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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6권 (완결)
마르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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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6권 (완결)
지은이/ 마르멜로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7306-220-9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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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02.
03.
외전 01.
외전 02.
외전 03.
외전 04.
외전 05.
외전 06.
01.
달그락, 찻잔을 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린 후, 깜빡깜빡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천천히 시야가 돌아왔고 눈에 담긴 것은 낯선 천장, 그리고 푹신푹신한 소파 위였다.
따뜻한 빛과 축축한 공기, 상쾌한 나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칼릭스의 청량한 향기와 닮아 있었다.
“윽.”
나는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고통에 머리를 꾹 눌렀다.
“이제 일어나셨군요? 정신을 차리지 못해 걱정했답니다.”
녹아내릴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뜻밖의 인물을 마주한 난 놀라움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카텐 백작님……?”
카텐 백작이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여전히 병약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이게 무슨…….”
뜻밖의 인물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자꾸만 현기증이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거리의 상황이 위험한 것 같아서 제가 이곳으로 모셔 왔습니다.”
카텐 백작은 날 보며 명화라도 감상하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순수하게 나를 구했다기엔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축복 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것과 칼릭스에게 약점이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떠올렸다.
‘경계해야 해.’
슬쩍 주변을 둘러봤지만, 무기로 삼을 만한 물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침착하자.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기 위해 나는 입을 열었다. 생각 외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이벨리아를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그녀와 이야기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내 말에 카텐 백작이 이해한다는 듯이 웃음을 듬뿍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시중을 들 아이가 있어야 편하시겠지요.”
시중?
영문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카텐 백작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핑거 스냅으로 딱딱 소리를 내자 멀리서 이벨리아가 나타났다.
난 이벨리아의 모습을 보며 안심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내 걱정은 기우였나 보다. 그 순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윽.”
“저런. 아직 머리가 아픈가 보군요.”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혹시 마물로 사람들이 많이 다친 건가요? 칼릭스…… 트라시아 소공작은 어떻게 됐나요?”
“저도 급하게 대피하느라 거기까지는 모르겠군요.”
뭐, 뭐라고?
생각 못 한 그의 대답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아하게 턱을 괴며 나를 보던 카텐 백작이 이벨리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딸아, 치료하거라.”
그러자 이벨리아는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축복 능력을 사용했다.
‘어?’
은은한 빛이 감돌던 이벨리아의 치유 능력이 내게 쏟아졌다.
잠시 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끔찍한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벨리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흠칫하고 말았다.
“……!”
텅 비어 있는 듯한 그녀의 눈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꿈에서 봤을 때와 똑같아.’
그리고 꿈속에서 맡았던 풀냄새가 났다. 이벨리아는 분명 세뇌 상태였다. 내 손끝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도대체…… 이벨리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내 물음에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카텐 백작이 손끝으로 내 턱을 들어 올렸다.
“지금 내 딸아이를 걱정할 처지가 아닐 텐데요.”
카텐 백작의 싸늘한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음습하고 추악한 시선은 내 모든 것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열한 눈빛에 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 설마. 당신이 날 납치한 건가요……?”
카텐 백작이 처연한 얼굴로 웃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요. 내가 그랬어요. 난 라일라 양의 축복 능력이 탐나니까요.”
“뭐라고요?”
나는 카텐 백작이 내 축복 능력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체 어떻게…….”
카텐 백작이 허리를 쭉 펴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의 눈동자에 기묘한 빛이 차올랐다.
“난 피부의 접촉을 통해 축복자의 능력을 알 수 있지요.”
“어떻게 그런……! 당신 축복자가 아니잖아!”
재밌다는 듯이 킥킥 소리를 내며 웃던 카텐 백작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요, 안타깝게도 난 축복자는 아닙니다. 이제라도 내 손에 라일라 양이 떨어져서 참 다행이지요. 어여쁜 카나리아는 아름다운 이 화원의 새장 안에 있어야 하니까요.”
나는 납치 당하기 전에 호위 기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찾았다. 내 카나리아.’
등 뒤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는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카텐 백작은 특유의 연약한 미소를 머금으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요. 내가 카나리아를 해코지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 오히려 내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웃기지 마.
난 서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유스넨 황태자가 라일라 양을 탐내기 전에 내가 이곳에 숨긴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요. 난 라일라 양의 몸뚱이 따윈 관심조차 없으니.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은 라일라 양의 축복 능력뿐이니까요.”
유스넨의 이야기에 불길한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당신을 위해서 축복 능력을 쓸 리가 없잖아!”
카텐 백작은 눈을 크게 뜨고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모습이 이벨리아와 너무 닮아서 더욱 섬뜩했다.
그러자 죽은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즐거워하던 카텐 백작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휘었다.
“아주 즐겁군요.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그러고는 내게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지 않지만…….’
그러나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그가 쥔 패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아는 게 급선무였다.
결국 난 그의 뒤를 따랐다. 내가 움직이자 이벨리아가 내 곁에 머물며 뒤를 쫓았다.
온실은 이름 모를 나무와 꽃들이 꽉 들어찬 아름다운 곳이었다.
꼭 천상의 낙원이 있다면 이렇게 생긴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싱그러운 향이 풍겼다.
납치된 게 아니라 여행지에 놀러 왔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근사한 곳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이곳은 내가 전혀 모르는 장소의 온실이었다.
순간, 나는 테오도르 교황님을 떠올렸다.
‘잠깐! 내게 로사리오가 있었지.’
난 쿵쿵 뛰는 심장을 간신히 누르며 카텐 백작을 따르는 길에 나뭇가지를 소리 나지 않게 꺾어 뒤로 감췄다.
‘위험해지면 로사리오를 써서 도망치면 돼.’
아까는 상황이 급박해 로사리오를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교황님이 주신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온실은 어지간한 저택보다 넓었고, 조여드는 긴장감에 걸음걸이는 한없이 더뎠다.
철골과 유리로 된 문 앞에 다다르자, 카텐 백작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문밖에 있는 사람이 보입니까?”
옆으로 물러나는 카텐 백작을 경계 어린 표정으로 보며 유리창 밖의 풍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맙소사!”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나뭇가지가 툭 떨어졌다.
나는 벌어지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온통 요정 장미였다.
칼릭스가 내게 선물로 줬기 때문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얀 장미 꽃봉오리에 가운데 부분만 분홍색으로 물들인 아름다운 여신의 꽃. 투르바드 제국의 상징인 그 요정 장미였다.
“그렇다면 여기는…….”
“맞습니다, 오직 제국의 황제만이 출입할 수 있는 요정 장미를 키우는 온실이지요.”
단단하게 닫힌 문 너머로는 끝도 보이지 않게 요정 장미가 가득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