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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악녀를 찾지 마세요 6권
딸기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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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악녀를 찾지 마세요 6권
지은이/ 딸기모카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6959-704-3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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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4. (2)
25.
26.
27.
28.
24. (2)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바크가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드디어 용맹한 기사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지고르가 날갯짓할 때마다 검은 연기는 더 짙어졌다.
[이게 얼마 만에 드는 검인지.]
탄성과 함께, 민테가 가볍게 몸을 털었다. 검은 연기가 마치 불꽃처럼 위로 치솟았다.
[허허, 다들 젊어서 그런가? 혈기가 왕성하네.]
[그러는 가닉은 늙어서 검이나 쥘 수 있겠어?]
[트리스탄, 네 검을 누가 봐줬었는지 잊은 모양이구나.]
투닥거리는 가닉과 트리스탄을 흘겨보며, 팔리데스가 검은 연기를 손으로 헤집었다.
[이런 흉측한 모습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들 들뜨는지 모르겠어요.]
자욱하게 깔린 검은 연기가 흩어지고, 유난히 넓게 느껴지던 공터가 꽉 차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나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조금씩 체격도, 크기도, 생김도 달랐지만 검은 갑주에 흑마를 타고 있는 모습은 같았다.
그리고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검게 피어오르는 뿌연 연기 또한.
그들은 나의 양옆에 늘어서서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기사들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육중한 철갑 소리와 스산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대장이 벨라디아 성의 열쇠를 되찾으셔서 저희도 더 강해진 것 같아요!]
호전적으로 외친 지고르가 말의 고삐를 당겼다. 그가 탄 흑마가 앞발을 구르며 콧김을 뿜었다.
평소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민테도 들뜬 듯 허공에 검을 두어 번 휘둘러보며 손목을 풀었다.
“듀, 듀, 듀라한……?”
하얗게 얼어붙은 습격자들의 얼굴을 보자 저절로 유쾌해졌다. 반듯하게 서서 그들을 응시하던 내가 눈매를 접으며 한껏 미소 지었다.
“그나마 넓은 공터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좁네.”
평온하게 말문을 열자 프레시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를 보았다. 시종일관 교만하던 그의 눈빛에 짙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창궐한 악…….”
감히 도망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그들이 조금 우스웠다.
‘나를 언데드라고 몰아세웠으면서, 이런 광경은 상상하지 못한 건가?’
나는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도 없어서 쏟아지는 햇살에 온몸을 흠뻑 적실 수 있는 장소.
어둡고 습한 숲이지만 나와 나의 기사들이 선 둥근 공터는 축복이 내리는 듯 환하고 따뜻했다.
“이 공터를 찾느라 힘들었는데, 좀 더 참신한 반응을 보여 주는 건 어때?”
“……지, 진짜 몬스터를 부리는 언데드였어.”
누군가 들고 있던 검을 놓쳤는지, 바닥에 검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단지 나의 기사들이 본래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저렇게 공포에 질리다니.
조금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만하게 나를 포위하기에 제법 패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나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미리 봐 두었던 바위에 걸터앉았다. 마침 수풀 속에서 고개만 쏙 내밀고 있던 새끼 리자드맨과 눈이 마주쳤다.
“이리 온.”
큰 눈을 끔뻑거리던 새끼 리자드맨이 내 곁으로 도도도 뛰어왔다.
[뀨!]
[대장님, 애한테 보여 주기에는 너무 폭력적인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만…….]
가닉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그런 가닉을 향해 피식 웃어 준 내가 새끼 리자드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술을 뗐다.
“그럼 애 눈을 생각해서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하면 되겠구나.”
새끼 리자드맨은 수풀에 숨어 있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실 그럴 줄 알고 애한테 먹일 고기도 잘게 썰어서 챙겨 온 참이었다.
미리 챙겨 왔던 고기 주머니를 꺼내 새끼 리자드맨에게 안겨 주자, 새끼 리자드맨은 아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내가 먹을 과자를 안 챙겨 온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한 명이라도 입이 심심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자, 그럼. 창궐한 악을 향해 강건하게 맞서 볼까?”
다리를 꼬고 앉아 새끼 리자드맨을 쓰다듬어 주며, 나는 적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 물론 악은 너희야.”
특히 가운데에 선 프레시를 향해 웃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 * *
고요하고 평화로운 린데아 강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사무엘이 문득 눈을 들었다.
강의 건너편으로 울창하고 빽빽한 나무가 가득한 숲이 보였다.
사무엘이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숲은 린데아 강만큼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그 숲을 바라보는 사무엘의 시선은 그렇지 못했다.
일자로 입술을 꾹 다문 사무엘은 우두커니 서서 한참 동안 건너편을 응시했다.
