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00002.html
부활한 악녀를 찾지 마세요 2권
딸기모카







Section00003.html
부활한 악녀를 찾지 마세요 2권
지은이/ 딸기모카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6959-700-5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Section00004.html
목차
6. (2)
7.
8.
9.
10.
11. (1)
6. (2)
“저랑 사이가 안 좋다니까요? 절 보면 협조하지 않으려 들 겁니다.”
“어디 있는지만 알려 주면 나 혼자 만날게.”
“그놈이 아넬리 님을 신고할지도 모릅니다.”
“음, 그럼 신고하기 전에 협박해야겠네.”
아무리 대담한 자라고 해도 듀라한으로 협박하면 말귀를 알아듣겠지. 태평하기 짝이 없는 나의 대꾸에 제논이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나 정말 협박 잘할 자신 있는데.
“아니, 진짜. 굳이 만나셔야 합니까?”
“아공간을 다루는 실력 있는 사람이 드물다며.”
내 반박에 제논은 할 말을 잃은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못마땅한 표정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불만이 뭔데?”
“됐습니다. 맨날 나만 이상한 사람이지, 나만.”
“말을 해야 알지.”
“말해 봐야 이해도 못 하실 거 아닙니까.”
“그거야 말을 해 봐야 아는 문제고.”
뭐가 그리 서운했나 싶어 살살 달래자, 떨떠름하게 나를 외면하던 제논이 약간 누그러진 목소리로 투덜댔다.
“사람이 사이가 안 좋다고 하는데 신경은 요만큼도 안 쓰고…….”
“그대랑 안 좋은 거지 나랑 안 좋은 게 아니잖아.”
“내 이럴 줄 알았어.”
제논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내가 틀린 말 했어?
“애도 아니고, 본인이랑 사이 안 좋으니까 나도 아는 척 하지 말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 빈말이라도 좀 더 가까운 사람 편을 먼저 들어주면 덧납니까?”
“만나지도 않은 사람과 벌써 싸웠어? 무슨 편을 들어줘?”
나의 되물음에 제논이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제가 남들보다 섬세해서 감정이 들쑥날쑥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얼른 식사나 하죠.”
「됐어. 너에게 이해를 바란 게 잘못이었군. 신경 쓰지 마.」
제논의 대답을 듣자 잊고 있던 음성이 불시에 되살아났다.
어느 까마득한 날에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 그 말을 했던 막셀도 조금 전 제논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아니, 더 심했나?
막셀은 나의 냉담함에 진저리를 치며 대화를 포기해 버렸다. 그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누었더라?
“아넬리 님?”
그러니까, 막셀의 기사 중 하나가 몬스터와의 전투 중 큰 부상을 입었노라는 소식을 듣고 황태자 궁을 찾아간 날이었던 것 같다.
막셀은 황태자로 책봉된 이후 자신의 권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었고, 나는 행여 패배한 정적들이 그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늘 주의를 기울였다.
그날도 그래서 소식을 듣자마자 기사의 부재로 인해 발생할 구멍을 막셀에게 경고하러 갔다.
“식사 안 하십니까?”
다친 기사는 막셀의 측근이었다.
그는 가까이에서 막셀을 지키던 자였고, 나는 하루빨리 그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막셀은 사람이 부품도 아니고, 어찌 그리 쉽게 내쫓느냐며 나를 질타했었다.
“아넬리 님? 저기요?”
그 기사는 더는 막셀의 호위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이미 충분한 보상금도 받았으며, 퇴직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니 상대가 느낄 서운함을 고려해 당분간 그의 자리를 비워 두겠노라는 막셀의 말은 너무도 비합리적이었다.
게다가 막셀은 황태자가 아닌가. 티끌의 방심도 있어서는 안 될.
「그는 나에게 형제 같은 자였어. 나는 그의 자리에 다른 이를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하지만 막셀.」
「그만. 어차피 너는 이해하지 못할 테니, 이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해. 이만 돌아가, 아넬리.」
내게는 그저 그의 안위가 최우선이었을 뿐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사소한 방심으로라도 위험해지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막셀은 도리어 나를 실망스럽게 보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제 기사를 잃었다는 사실에 낙심하고 있는 막셀을 릴리아가 위로했다는 사실을.
얼굴도 모르는 제 측근의 부상 소식에 탄식하고 우는 릴리아에게 애틋함을 느낀 막셀의 감정까지.
“아넬리 님!”
시야에 불쑥, 사람의 얼굴이 끼어들었다. 멍하게 상대를 응시하던 나는 조금 늦게 상대방의 정체를 인지했다.
아, 제논.
그래. 나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막셀은 이제 영원히 만날 일이 없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별거 아니야.”
“마도구 때문에 그러십니까?”
