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돌 04권
신의 아이돌 04권
신의 아이돌
04
박굘
신의 아이돌 04권
차례
Chapter 01. 빛과 그림자 - 2
Chapter 02. 교차하는 희비의 연속 - 1
신의 아이돌 04권
Chapter 01. 빛과 그림자 - 2
“…….”
평소의 엘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눈동자가 모니터 화면을 향해 있었다. 정확히 오후 9시, WE TUBE Live streaming 송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엘시 업!
―ㅇㅅㅇ!
―우리 왔어! ㅋㅋ
―하이? 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하이? 헬로? 안녕?”
엘시가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웃었다. 그런 다음에는 곁눈질로 시청자 숫자를 확인했다. 현재 시청자 숫자는 4만 명.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꿈에 그리는 숫자였지만, 엘시에게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흐음. 수진아, 이리 와.”
엘시가 고개를 돌리며 수진을 찾았다. 팔짱을 끼고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수진이 엘시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수진이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고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크리스틴! ㅠㅠㅠㅠ
―얼음 공주님 떴다! ㅋㅋ
―아이고~ 여전하시네? ㅋㅋ
―엘시 때문에 힘들지 않나요? ㅠ
어느 시청자의 채팅에 수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요즘은 제법 철이 든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안녕! 여러분?”
수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희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연희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또 반가움을 쏟아 내었다.
―대륙의 여신님이 오셨다! ㅎㅇ?
―대륙의 여신 ㅋㅋㅋㅋ
―니 하오? ㅋㅋㅋ
예전부터 드라마를 비롯해 중국에서 활동을 많이 했던 연희였다. 심지어 중화권 팬들도 연희에게 인사를 건네 오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유나도 얼굴을 비쳤다.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헤헤.”
―진짜 여신님 강림 ㄷㄷ
―ㅇㅇ 입만 다물고 있으면 ㄹㅇ;
―유나야. 조용! 조용! 제발 ㅠㅠ
―안구 정화 좀 하게 잠깐만 조용히 ㅋㅋㅋ
칭찬 반, 놀림 반에 유나가 살짝 울상을 했다. 그 모습에 또 예쁘다는 채팅들이 올라왔고, 단순한 유나는 금방 햇살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에 한번 해 볼까?”
“…….”
엘시의 제안에 수진이 대답을 회피했다.
“어, 언니. 이젠 좀 창피해요.”
연희까지 망설였다.
“왜? 난 좋은데? 우리 해요! 그거!”
오직 유나만이 헤헤 웃고 있을 뿐이었다.
“좋아! 가자고!”
유나 덕분에 엘시가 먼저 척 손을 내밀었다. 기다렸다는 듯 유나가 손을 얹었다.
“뭐 해? 안 해?”
엘시가 눈짓으로 압박을 주었다. 수진이 팍 인상을 썼다.
“우리도 이제 서른 줄이거든?”
“서른 줄이면 뭐? 이렇게 귀엽고 예쁘기만 한데?”
엘시가 두 손을 얼굴에 대고는 꽃받침을 만들었다. 유나도 얼른 엘시를 따라 했고, 수진이 아득한 얼굴로 채팅 창을 확인했다.
엘시와 유나의 기습 애교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ㅋㅋㅋㅋㅋ 콩트 시작 ㅋㅋ
―벌써 콩트를 엘시 진짜; ㅋㅋㅋ
―비글들답다 ㅋㅋ
―얼른 하시죠? 수진 님? 연희 님?
―ㄱㄱㄱ
채팅 창을 살펴보던 연희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언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러네.”
결국 수진과 연희도 손을 얹었다.
―엘시 우승! ㅋㅋㅋㅋㅋㅋ
―콩트 왕 ㄷㄷ;
―ㅋㅋㅋ 오늘도 비글들은 평화롭다! ㅋㅋ
시청자들이 웃고 있었다. 채팅 창을 살펴보던 엘시의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진작 그럴 것이지. 어차피 여기 사람들은 전부 내 편이야.”
“그럼 가 볼까요?”
유나가 먼저 운을 뗐고, 엘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나! 둘! 셋!”
엘시가 셋을 외쳤다.
