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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5권
마르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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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5권
지은이/ 마르멜로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7306-219-3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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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02.
03.
04.
05.
01.
‘이벨리아.’
헤더가 이벨리아를 보고 헉, 소리가 나는 입을 가렸다.
이렇게 또 만나는구나.
난 울렁거리는 기분을 감추기 위해 드레스 치맛자락만 꾹 움켜쥐었다. 예법에 맞게 인사하던 이벨리아가 나를 보고 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뵙네요. 브릴스턴 후작 영애.”
“반가워요. 카텐 영애.”
그래도 여주인공 이벨리아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움이 퐁 샘솟았다.
이벨리아는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우아한 색감이 그녀의 흰 피부를 돋보여 무척 잘 어울렸다.
길게 내린 분홍색 머리카락이 봄날에 핀 벚꽃처럼 사랑스럽고 청초했다. 그녀의 청록색 눈동자는 영리하게 반짝거렸다.
그때였다.
난 이벨리아를 바라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
그녀의 한쪽 가슴에 달린 카메오 브로치는 분명 내가 알고 있던 것이었다. 빈센트의 카메오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다른 쪽은 꽃이거든.”
빈센트가 보여 줬던 카메오는 여인의 손에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은 모양이었는데, 이벨리아의 카메오는 여인이 꽃을 들고 있는 모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벨리아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였다.
“마님, 마지막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집사의 말과 함께 마지막 영애가 도착하자, 티파티의 분위기는 소리 없는 경악과 함께 정적에 휩싸였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멀 자작 부인.”
방금 도착한 그녀는 색이 진한 금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지닌 청초한 느낌의 미녀 샬럿 페알린 백작 영애였다.
샬럿은 우아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다 곧 티파티장에 있는 이벨리아를 알아보고 살기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호스트인 케이트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고, 티파티 장에 있던 영애들은 조용히 술렁거렸다.
‘하필이면 이 자리에 저 두 사람이 만날 게 뭐람.’
케이트가 난처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초대객들이 모두 도착했으니 티파티를 시작할게요.”
어쩐지 망할 것이 분명한 티파티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색적인 온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 * *
이국 과자들과 커피가 고소한 향기를 풍기며 영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달콤한 디저트들로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는 잠시나마 활기를 띠었다.
난 꿀에 절인 대추야자를 먹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쫀득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서 커피와 무척 잘 어울렸다. 역시, 단것을 먹으니 복잡하던 마음이 약간 느슨해졌다.
티파티는 형식적인 말들이 오고 가며 우아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케이트는 주로 린지 백작 부인과 대화하였고, 간간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 이국의 과자를 소개했다. 나름 영애들을 살뜰하게 챙겨 주면서 호스트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었다.
난 이벨리아의 뚫어질 것 같은 시선을 외면하며 커피잔의 테두리만 만지작거렸다.
‘부담스러운데.’
그도 그럴 게 이벨리아는 시종일관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샬럿은 그런 이벨리아를 매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았고, 다른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분위기에서 마른침만 꿀꺽꿀꺽 삼켰다.
헤더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카텐 영애는 수도에 온 지 얼마나 되셨나요? 저도 어릴 때 수도에 와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벨리아는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싱긋 웃었다. 그녀의 주변에 벚꽃이 만개한 것처럼 화사했다. 그저 웃기만 했는데도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작년, 가을쯤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식물에 조예가 깊으셔서 황제 폐하의 부름을 받았거든요.”
“와! 그렇군요. 저희 아버지도 그런 경우인데 반갑네요.”
헤더가 자기와 비슷한 경우인 사람을 만나서 기쁘다며 눈꼬리를 휘었다.
탁―!
샬럿이 커피잔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자, 이벨리아를 향했던 시선이 한꺼번에 그쪽으로 쏠렸다.
“카텐 영애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계시네요. 하! 백작님이요? 그걸 누가 믿어 줄까요?”
“네?”
그러자 헤더가 당황한 표정으로 샬럿을 바라봤다.
“식물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진 카텐 백작께서 왜 학자가 아닌, 황제 폐하의 보좌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건 무슨 경우인가요?”
그 순간, 티파티장이 순식간에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조용해졌다. 나는 샬럿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이벨리아 아버지가 황제의 보좌관이 된다고?’