나는 대답 대신 그가 미리 준비해 둔 음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각지도 않은 지점에서 떠올린 옛 기억 때문인지 괜스레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마도구 장인에게 연락해 둘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좀 투덜거린 거지, 안 모셔다드린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 표정을 본 제논이 마치 어르듯 말했다. 별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그는 제가 옹졸했다며 자학하기 시작했다.
“상황상 감정적으로 일 처리 하면 위험하다는 거 압니다. 제가 좀 어리게 굴었다는 거 인정하겠습니다.”
참 이상하다.
하인리는 내가 바라지도 않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니, 이번에는 제논이 헤아려 달라 하지도 않은 속뜻을 알아서 이해한다. 정작 그 모든 걸 바랐던 이는 나를 버렸는데.
물끄러미 제논을 응시하다가 덤덤하게 식기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그대 편을 들 거야.”
“그러니…… 예?”
“나도 더 가깝고, 덜 가까운 것 정도는 구별해.”
제논의 음식 솜씨는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단 입에 넣으니 있는 줄도 몰랐던 입맛이 돌고, 뱃속이 아우성쳤다.
조용히 음식을 씹던 나는 문득 조용한 주변을 깨닫고는 눈을 들었다. 제 몫의 고기를 씹고 있던 네시가 어느 순간부터 내 옆을 빤히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다브와 지고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따라 고개를 돌린 나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누가 봐도 감격한 얼굴의 제논이 입술을 삐죽삐죽 떨고 있었다.
“……울어?”
“울진 않습니다. 그냥 감동했을 뿐이죠.”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감동한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쯧, 심약한 수컷 같으니.]
[충성스러운 하인이다.]
[대장, 앞으로는 제가 더 충성하겠습니다!]
제논이 동물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참 다행이라는 것.
* * *
제논과 동행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따로 자리를 마련해 지고르나 나다브와 대화했다.
나다브는 지고르가 무언가 많은 걸 알고 있으리라 확신했고, 나도 내심 지고르가 어느 정도의 의문점을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감이 무색하게도 지고르는 나다브의 정수리에 앉아 시무룩하게 몸을 웅크렸다.
[죄송합니다, 대장. 아무리 고민해도 다른 기사 녀석 한 명의 소재 정도나 겨우 떠오릅니다.]
“뭐, 별수 없지.”
[대신 날개가 나으면 선봉에 서서 적의 접근을 가장 먼저 알아채겠습니다!]
“……아니야. 선봉에 안 서도 돼.”
나다브 정수리에 앉은 지금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거든.
심지어 지고르는 나다브의 풍성한 갈기가 퍽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일반적인 말보다 큰 나다브이니 작은 지고르의 입장에서는 둥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무리 봐도 지고르는 듀라한보다 뱁새의 삶이 진짜인 것 같았다.
“그럼 경로를 어떻게 짜야 하나.”
지고르가 떠올렸다는 동료 기사는 고향이 해안가 도시라고 했다. 유년 시절 해산물을 지긋지긋하게 먹어서 물고기라면 신물이 난다고 투덜거리던 게 떠올랐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신물 나게 먹을 정도로 어업이 발달한 해안가 지역이라면 한 군데 알고 있는 곳이 있다.
나다브가 준 와이번이라는 힌트로 지고르를 찾았으니까 지고르가 주는 힌트 역시 또 다른 듀라한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겠지.
아마도 이런 식의 꼬리 잡기를 통해 듀라한들을 거두어야 하는 듯했다.
다만 해안가로 가는 방향과, 아공간 마도구를 구하러 가야 하는 방향이 정반대라는 게 문제였다.
“역시 아공간 마도구를 먼저 구하는 게 좋겠어.”
바닷가에서 무슨 종류의 동물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덜컥 듀라한부터 거둘 게 아니라 이 녀석들을 보관할 아공간을 먼저 얻는 게 나을 것이다.
괜히 데리고 다니기 곤란한 녀석이라도 나타나면 큰일이잖아.
최대한 신출귀몰하게 움직이고 싶어서 지도를 요리조리 뜯어보는데, 마도구 장인에게 연락하러 갔던 제논이 돌아왔다.
“아넬리 님, 보름 정도 걸린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혹시 제논이 연락해서 일부러 작업을 늦게 해 주는 건 아닐까? 그러게 내가 직접 의뢰한다니까, 굳이 자신이 연락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보름 만에 아공간 마도구를 만드는 것부터 미친 짓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에만 매달려도 넉넉하게 한 달은 잡아야 하는 일인걸요. 하물며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라니……. 제가 둘러대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아십니까?”
“보통 그 정도 의뢰 금액이면 사정은 안 물어보던데.”
“하……. 이 인간은 그런 인간이 아닙니다. 아무튼 필요하다고 하시니까 가긴 하는데, 후…….”
제논은 지친 표정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어지간히도 연락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사이가 안 좋다고 했으니 아무리 돈 주고 하는 의뢰라도 내키지 않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