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앨리게이터 6
§ 차례 §
불경기이자 고물가 시대
구원투수 김석원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극심한 상황 변화
임시 주주총회
임시 주총 결과?
주총 결과?
뒤통수치기
착각은 자유다
땅꾼 박우진?
뒤에 있는 놈?
방문객
궁지에 몰린 쥐
밑밥을 던지다
대어의 반응
날개 없는 천사들
황점식 회장의 구속
최영근 부총리와의 만남
경제는 상식에 기반을 둔다
위기를 기회로
빠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
러시아 마피아 빅토르
최민희 사장?
누구지?
I'll be back
불경기이자 고물가 시대
“…….”
“나름 담보를 잡았겠지만, 불경기일 때 담보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리고 당장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
“지방 지점의 보유 현금액과 그 자금 흐름에 있어 틀림없이 이상 신호나 적신호가…….”
김석원 교수는 시중 각 은행의 지방 지점에 자금 유동성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말없이 경청하던 최영근 부총리.
‘맞아.’
김석원 교수의 말에 마음속으로 수긍하고 있었다.
현재 지방 건설사가 연쇄도산 중이다.
그들이 시중은행 지방 지점이나 부동산 관련 금융사로부터 당긴 부동산 PF 자금.
필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연쇄도산 한 건설사가 차입금이나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그 돈은 그대로 허공으로 뜨며 최악의 불량 채권이자 부실 손실금이 된다.
시중은행 지방 지점이나 부동산 PF를 한 금융사는 그대로 손실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손실.
금전적 손해를 본다는 말이다.
해당 손실금을 보전할 길이 현실적으로 없다.
쉽게 말해.
건설사에 부동산 PF로 빌려준 자금을 그대로 떼인다는 말이다.
김석원 교수의 말을 듣는 최영근 부총리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런.’
서울 및 수도권 소재의 건설사들이 연쇄도산 하고.
이어 금융권의 금융사들이 직격타를 맞으며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처 시중은행의 지방 지점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간과다.
미처 알지도 못했고 챙기지도 못했으며 염두에 두지도 않은 것을 언급한 김석원 교수.
역시다.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제학자답다.
‘찾아오길 잘했어.’
속으로 중얼거리는 최영근 부총리.
김석원 교수를 찾기 전까지, 그 나름 이런저런 고심을 한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위험하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섰다는 판단하에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부총리로서의 체면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나라 경제가 최우선이다.
그나마 개인보다 국가 경제를 먼저 생각하고 챙기는 최영근 부총리였다.
* * *
잠깐 뒤.
최영근 부총리가 부동산 PF 23조 원을 입에 올렸다.
“언론을 통해 23조 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아마 그 3, 4배는 될 겁니다. 김 교수.”
* * *
조사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미처 파악되지 않은 부동산 PF가 필히 더 있을 것이다.
기재부의 조사는.
시중은행의 부동산 PF.
부동산 PF 금융사 등.
주로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사들로부터 보고받은 것들을 취합한 것이다.
보험사, 투자사, 자산 운용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차, 3차에 속한 금융권.
현금 100억 원 이상을 가진 개인 자산가.
사채 업체.
지하 금융권의 소위 전주들 등.
제도권 밖의 금융사 아닌 금융사 역할을 하는 이들.
그들 역시 부동산 PF에 지금까지 적극적이었다.
왜?
수익이 매우 짭짤했으니깐.
* * *
김석원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자신의 종이컵을 집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완만한 손동작으로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식은 커피를 두어 모금 마신 후에 내려놓았다.
탁.
김석원 교수는 맞은편 다인용 소파에 앉은 최영근 부총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재부 조사라는 게 좀…….”
* * *
기재부 관련 부서가 보나 마나 시중은행이나 부동산 PF 금융사에 전화했을 것이다.
“어이, 니들 부동산 PF 자료. 우리 기재부로 보내.”
그렇게 가만히 책상에 앉아 아주 편하게 보내 주는 자료들을 취합하며.
“……현재 부동산 PF 부실이 약 23조 원으로…….”
그렇게 발표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발표에서 누락된 부동산 PF 부실이 더 있으면 있었지, 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석원 교수가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본래 부동산 PF 대출이 토지나 부동산과 같은 담보를 잡거나 건설사의 미래 수익의 일정 지분을 담보로 하여…….”
땅과 빌딩과 같은 부동산의 경우.
그 금전적 가치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반 토막 난다.
현금화도 매우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불경기 & 고물가}
해당 상황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래 수익에 대한 지분을 담보로 잡은 경우.
그냥 돈을 허공으로 날린 셈 쳐야 한다.
불경기이자 고물가 시절에는 해당 지분의 금전적 가치가 제로에 가깝다.
왜?
공사가 중단될 텐데, 무슨 미래 수익이 발생하겠는가?
해당 수익의 지분?
그냥 휴지 조각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석원 교수의 그와 같은 말에 최영근 부총리가 시름 깊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
앉은 연구실 바닥이 꺼져라.
최영근 부총리를 바라보는 김석원 교수.
‘쯧쯧.’
속으로 혀를 찼다.
불운한 경제 부총리 최영근이다.
부총리가 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 * *
경제 부총리의 임기는 통상 1년 8개월쯤 된다.
그 임기를 모두 다 채우고 퇴임하는 경제 부총리는 좀처럼 없다.
운이 엄청 좋아야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
대다수가 임기 전에 그만둔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엄청 빠른 속도로 변한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그런 경제 환경에서 한국 국가 경제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바로 경제 부총리다.
어지간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아닌 말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돌연 과로사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자리다.
누구나 앉기를 희망하면서도, 막상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하면 선뜻 앉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 대통령.
한국 경제를 모두 다 일신에 책임져야 하는 부총리.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진 대표적인 공직자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바로 경제 부총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