외전 속에는 없던 일이었다.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벨리아의 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아버지께서는 식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저명한 학자십니다. 황제 폐하의 임명 요청은 예전부터 있었고요.”
힘이 들어간 목소리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이벨리아가 내키지 않는 듯 답했다.
“그런데 페알린 영애. 아직 임명장도 내려지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를 발설하는 것은 황궁 시녀로서 큰 죄가 아닐까요?”
“하!”
샬럿이 이벨리아를 예리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꼭 먹이를 앞둔 포식자 같은 모양새였다. 우아한 샬럿의 이미지와 전혀 달라 보였다.
“카텐 영애, 내 죄를 운운하기 이전에 아무 남자에게나 꼬리치는 코르티잔 같은 짓이나 그만두죠.”
또 한 번 티파티 장에 한파라도 닥친 듯 꽁꽁 얼어붙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벨리아는 별다른 타격 없다는 듯 차갑게 대꾸했다.
“오늘은 어떤 남자에게 꼬리를 쳤다던가요? 하도 들리는 말이 많아서 셀 수가 없네요. 어제는 황제 폐하, 오늘은 황태자 전하인가요? 내일은 교황 성하?”
그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샬럿이 김이 올라온 커피잔을 이벨리아의 몸에 확 뿌렸다.
‘안 돼!’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부채를 들고 손을 뻗었다.
뜨거운 커피가 내 손에 모두 쏟아졌다. 순식간에 화끈거리는 작열감이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라일라!”
“아읏……!”
내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통스러워하자, 샬럿과 이벨리아의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었다. 초대객들 역시 소리 없이 경악했다.
“페알린 영애 이게 무슨 예의 없는 짓인가요! 라일라, 괜찮니? 카텐 영애 괜찮으신가요? 하녀장, 서둘러 의원을 불러오고 수건을 가져와.”
당황한 케이트가 하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라라, 괜찮아?”
헤더가 재빨리 찬물에 담근 냅킨을 내 손에 둘렀고, 나는 화끈거리는 손을 붙잡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난 괜찮아.”
한껏 굳어 있던 이벨리아가 황급히 치유 능력을 사용했다.
“미, 미안해요. 브릴스턴 영애.”
샬럿이 흔들리는 눈으로 입을 달싹거렸다.
시원한 기운이 닿는 것과 동시에 화끈거리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정말 대단한 축복 능력이었다.
몇 번 칼릭스의 치유 능력을 본 적 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완벽한 치유 능력은 처음이었다.
“어때요?”
이벨리아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자 나는 이미 멀쩡해진 손을 흔들며 싱긋 웃었다.
“하나도 안 아파요.”
그제야 안심한 이벨리아가 별것 없다는 듯 드레스에 뿌려진 물기를 툭툭 걷어 냈다.
하녀들이 이벨리아의 몸을 수건으로 닦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늦게 뭔가를 확인한 샬럿의 눈이 회까닥 돌았다.
아까보다 더욱 분노하는 것 같은 샬럿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이벨리아의 뺨을 내리쳤다.
짝―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정지했다. 새빨갛게 낯빛이 변한 샬럿이 주머니에서 브로치 하나를 꺼냈다.
“……!”
나는 샬럿의 브로치를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목 끝까지 차오른 비명을 간신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것도 빈센트의 카메오 브로치랑 똑같잖아?’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빈센트의 카메오 브로치가 티파티 장에서 동시에 두 개나 나오다니?
“그 브로치, 누가 준 거야?”
화가 오를 대로 오른 샬럿이 이를 악물었다. 이벨리아가 황당한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무슨 오해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브로치는 저희 아버지께서 어릴 때 제게 물려주신 거예요.”
“거짓말하지 마! 황태자 전하께 받은 거잖아.”
샬럿이 분노를 참지 못하며 입술을 피나도록 깨물었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벨리아가 미간을 잔뜩 구겼다. 그는 아까보다 더욱 차분한 목소리로 샬럿을 응시했다.
“사실이에요. 이건 제 아버지께서 주신 거예요. 그리고 이 브로치는……!”
“이리 내!”
곧장, 샬럿이 이벨리아에게 달려들며 그녀의 머리를 휘어잡았다. 누가 말리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고용인들이 두 사람을 말리려는 순간에도 샬럿은 이벨리아의 드레스에 붙은 브로치를 우악스럽게 떼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