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돌 07권
신의 아이돌 07권
신의 아이돌
07
박굘
신의 아이돌 07권
차례
Chapter 01. K is back - 2
Chapter 02. 서강우가 돌아오다!
Chapter 03. 악연의 굴레
Chapter 04. K on - 1
신의 아이돌 07권
Chapter 01. K is back - 2
검은색 고양이 헬멧에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 의상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한 ‘소녀혁명’의 모습에 뮤직홀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소녀혁명!”
“소녀혁명!”
뜨거운 환호와 함께 또각또각, 신비와 ‘소녀혁명’이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
“…….”
신비와 ‘소녀혁명’ 멤버들이 헬멧으로 두 손을 올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고양이 헬멧의 좌우 측면 부분으로 X자로 교차된 분홍색 깃발 문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자의 이름과 함께 ‘X_X’로 표시된 분홍색 눈과 입이 생겨났다.
놀랄 일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소녀혁명’ 앞으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어쿠스틱 기타에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키보드까지. 밴드 멤버들이나 사용할 법한 악기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비를 제외한 ‘소녀혁명’ 멤버들이 각자 악기 하나씩을 잡았다.
그사이 신비는 몸을 돌려 케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스크린으로 이 모습이 생중계로 흘러나왔다.
“……?”
느닷없는 신비의 돌발 행동에 관객들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
케이의 헬멧으로도 붉은색으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비가 계단을 밝곤 케이의 앞에 섰다.
케이와 신비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었고, 와아아!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나 잘할 수 있겠지? 강우야?”
한편 신비는 떨리는 마음에 강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연습은 충분히 했으니까. 내가 가르쳐 줬던 대로만 해.”
그 말과 함께 강우가 신비를 지나쳐 무대 아래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에는 ‘소녀혁명’ 멤버들의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디제잉을 하던 케이가 별안간 신비와 바통 터치를 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별안간 케이의 앞으로 빨간색 전자 기타가 불쑥 솟아올랐다.
“…….”
케이가 망설임 없이 빨간색 전자 기타를 집어 들었다. 이윽고 신비도 DJ 컨트롤러 위로 손을 올렸다.
“……!”
“……!”
스크린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한 관객들이 깜짝 놀란 눈을 했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마침내 신비가 디제잉을 시작했다.
우우우~ 우우우~
메인 보컬 성희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함께 오수정의 라이브 어쿠스틱 기타 연주도 합쳐졌다. 뒤이어 성희연의 베이스 연주와 카나의 드럼 연주, 그리고 히나의 전자 키보드 연주까지 어우러졌다.
마지막으로 케이가 빨간색 전자 기타에 손을 올렸다.
“케이! 케이! 갓 케이!”
“소녀혁명! 소녀혁명!”
생각하지도 못했던 색다른 무대에 뮤직홀에 케이와 ‘소녀혁명’을 부르짖는 함성이 가득 찼다.
“…….”
케이의 시선이 객석으로 향했다가 빨간색 전자 기타로 내려왔다. 대선배인 신현우의 흔적이 묻어 있는 전자 기타였다.
어느새 케이의 헬멧에도 ‘―_―’라는 붉은색 눈과 입이 새겨졌다. 이내 빨간색 전자 기타에서 폭발적인 연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Innocent boy~
뮤직홀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함께 신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What you want? ― K X 소녀혁명]
두 번째 곡의 제목이었다.
* * *
“끝났구나.”
강우가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불이 꺼져 있는 케이 전용 DJ 컨트롤러를 쓰다듬던 강우가 털썩, 무대에서 내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클럽 스테이지, 혹은 록 공연장 같았던 곳이 처음 그 모습대로 어둠과 정적에 잠겨 있었다.
객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했던 뮤직홀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뜨거웠던 열기의 잔상뿐이었다. 물론 그 잔상 또한 강우만 느낄 수 있는 무형의 것이었지만.
“후우.”
강우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케이로서 대중들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후련함과 함께 왠지 모를 아쉬움이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았다.
“강우야!”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비와 함께 드림 엔터 식구들, 그리고 어울림 엔터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너 아직도 그걸 쓰고 있어? 보는 사람도 없는데 좀 벗자!”
신비가 까치발을 들곤 강우의 헬멧을 건드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헬멧 이음 고리가 풀렸고, 강우가 헬멧을 벗었다.
“…….”
땀으로 젖은 강우의 얼굴이 드러났다.
“힘들었지?”
김혜진이 땀에 젖은 강우를 살피며 걱정부터 했다.
“조금은요.”
“가만히 있어 볼래?”
김혜진이 챙겨 온 타월로 강우의 얼굴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까지 꼼꼼하게 닦아 주었다.
“이온음료는요?”
“응? 가져왔지? 선배?”
“그래. 김 팀장.”
백동원이 손에 들고 있던 이온음료를 건넸다. 늘 그렇듯 김혜진이 빨대부터 꽂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강우가 작게 웃음을 머금었다.
이온음료를 한 모금 마시자 최영진이 웃는 얼굴로 강우의 앞에 섰다.
“후련하죠? 강우 씨?”
“네, 뭐. 후련하긴 해요. 그동안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사장님.”
