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앨리게이터 5
§ 차례 §
빚 무서운 줄 모르는 놈
복지부동
저 좀 살려 주세요
웬 관심?
혹시 유나 패션이라고 아시나요?
배후?
140억 원의 거래
스타트업 유나 패션
장유나와의 만남
짜고 치는 고스톱 판
기업 가치 상승
부동산 PF 부실 23조 원
한국 경제는 사상누각이다
머저리들의 합창
금융 위기
앙심 & 복수심
해외 발령
이것들이 뒈지려고
박우섭 은행장과의 만남
국가도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악
불안한 한국 경제
주가 급락
주식 거래 일시 중지
난항에 빠진 매각 협상
한국 지하 경제 규모
빚 무서운 줄 모르는 놈
“단기 대출?”
중년인의 물음에 연하의 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이자가 센 것이 좀 흠이긴 하지만. 그 이자를 제하고도 아마 몇 곱절은 남을 겁니다. 실장님.”
연하의 중년인이 일인용 소파에 앉은 중년인에게 살살 바람을 넣었다.
돈 욕심에 빠르게 눈이 멀어지는 중년인.
그가 생각하는지 앞에 있는 사무용 테이블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삽시간에 그런 착각에 빠져 버린 중년인이었다.
* * *
거의 자정이 된 야심한 시간의 한강 공원 야외 주차장.
화악.
두 줄기 헤드라이트 빛과 함께 한 대의 BMW 차량이 나타났다.
스르르.
BMW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들어서더니 곧바로 주차장 오른쪽 뒤로 갔다.
* * *
그리 오래지 않아.
주차가 이루어지고 헤드라이트가 꺼졌다.
팟.
이어.
BMW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고 한 중년인이 내렸다.
덜컥.
그는 차 문을 닫은 다음.
가만히 서서 어두컴컴한 주차장 주변을 느긋하게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고즈넉한 야외 주차장.
차도, 오가는 이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 *
야외 주차장 오른쪽 중간쯤의 한 주차 공간에 한 대의 대형 세단이 서 있다.
세단 주변에 서 있는 서너 명의 양복 입은 건장한 이들이.
각기 정해진 위치에 서서 인근을 이리저리 규칙적으로 돌아보는 중이다.
일정한 위치.
일정한 방향.
그리고 경계.
무슨 경호원들처럼…….
* * *
조수석에 앉은 이시윤.
“그간 잘 지냈나?”
뒷좌석에 앉은 장년인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네, 덕분에.”
이시윤이 짧게 대꾸하며 실내 미러를 힐금거렸다. 뒷좌석에 앉은 이를 신경 쓰고 있음을 모를 수 없다.
* * *
몇 분 후.
뒷좌석에 앉은 이가 짧게 대꾸했다.
“그래.”
이시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말을 받았다.
“현재 주가가 3천5백 원 선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예상일 뿐입니다만.”
이시윤이 일순 말을 멈추며 실내 미러를 바라보았다.
뒷좌석에 앉은 이를 의식한 모습이다.
대번에.
“……만?”
뒷좌석에 앉은 이가 이시윤의 말꼬리를 잡았다.
이시윤이 내심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최대 7천 원대까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이가 꽤 흥미롭다는 눈빛을 띠었다.
“2배라…….”
이시윤이 재빨리 설명했다.
“시작이 6백 원대였습니다. 예상 주가 7천 원대도 높이 잡은 겁니다.”
뒷좌석에 앉은 이가 물었다.
“왜 유나 패션인가? 다른 종목이나 업종도 많을 텐데.”
이시윤이 대꾸했다.
“낮은 가격이지만 주식 상승 비율을 감안하면 가장 투자 가치가…….”
이미 4배나 상승한 유나 패션의 주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인위적으로 주가를 더 끌어올리려 한다.
확실하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시윤이 실내 미러를 재차 힐금거렸다.
“주가가 낮아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습니다. 그런데 주식 거래량이 많습니다.”
저가의 주가.
투자가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 때문에 거래량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4배나 상승한 것처럼 주가 상승 폭이 크고 상승장이 길게 이어지는 양상을 띤다.
“한마디로 말해 작업하기에 좋고. 사람들이 작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이시윤이 말하며 유나 패션의 주가가 현재 2, 3천 원대임을 은근 강조했다.
“요즘 500ML 음료수 하나가 2천 원이 넘습니다.”
겨우 2, 3천 원대의 주식으로 작전을 하여 얼마나 벌까?
갑자기 폭등하면 사람들이 100% 작전을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상승 폭 4배라는 거래 증거가 있다.
그런 유나 패션에 약간의 호재를 얹어 줌으로써 현 주가를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단기 거랩니다. 상승 폭이 1만 원대에 이르게 되면 증시의 이들이 작전을 의심할 겁니다.”
이시윤은 주가가 7, 8천 원대에 빠져나올 작정이다.
그의 설명을 말없이 듣고만 있던 뒷좌석의 이가 천천히 입을 뗐다.
“굳이 7, 8천 원대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겠나.”
돈 욕심을 낸다는 것을 느낀 이시윤이 실내 미러를 힐금거렸다.
“작전을 들키면 이래저래 피곤해집니다. 그리고 이번 유나 패션의 거래가 증시에서의 마지막 거래라면 몰라도…….”
이후에도 계속 증시에서 주식 거래를 하자면 최대한 이쪽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이시윤의 그와 같은 말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의 이는 포기할 줄 몰랐다.
“곧 총선이네. 그 전에 충분한 총선 자금을 확보해야 하네.”
이시윤이 뒤돌아보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입니다. 총선 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쩔 생각인 겁니까?”
물음에.
뒷좌석에 앉은 이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자네가 말한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것이네. 힘은 때때로 모든 것을…….”
이시윤이 대꾸했다.
“그러다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순간, 죄다 앤드입니다. 끝장이란 말입니다.”
강하게.
항의조로 말했다.
“난 그쪽을 위해 모험하다가 감방에 들어가 앉을 생각 따위는 일절 없습니다. 우린 그저 거래를 통해 서로의…….”
동반자이고 거래 상대이지 종속 관계는 아니다.
그러니 내게 당신네들을 위해 희생하라거나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지 마라.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시윤은 뒷좌석에 앉은 이에게 무척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의외의 언행이라 뒷좌석에 앉은 이가 일시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곧.
태연하게 이시윤에게 말했다.
“난 자네에게 투자했네. 그러니 응당 투자에 따른 지분을 요구할 뿐이네.”
이시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뒤돌아보던 시선을 바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모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를 대신할 다른 이를 물색해 보십시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