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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4권
마르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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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4권
지은이/ 마르멜로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7306-218-6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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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02.
03.
04.
05.
01.
“옷은 왜?!”
칼릭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자 나는 어이없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네.’
괜히 오기가 발동해서 눈을 가늘게 뜨며 칼릭스를 장난스럽게 쳐다봤다. 수증기 가득한 둘만 있는 온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어쩐지 묘하게 느껴졌다.
‘어?’
칼릭스의 목울대가 갑자기 울렁거리며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저 이상한 눈빛은?’
나는 화드득 놀라서 칼릭스의 셔츠에서 손을 떼었다.
“자, 장난이야. 축복 능력으로 봤는데, 이 온천물에 상처를 치유하는 효능이 있대. 나한테는 치유력으로 아픈 부분 다 치료해 주고 정작 너는 피나잖아.”
내가 허리에 손을 얹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칼릭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앉아 봐.”
나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온천 옆에 적당히 평편해 보이는 바위를 가리켰다.
꼼지락거리며 주섬주섬 셔츠를 벗은 칼릭스의 고운 살결이 드러났다. 긁힌 상처들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프겠다.”
나를 보호하느라 여기저기 부딪히며 다쳤을 칼릭스를 생각하자 한쪽 가슴이 쿡쿡 쑤시듯 아팠다.
피딱지가 생긴 붉은 실선들은 그냥 보기에도 아파 보였다.
이렇게 하얗고 예쁜 피부에 흉터라니!
도저히 안 될 일이었다.
“빨리 성에 돌아가서 치료받자.”
날 살려 줬다는 고마움과 별개로 상처투성이인 칼릭스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머리라도 다치면 어쩔 뻔했어.’
나는 속상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온천물에 적셔 온도를 확인했다.
[오스 : 상처를 아물게 하는 효능의 온천수.]
정확한 온도를 알 수 없어서 손수건을 담가 적당한 온도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딱 좋아.’
추운 날씨 탓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적당히 따뜻했다.
온천물에 적신 손수건을 꽉 짠 후 칼릭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나서 피가 묻은 상처 부분을 조심스럽게 닦아 내기 시작했다.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하는 칼릭스를 보고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나저나 등판 정말 넓다.’
몸이 좋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과하지 않게 잘 짜인 등 근육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침을 스읍, 하고 닦았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나는 최대한 속마음을 감추며 칼릭스의 상처를 마저 닦아 주었다.
얼추 칼릭스의 상처 닦기가 끝났으니 이제 내 차례였다.
“그럼 나도 씻어 볼까.”
“뭐?”
내 말에 칼릭스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헉!’
그 덕분에 울퉁불퉁한 복근과 단단한 가슴, 넓은 어깨가 한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칼릭스가 빨개진 귀를 감추며 다시 셔츠를 주워 입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대충이라도 닦아 내려고. 얼굴이랑 머리가 엉망이야.”
오두막의 쌓인 먼지와 젖었던 눈 때문에 거지가 따로 없었다.
칼릭스의 축복 능력으로 옷과 몸은 물기 하나 없이 말라 있었지만, 더러워진 얼굴만이라도 씻어 내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었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온천이 있는데 그냥 돌아가기도 아쉽잖아?
내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눈을 깜빡거리자 칼릭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잠깐 나가 있을 테니까. 편하게 해.”
칼릭스는 내 주위로 결계를 쳐 준 후 뒤를 돌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의 귀와 목덜미가 새빨갰다.
‘씻는 건 나인데 왜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건데?’
동굴 밖으로 잽싸게 사라진 칼릭스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만 끔뻑거렸다.
칼릭스의 축복 능력 중 하나인 치유력 덕분에 생채기 하나 없었지만, 눈이 쌓인 산행으로 온몸이 근육통으로 욱신거리고 몸 구석구석에서 찝찝함이 느껴졌다.
‘얼른 씻어야지.’
두 손으로 머리와 손, 얼굴을 씻어 냈더니 그나마 좀 사람 같아졌다.