강우가 최영진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손태명 사장이 앨범 제작에 있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최영진 부사장은 앨범 제작 기간 내내 세세하고 살뜰하게 신경 써 주었다.
그사이 무대 스테이지로 엘시와 함께 손태명이 들어섰다.
“우리 보물!”
엘시가 다다다 달려와 안기려 했지만, 강우가 몸을 돌려 육탄 공세를 피해 내었다. 창피할 법도 했건만, 늘 있던 일이라 엘시가 방긋 웃기만 했다.
“오늘 쇼케이스 최고였어! WE TUBE 시청자 숫자도 어마어마했고, 사람들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요?”
잔뜩 흥분을 하는 엘시와 다르게 강우는 담담하기만 했다.
그리고 손태명이 강우의 앞에 섰다.
“……?”
강우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천하의 손태명 사장이 손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우가 망설임 없이 손태명의 손을 맞잡았다.
“강우 씨, 수고했어요.”
“아뇨.”
“아닙니다. 그동안 강우 씨가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 그리고 어울림 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을 대표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케이 씨.”
“……!”
손태명이 살짝 묵례하자, 강우가 놀란 듯 눈을 홉떴다.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최정상에 위치한 인물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놀랄 것 없습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예우는 우리 어울림에서는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강우 씨 덕분에 우리 어울림도 이번에 얻은 게 많습니다.”
“짠!”
신비가 두 손을 들곤 V자를 그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매니저 백지윤이 태블릿 PC 2대를 나란히 들고 있었다.
“…….”
강우의 시선이 태블릿 PC 화면으로 향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이고, 벌써 오늘 쇼케이스와 관련된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를 장악하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얼굴 여기저기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신비와 ‘소녀혁명’ 멤버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손태명이 강우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같이 작업합시다.”
“자, 잠깐만요?”
손태명의 제안에 엘시가 불안한 얼굴을 했다. 뭐랄까, 강우를 뺏길 것만 같았다. 강우가 슥, 엘시를 쳐다보았다.
“먼저 저희 대표님한테 물어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서, 서강우?”
엘시가 깜짝 놀라 버렸다. 설마하니 강우가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왜요? 싫어요?”
“아니? 들었죠? 우리 케이가 저랑 먼저 이야기를 하라네요? 손태명 사장님?”
엘시가 손태명 앞에서 한껏 턱을 치켜세웠다.
“하하. 맞아. 내가 잠깐 깜빡한 모양이네.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다연 대표님.”
손태명도 유쾌하게 분위기를 맞추어 주었다.
“네. 그 사과 받아 주도록 하죠. 손태명 사장님.”
“적당히 해요. 좀.”
고작 편 좀 들어 줬다고 금세 기가 살아 날뛰는 엘시의 모습에 강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 * *
[천재 뮤지션 케이! 쇼케이스 대성황! 그는 갓 케이였다!]
[드림 엔터테인먼트 ‘신아’에 이어 케이까지?! 2연타 흥행?!]
[드림 엔터 X 어울림 엔터, 자매 회사 콜라보 대성공!]
[‘소녀혁명’은 대한민국 최고의 걸 그룹이다! 다섯 소녀들, 일렉트로닉 밴드로 파격 변신 대성공! 마침내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서나?]
[‘프리즘’ 일본 진출 대박 조짐? 케이와 함께 협업한 ‘Midnight club’ 들고 일본 활동 시작한다!]
[‘소녀혁명’ 국내 활동 복귀와 함께 음악 방송 싹쓸이 예고!]
[케이 X 소녀혁명 X 프리즘 협업 앨범 ‘K is back’ 초대박 행진! 음원 차트 올 킬 기록!]
[갓 케이! 그의 음악적 역량은 어디까지인가?]
K is back. 갓 케이 그가 돌아왔다. 마침내 돌아온 그는 전혀 다른 두 곡을 들고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케이는 ‘프리즘’을 통해 펑키 클럽에 시부야류의 색채를 보여 주었고, ‘소녀혁명’을 통해서는 정통 어쿠스틱 록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재탄생시키기까지 했다. 이러한 케이의 실험적인 음악적 행보에 국내외 팬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케이의 첫 번째 정식 앨범 ‘K is back’ 또한 대박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쇼케이스 이후, 또다시 종적을 감춘 케이의 행보에 대중들의 이목이 쏠려 있으며 (중략)
“다 왔다.”
하얀색 스프린터가 드림 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 멈추었다.
“…….”
핸드폰으로 기사들을 읽고 있던 강우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드림 엔터 근처로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숙식이라도 하는지 텐트도 여럿 보였다.
“후우.”
강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며칠 전에 있었던 쇼케이스 이후, 기자들은 케이를 담기 위해, 혹은 케이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24시간 내내 드림 엔터 본사를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어울림 본사 앞에서도 잠복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귀찮음을 넘어 이제는 기자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내리자. 강우야.”
백동원이 먼저 운전석에서 내렸고, 강우도 그 뒤를 따랐다. 강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혹여나 기대를 하고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탄식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플래시를 터트렸다. ‘신아’의 센터 서강우 또한 기삿거리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강우 씨! 요즘 근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신아 활동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하셨는데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하나가 급히 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