.
“국제 거지였습니다. 특히 미국이 주는 구호물자에 온 국민의 생계가 걸려 있었죠.”
“…….”
“다들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비참했다.
여자들은 자신의 머리를 팔았다.
그렇게 사들인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해외에 팔았다.
세계 최대 가발 수출국.
그것이 당시 한국이란 나라가 가진 타이틀이었다.
“단돈 1달러를 벌기 위해 산으로 뛰어가 다람쥐를 잡아 해외에 팔았습니다.”
“…….”
“나는 말입니다. 박정ㅁ. 그 양반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양반이 이룬 경제적 성과 하나만큼은 인정합니다.”
가만히 서울 야경을 바라보았다.
“……낮은 환율, 저유가 등 소위 3저에 힘입어 전례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
“88 서울 올림픽을 통해 한국 경제가 궤도에 오르며…….”
내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런데 말입니다. 탄탄대로일 것 같은 한국 경제에 암운이 찾아들었습니다.”
눈을 반짝였다.
〈IMF!!〉
한국 경제의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였다.
“나는 말입니다.”
“…….”
“IMF를 무슨 천재지변처럼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국가 경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을 밝혔다.
“IMF의 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재였습니다.”
힘주어 말했다.
“김ㅁ삼!!”
“…….”
“문민정부라는 타이틀을 부르짖으며 최초의 민간 정부임을 주장했었죠.”
나도 모르게 성난 표정을 지었다.
“김ㅁ중 전 대통령과 한국 민주주의 양대 산맥이라고들 하죠.”
“…….”
“그런데 나는 그를 〈ㅁ18 ㅁㅁ〉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중년인이 날 불렀다.
“사장님.”
그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서론이 깁니까?”
내 물음에.
“네!”
중년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힘주어 대답했다.
피식거리며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겨울철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다들 감기에 걸릴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
“그래서 예방주사를 맞죠.”
내 옆에 앉은 중년인을 힐긋거렸다.
“내가 하려는 일은 예방주사입니다. 보다 큰 경제 위기가 오기 전에 경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만들려는 겁니다.”
“…….”
“그리고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들 엄청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한국 경제가 얼마나 보잘 것이 없고 허점투성이인지.”
“…….”
“나 같은 사람이 짓밟아 버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을 정도로 하찮다는 것을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천천히 중년인을 돌아보았다.
“불에 손을 갖다 대면 엄청 아프다는 것을 미리 보여 주고 싶은 겁니다.”
내 말에 중년인이 날 빤히 보더니 천천히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이 방금 전에 말씀하신 IMF 때.”
“…….”
“제 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 중이셨습니다. 직원이 한 일곱 명 정도 됐었죠.”
서서히.
중년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투신자살하셨습니다.”
순간.
‘허억.’
나도 모르게 크게 헛바람을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몰랐다.
하 팀장의 부친이 IMF 때 자살했을 줄이야.
중년인이 계속 말했다.
“어머니는 절 고아원에 맡기고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다가 차에 치여 그만…….”
중년인이 일순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어깨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 * *
IMF.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세 가지였다.
1. 가정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