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돌 08권
신의 아이돌 08권
신의 아이돌
08
박굘
신의 아이돌 08권
차례
Chapter 01. K on - 2
Chapter 02. Take on me, Take me on - 1
신의 아이돌 08권
Chapter 01. K on - 2
끼익, 사무실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두 기자가 평소처럼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
“…….”
순식간에 동료 기자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커피잔을 들고 있던 연예부 김성태 부장이 황급히 두 기자들에게로 다가왔다.
“아이고! 우리 정 기자! 최 기자! 왔어?”
“네, 네?”
정세희가 주춤거리며 기겁했다. 최미연도 눈만 깜빡거렸다.
“피곤하지? 고생 많았어. 우리 정 기자! 최 기자!”
김성태 부장의 눈동자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더니 기자들을 둘러보며 눈알을 부라렸다.
“우리 자랑스러운 정 기자랑 최 기자가 특종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다들 뭐 하고 있어?!”
호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성태 부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뭐 해? 다들 엉덩이가 왜 그렇게 무거워?!”
기자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정세희와 최미연을 향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간절한 눈동자를 읽은 정세희가 썩은 미소를 머금었다.
“부장님, 저희 기사 내보내야 하니까 좀 비켜 주실래요?”
“어, 어? 그래, 그래야지.”
“커피는 제가 마실게요. 저 주시려고 타신 거죠?”
“그, 그럼! 그렇고말고!”
정세희가 김성태 부장의 커피를 가볍게 빼앗아 버렸다.
“부장님, 저도 커피 한 잔만 타 주세요.”
“최 기자? 커피? 그럴까?”
최미연은 한술 더 떠 커피까지 타 오라며 심부름을 시켰다. 평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김성태 부장은 그저 두 기자의 눈치만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저기 말이야. 그럼 기사는 언제쯤 내는 건가?”
김성태 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정세희가 팍, 인상을 썼다.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왜 그렇게 자꾸 부담을 주세요? 어련히 잘 썼을까요? 부장님?”
“아, 그렇지? 미안, 정 기자. 내가 실수했어.”
김성태 부장이 쩔쩔매는 모습에 기자들이 고소하다는 얼굴을 했다.
“가자, 최 기자.”
“네, 선배님!”
두 기자가 당당히 자리로 향했다. 그러다 두 기자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곳으로 향했다.
“…….”
박소은이었다. 서강우가 케이의 곡을 훔쳤다는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고, 한동안 드림 엔터와 서강우를 둘러싼 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오랜만이야? 뒷수습하느라 고생이겠네? 아니다, 미연아, 이거 수습이 가능할까?”
“수습이요? 아마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지? 어떻게 해? 박 기자? 동료 기자로서 정말 마음이 아파. 소은아.”
“저도요. 선배.”
두 기자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박소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희들, 지금 고소해 죽겠지?”
“고소하다고? 아니? 고소는 우리가 아니고 어울림 엔터랑 드림 엔터에서 하겠지.”
“…….”
어제 공식 석상에서 손태명 사장은 기자들을 훈계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다. 하지만 박소은은 예외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때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이 굴던 박소은이 이제는 더없이 초라해져 있었다.
“네가 그랬었지? 헛물켜고 다니지 말라고? 그거 알아? 솔직히 이번에는 우리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적어도 너처럼 기자로서의 양심은 팔지 않았어.”
날카롭게 쏘아붙인 정세희가 연필통에서 볼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잘 생각해 봐. 네가 아무런 책임 의식 없이 쓴 몇 글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바보가 되었는지를. 뭐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탁, 정세희가 책상 위로 볼펜을 내려놓았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도 대표적인 국민 기레기로 등극한 박소은이었다. 또한 소송이 아니더라도 이미 기자로서의 생명은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기자가 마침내 자리로 돌아왔다.
“미연아.”
“네. 선배.”
최미연이 USB를 꺼내 들곤 노트북에 꽂았다. 노트북 화면에 기사가 담긴 파일이 옮겨졌다. 밤새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기사를 세상에 선보이기 바로 직전이었다.
“…….”
“…….”
두 기자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 기사 속에 담긴 진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이 기사를 자신들의 손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에 두 기자는 전율을 느꼈다.
“선배, 전 준비됐어요.”
“그래. 기사 내보내자.”
탁, 두 기자가 편집부 이메일 주소로 기사를 전송했다.
“끄, 끝났다!”
최미연이 이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정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끝이 아니야. 신아도, 케이도 이제 시작이야. 그리고 우리도.”
“전 선배만 믿고 따라갈게요.”
두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들의 손에는 사직서가 들려 있었다.
* * *
[단독 보도! ‘신아’와 함께한 47일간의 낮과 밤, 그리고 케이.]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포털 사이트마다 똑같은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담백한 헤드라인에 기사도 하나뿐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연했다. 헤드라인에서 밝혔던 것처럼 기사 속에는 47일간의 날들과 케이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3층 사무실, 강우와 드림 엔터 식구들도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
“…….”