온천수의 물이 좋은지 피부가 보송보송한 느낌이었다.
‘동굴을 개발해서 관광지로 써도 좋겠는걸.’
나는 아까 칼릭스가 앉았던 평편한 바위에 앉아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오늘은 달도 자취를 감춘 어두운 밤이었기에 지금 당장 하산하는 것은 위험하겠지.
다시 산이 진동하며 지반이 무너질지도 모르고 마물이나 동물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사냥터지기의 오두막이 있었던 것 자체가 어쩌면 기적일지도.’
눈사태에 휘말리면서 느꼈던 기억들이 꿈처럼 조금씩 멀어져 가자, 급 허기가 밀려들었다.
난 곧바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필리아가 챙겨 준 벌꿀 캐러멜 조금이랑 먹기 좋게 잘린 쇠고기 육포, 그리고 예전에 납치 사건 이후로 아빠가 특별히 주문 제작해 준 휴대용 성냥이었다.
‘육포와 캐러멜은 칼릭스와 나눠 먹으면 되겠다.’
포만감은 느낄 수 없겠지만, 배고픔은 채울 수 있을 테니까 하산할 때 조금은 덜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쪽 주머니 손을 집어넣는데 뭔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 키링.’
그건 미믹이 뱉어 낸 은색 조각에 체인을 달아서 만든 키링이었다.
칼릭스에게 보여 주려고 들고 왔었는데 마물을 없애는 데, 쓰일 줄은 몰랐다. 라비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생각에 기분이 유쾌해졌다.
“응? 이상하네. 전보다 더 반짝이는 것 같은데?”
나는 프리즘처럼 오색으로 빛나는 키링을 의아하게 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배 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뭐해?”
이 육포를 물에 넣고 끓여서 수프를 만들어야 하나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어느새 돌아온 칼릭스가 내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멀찍이 서 있었다.
“배가 고파서 주머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있었어. 다행히 아까 필리아가 챙겨 준 게 있으니까 같이 먹자.”
나는 칼릭스에게 육포와 벌꿀 캐러멜을 한 손으로 들고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곁에 다가온 칼릭스의 손에는 야생 베리와 버섯이 가득했다.
“널 두고 사냥할 순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이거라도 먹어.”
“우와! 맛있겠다.”
칼릭스는 야영에 익숙한 기사답게 금세 불을 피우고 버섯을 구웠다. 고소한 버섯구이 냄새가 위장을 자극했다.
“자, 먹어 봐.”
칼릭스가 불에 잘 구워진 버섯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구운 버섯을 조그맣게 찢어 입에 쏙 집어넣었다.
소금이 있었으면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냥 불에 굽기만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향기로운 냄새, 쫄깃한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맛있어?”
“응. 정말 최고야. 너도 얼른 먹어.”
칼릭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육포도 따끈하게 구워서 함께 나눠 먹었다.
베리는 신맛이 강하긴 했지만, 자꾸자꾸 손이 가서 입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집어 먹었다.
칼릭스가 손을 뻗어 내 얼굴에 묻은 묽은 과일의 즙을 손가락으로 닦아 주었다.
“묻었어.”
나는 괜히 민망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꼭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가심으로 벌꿀 캐러멜까지 야무지게 먹으니 위기 상황임을 잠시 잊고 야생 캠핑이라도 온 것같이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왜 웃어?”
“그냥. 사실 이렇게 웃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인데. 네가 있으니까 그냥 놀러 온 것 같아.”
“내가 있어서?”
“응. 나 혼자였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을 텐데. 너랑 함께 있으니까 든든해.”
칼릭스의 얼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소가 번져 눈이 부셨다.
‘왜 저렇게 예쁘게 웃어.’
나는 머뭇거리다 놀리는 투로 말했다.
“오구오구. 내가 죽을까 봐 그렇게 슬펐어?”
장난으로 칼릭스의 팔을 팔꿈치로 미는데, 그가 내 손을 붙잡았다.
“라일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