뒷짐을 지고 있는 그의 손에 피가 비치도록 힘이 들어갔다. 그의 얼굴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듯, 몇 번이나 그의 다리가 움찔 움직였다.
그러나 기어이, 혹은 끝내.
그는 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애꿎은 주먹에만 힘을 줄 뿐.
* * *
사실 듀라한들을 전부 동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많이 쳐줘야 둘 정도만 내세워도 전부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찌의 듀라한들을 전부 소환한 건, 그간 나를 쫓아다니며 릴리아의 앞잡이 노릇을 해 준 프레시가 너무 짜증났기 때문이었다.
또한 과거에 릴리아의 편에서 나를 기만했던 원한도 더해졌고 말이다.
“이건 누가 봐도 몬스터의 습격이겠지.”
귀찮게 따라다니던 꼬리도 떼어 내고, 괜히 헛소리에 넘어가서 마법이 어쩌고저쩌고하는 황제도 설득하고.
일부러 주변의 나무 몇 개도 그럴듯하게 분질러 놓았으니 나중에 이곳을 발견하는 누구라도 몬스터의 소행임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듀라한들은 몬스터잖아?
“걔가 생각이 있으면 이제 나에게 사람을 안 붙이겠지.”
팔짱을 낀 채 시신을 응시하던 나는 이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릴리아는 생각이 없으니까 분명 또 사람을 시켜 내 뒤를 밟게 할 것이다. 다만 프레시만큼 유능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 테니, 훨씬 허술하고 따돌리기도 쉽겠지.
릴리아가 부리는 사람 중 가장 성가셨던 프레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건 참 다행이었다.
게다가 이자는 황궁에도 심어 둔 수하가 많고, 과거 황위 다툼 때에도 손을 거들었을 인간이라 내심 벼르고 있던 차였다.
‘일단 우두머리부터 쳐 냈으니 끄나풀 정리는 쉬울 거야.’
그러니까 그 정도는 하인리가 알아서 할 수 있겠지.
[민테는 여전히 강하구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닥쳐, 바크.]
요란하게 달려드는 바크를 발로 걷어찬 민테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나저나 숫자만 많았지 별거 아니었네.]
오랜만에 검을 잡았다며 기뻐하던 민테는 몇 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종료된 상황이 아쉬운 눈치였다.
민테의 말에 지고르가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숫자만 많은 개미 떼에 불과했어!]
[개미를 무시하다니! 지고르,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30배가 되는 무게를 들 수 있는 엄청난 곤충이다!]
트리스탄이 곧장 반박했다. 그러자 팔리데스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트리스탄, 너 요즘 여왕개미 만나?]
[아, 아니……. 개미굴에서 길을 잃었는데 우연히 여왕개미의 방에 들어가게 돼서…….]
개미굴에서 길을 잃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 와중에 우연히 여왕개미의 방에 들어갔다고?
애초에 호박벌이 개미굴에 어떻게 들어가?
내가 듣기에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진즉 바다거북으로 변신해서 새끼 리자드맨에게 안겨 있던 가닉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저런 쓸데없는 대화는 듣지 마라. 좋은 말만 듣고 자라야 해.]
[뀨!]
[근데 아까 고기는 많이 먹었니?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건강한데.]
[뀨우…….]
리자드맨의 균형 잡힌 식사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다양한 고기? 설마 해초도 먹는 건 아니지?
오랜만에 듣는 듀라한들의 잡담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내심 반가운 마음 역시 들었다.
살얼음판 같던 황궁이나 저택을 나와 이렇게 숲에 덩그러니 있으려니, 떠돌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말이다.
‘제논과 네시만 있으면 완벽한데.’
그러고 보니 네시를 못 본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네시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일행이 너무 시끄러워졌다면서 점잖게 혀를 찼을 텐데.
스멀스멀 치미는 아쉬움을 갈무리하는 사이 시끌시끌 떠들던 듀라한들이 하나둘 변신했다.
공터에는 파인 땅과 부러진 나무, 피 웅덩이와 차갑게 식은 시신만 남았다.
처참하게 변한 공터 풍경을 힐끗 본 내가 숲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얼른 나다브를 찾아야 하는데, 트리스탄. 곤충들은 별말 없어?”
[그러지 않아도 아까 인근에 있는 벌집을 들러서 협조를 구해 놨습니다!]
듀라한들 때문에 이 숲의 동물들은 죄다 도망간 지 오래였다. 그나마 곤충들은 남아 있기에 일단 트리스탄을 통해 수소문하고 있는데, 마땅히 건질만 한 정보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걱정 마세요, 대장. 나다브가 분명 다른 기사를 찾아서 잡아 두고 있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팔리데스의 말에 동의했다.
나다브는 진중하니까, 아마 새로운 기사를 만났다면 잘 설득해서 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