태연한 강우와 다르게 드림 엔터 식구들은 사뭇 긴장하고 있었다. 이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드림 엔터 식구들 입장에서는 쉽사리 이 기사를 읽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이 기사 속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아직 이 기사를 접한 대중들의 반응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강우야, 떨려.”
유나가 양팔을 쓸어내렸다. 강우가 먼저 사무실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뭐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니까 그냥 보죠.”
뒤이어 강우의 시선이 기사로 향했다. 기사의 서두는 두 기자가 강우를 처음 마주쳤을 때의 얘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서강우를 처음 마주했던 건, 공식 팬 카페에 올라온 이름 없는 소설 속이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서강우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깨달았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믿어 왔던 소설 속 망상이 어쩌면 거짓이 아닐 수도 있음을. (중략)]
지문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찍은 강우의 사진이 여러 장이나 실려 있었다.
―이 정도면 기자님들 신기 있는 거 아님? ㅋ
―와? 단 0.1%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는 건가?
―ㄹㅇ 참기자; 이런 분들이 시사 보도를 해야 하는데;
―ㅇㅈ 근데 사진 속 강우가 너무 멋있어 ㅠ
“제법인데.”
강우가 피식 작게 웃었다. 기사 내용은 형식적이기보다는 일기 혹은 관찰 일지에 가까웠다. 기자들의 관점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대중들에겐 더 깊은 울림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비록 서강우가 케이와 함께 나타나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우리는 도저히 직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ps. 훗날 서강우는 이때의 케이가 파비앙이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대박 ㅋㅋㅋ 그때 케이가 파비앙?
―소름 ㅋㅋㅋㅋㅋ 다 속았네?
―와? 진짜 몰랐어 ㅋ
―그러고 보니 둘이 체격은 똑같음
―식스센스급 반전 ㅋㅋㅋ
강우와 함께 나타났던 케이가 사실은 대역이었고, 그 정체가 파비앙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내 입장에선 마냥 좋지는 않아.”
“나도 마찬가지다.”
강우와 파비앙이 서로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직감을 믿기로 한 우리들은 무작정 드림 엔터테인먼트의 뒤를 밟았다. 놀랍게도 서강우가 향한 곳은 신아의 막내인 정유진의 촬영 장소였다. (중략)]
그리고 이어지는 사진 속에는 파주 한류 트레이닝 센터 앞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강우와 유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뭐야? 이거 유진이 머리만 길었으면 딱 그 그림인데?”
“대, 대진이 형!”
유진이 대진을 향해 엄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도 대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ㅋㅋ 둘이 같은 방 쓴다며?
―ㅇㅇ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 강우 ㅠ
―케이 인성 좋은데? SSMF 마치자마자 바로 동생 보러 온 거
―역시 갓 케이 ㅋㅋㅋ
“이제 대진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휘경이 빙그레 웃었다.
[서강우가 정유진을 데리고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죽마고우로 잘 알려진 김대진의 드라마 촬영장이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다시피 서강우와 김대진, 정유진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스태프들을 챙겼다. 또한 우리가 보았던 김대진은 연기를 향한 열정에 불타올라 있었다. ps.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대진은 서유희를 스승으로 모신다고 한다.]
기사에는 ‘권투 요정 오복희’ 촬영장 사진이 여러 장이나 담겨 있었다. 밥차에 올라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 강우와 유진, 그리고 손길을 보태고 있는 서유희의 모습까지, 또 두 기자들은 촬영장을 분주히 다니며 주먹밥을 나누어 주고 있는 대진의 모습도 담았다.
―이거 케이 맞음?
―케시오패스라며? 멤버들 챙기는 거 보소? ㅋㅋㅋ
―반전 매력인데? 그래서 신소들이 서강우 때문에 난리구나;
―김대진도 양아치인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른데?
―겉모습으로만 판단 ㄴㄴㄴㄴ
―와; 신아 멤버들 점점 호감
―그 와중에 서 배우님 단아한 거 봐 ㅋ
―스승과 제자라 ㅋㅋㅋ 진짜 어울리지 않는 조합
어느새 대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모습에 강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좋냐?”
“당연하지, 인마.”
순식간에 평판이 달라져 있었다. 대진의 입장에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날, 신의 소녀들을 마주쳤고, 드림 엔터의 김혜진 팀장과도 조우했다. 또한 기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때부터 부득이하게 사생팬으로 위장해야 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 기사를 보도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단락이 끝난 다음에는 분홍색 경차를 들여다보고 있는 김혜진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강우가 팬들을 위해 만든 주먹밥도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ㅋㅋㅋㅋ 오? 표정 뭐임? 미저리? ㅋㅋ
―푼수 팀장님 아니었음? ㅋㅋㅋ
―표정 봐 ㅋㅋㅋㅋㅋ 무서워
―그놈의 주먹밥 ㅋㅋ
―ㅇㅇ 주먹밥은 진짜 어디서든 나와 ㅋ
“김 팀장, 다 들통이 나 버렸는데?”
백동원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 망했어요.”
반면 김혜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무형’ 출연 이후에 푼수 이미지로 고생했는데, 이젠 미저리 프레임까지 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