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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1권
마르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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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요? 1권
지은이/ 마르멜로
발행인/ 박성인
책임편집/ 편집부
펴낸 곳/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
주소/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 180, 광희빌딩 4층
대표전화/ 02-980-2116
블로그/ blog.naver.com/dan_gul
신고번호/ 제2017-000030호 신고일자/ 2017년 12월 19일
등록번호/ 831-88-01041 등록일자/ 2017년 12월 20일
ISBN 979-11-7306-215-5 (05810)
(주) 삼양씨앤씨 - 피오렛의 서면 허락없이는 어떠한 형태나 수단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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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1.
02.
03.
04.
05.
01.
“이, 이게 뭐야?”
난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림자를 두른 검> 소설 속 여자주인공이자 내 최애인 라비나가 외전에서 죽는다고?!
우리 언니 꽃길만 걷는 걸 보려고 외전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떻게 여주를 죽일 수가 있어?
평생 충성을 외치던 작가한테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았다.
칼퇴근도 마다하고 텅 빈 사무실 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
“집에나 가자…….”
난 체념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핸드폰을 구겨 넣었다.
엘리베이터를 탈까 하다 비상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터덜터덜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외전 속 내 최애가 죽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내 코끝이 시큰해지더니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우리 라비나 언니 어떡해.’
나는 소설 속 여주인공 라비나가 정말 좋았다.
불행한 삶을 살던 그녀가, 힘든 상황을 이겨 내고 행복을 손에 쥐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주인공을 외전에서 죽여 버릴 수가 있냐며 서러움으로 흐려진 눈가를 거칠게 닦았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휘청거리다 결국 발을 헛디뎠다.
“꺄악!”
쿠당탕― 소리와 함께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머리에서 따뜻한 무언가 흘러내리며 시야가 새카만 잉크를 푼 것처럼 어둡게 물들었다.
* * *
“윽.”
한쪽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심하게 아팠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떠보니 낯선 풍경이 이질적이었다.
“주인님! 아가씨께서 눈을 뜨셨어요!”
군청색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미남이 비틀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라라, 아빠는 너마저 잃는 줄 알고…….”
남자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새파란 눈동자에 눈물만 그렁그렁 매달았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남의 눈물은 옳아.’
나는 잘생긴 성인 남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난 고아인데 아빠라니.
까칠한 입술을 떼어 겨우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남자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어졌다.
* * *
“아무래도 계단에서 떨어진 사고로 기억 상실이 온 것 같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의원이 진찰 도구를 내려놓았다.
“기, 기억 상실이라니?”
아까부터 내 아빠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의원에게 재차 물었다.
“다른 외상은 없으니 곧 기억이 돌아오실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지요.”
의원의 말에 그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 딸, 걱정하지 마. 아빠가 온 제국을 다 뒤져서 네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안 된다면 교황님이라도 모시고 오마.”
그러고는 걱정 어린 말로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를 멀뚱히 지켜보던 나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그냥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뿐인데 갑자기 나타난 외국인이 내 아빠라니.
‘내가 머리를 많이 다쳤나?’
갑자기 온몸에 불길한 소름이 돋았다.
‘혹시……. 이거 그거 아니지?’
나는 불안한 마음에 주먹만 쥐었다 폈다. 그러는 사이에 보이는 내 손이 고사리손같이 앙증맞고 작았다.
뭐야, 이거?
“저 거울, 아니 화장실.”
내가 침대에서 급하게 허리를 일으키자, 남자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아빠가 데려다주마.”
응? 어딜 데려다준다고? 설마 화장실?
“자, 잠…….”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깨지면 안 되는 유리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몸을 움찔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안아 준 건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지만, 따뜻한 온기와 함께 생각보다 편안했다.
갈색 머리의 남자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화장실 앞에 나를 내려 주었다.
“머리가 다시 아프면 아빠나 올가를 부르거라.”
처음 받아 보는 살가운 말투와 더없이 포근한 시선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와…….”
온통 대리석과 금으로 치장된 번쩍이는 화장실은 내가 살던 반지하 방의 몇 배는 될 정도로 크고 고급스러웠다.
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정교하게 장식된 거울 앞에 섰다.
“헉!”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거울에 비친 여자아이는 이제 막 8살쯤 됐을까?
꿀을 바른 듯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 머리카락에 투명한 흰 피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담은 것처럼 신비로운 푸른색 눈동자와 인형처럼 조화로운 이목구비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너무 예쁘다.’
유명한 명화에 그려진 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앙증맞아서 나도 모르게 등 뒤에 날개가 달린 건 아닌지 고개를 돌렸다.
혹시 내가 죽어서 천사가 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울 속 미모에 감탄하고 있던 것도 잠시.
“악!”
갑자기 누군가 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통증이 일었다.
외마디 비명에 놀란 남자와 하녀가 문을 벌컥 열었다.
“라라!”
“아가씨!”
휘청거리는 내 몸을 남자가 서둘러 잡아 주었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온갖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에서 떨어지기 전 읽었던 <그림자를 두른 검> 외전 속, 내 최애인 라비나의 아들 칼릭스에게 온갖 패악질을 하다가 목이 잘려 죽는 악녀.
“라일라 브릴스턴?”
몸의 이름을 입에 담자마자 또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 *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려 눈을 떠 보니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이었다.
‘어떡하지.’
남들 다 한다는 소설 속 빙의를 나도 했다. 하필이면 최애의 아들에게 못된 짓을 하다가 죽는 악녀로.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처럼 축 늘어졌다.
‘원래 내 몸은 죽었을까?’
나는 불안한 마음에 죄 없는 손톱만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25년의 생이 어이없게 끝났다는 사실이 서글퍼져 몸을 동그랗게 움츠렸다.
‘말도 안 되지만 이 몸에 빙의한 이상 이제 나는 라일라야. 정신 차려.’
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뒤로한 채 소설 속 내용을 떠올렸다.
<그림자를 두른 검>은 여주인공 라비나가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소드마스터로 성장하며 북부 공작인 남주 가렌을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
나는 올곧고 정의로운 성격의 라비나가 환상적인 검술로 마물과 흑마법사들을 처단하는 걸크러쉬미에 덕통 사고를 제대로 겪으면서 그녀의 덕질을 시작했다.
고아로 남들에게 무시당하며 살던 나와 달리 힘겨운 삶을 스스로 이겨 내고 성장하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비록 종이 언니 덕질이라지만 라비나를 향한 나의 팬심은 애정으로 가득했었다.
‘외전이 올라온다는 공지를 보고 신이 났었지.’
나는 그저 공작령으로 간 주인공들이 아들이나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여주랑 남주를 죽이는 작가가 제정신이냐고!’
라비나가 죽었던 부분을 떠올리자 없던 혈압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무슨 의도였는지 외전의 시작을 부모인 가렌과 라비나를 잃은 칼릭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칼릭스는 어머니인 라비나와는 반대로 사람들을 믿지 않는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칼릭스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태중 약혼 관계였던 나, 라일라 때문이었다.
트라시아 공작가와 브릴스턴 후작가는 절친한 친우 관계였고 그런 인연을 생각했을 때 칼릭스와 라일라의 약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