“꿈의 소녀들! 그 꿈은 영원히!”
3층 대표실로 엘시의 멤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래전, 미국 활동을 끝으로 걸 그룹으로서의 활동은 쉬고 있는 Dream girls였다. 오랜만에 손을 모아 외쳐 본 구호에 엘시와 유나는 잔뜩 상기된 얼굴을 했지만, 수진과 연희는 부끄러움이 밀려와 질끈 눈을 감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눈 좀 떠 줄래?”
엘시가 수진의 어깨를 흔들었다. 수진이 민망한 얼굴로 채팅 창을 살펴보았다.
―구호 진짜 오랜만 ㅠ
―팬으로서 옛날 생각나는데? ㅋㅋ
―ㅋㅋㅋㅋㅋ 분위기 무엇
―아련하다. ㅠㅠㅠㅠ
―엘시 언니! 새 앨범 좀 ㅜ
다행히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또한 아직도 걸 그룹으로서의 엘시와 멤버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정말 많았다. 뭐랄까, 조금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짝! 엘시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손바닥을 쳤다.
“어쨌든! 다들 반가워요! 오늘 저희 드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여러분들이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을 준비해 놓았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아요!”
호언장담을 해 놓곤 엘시가 모니터를 살폈다.
Dream girls의 핵심 멤버가 4명이나 모습을 드러내었고, 즉석 콩트까지 펼쳤다. 덕분에 시청자 숫자가 치솟아 있었다. 잠깐 사이에 시청자는 10만 명을 돌파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사이버 가수 아담 좀 보여 주세요! ――
―ㅇㅇ 아담 좀 보여 줘! 엘시야!
―아담 ㅋㅋㅋㅋ
―사이버 가수 아담 ㄷㄷ
“아담 아니거든요?”
시청자들의 농담에 유나가 항변을 했다.
―세계 최초 사이버 보이 그룹! 가자! ㅋ
―ㅋㅋㅋㅋ 사이버 보이 그룹 ㅋㅋ
―한국이 해냈다! ㅋㅋㅋ
―노벨상 당선! 땅땅!
유나가 반응을 보이자 시청자들이 더욱 짓궂게 장난들을 치기 시작했다.
“지, 진짜 잘생겼는데 우리 강우.”
유나가 울상을 하며 작게 속삭였다.
* * *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
화면 밖에 서 있던 백동원도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미 기사를 통해 강우들의 사진이 공개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엘시가 공개한 사진을 놓고 진위 여부가 뜨거웠다. 특히 강우를 놓고 제일 말들이 많았다.
때마침 3층 대표실 문이 열리며 강우와 멤버들이 나타났다.
“왔니? 다들 마음의 준비는 된 거지?”
김혜진이 강우와 멤버들을 살피며 물었다.
강우도 그랬고 다들 보통내기들이 아니었지만, 오늘이 바로 첫 비공식 데뷔를 맞이하는 그런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리고 김혜진의 걱정대로 유진이 덜덜 떨고 있었다. 반 정도는 넋을 잃은 상태였다.
“유진아, 청심환 줄까?”
“네, 네? 청심환이요?”
유진이 김혜진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박스를 쳐다보았다.
“주, 주세요. 팀장님.”
김혜진이 서둘러 청심환을 유진에게 먹였다. 그런 다음에는 강우들도 쳐다보았다.
“너희들도 줄까?”
“저는 괜찮아요. 팀장님. 아, 혹시 필요한 사람 있어?”
리더답게 휘경이 의견을 구했다. 하지만 유진을 제외하곤 다들 태연한 얼굴들이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팀장님?”
멤버들의 의견을 확인한 휘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역시 유진이 형들답네?”
김혜진이 준비해 놓았던 청심환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팀장님이 그걸 왜 먹어요?”
대진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사실 나 오늘 엄청 떨려서 그래.”
“팀장님이 데뷔해요?”
잠자코 있던 강우가 툭, 말을 내뱉었다.
“…서강우?”
강우를 째려보며 김혜진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대답 대신 휘경과 대진, 파비앙, 그리고 유진의 옷매무새를 차례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김혜진이 강우의 옷매무새를 고치기 시작했다.
“…….”
다정한 손길에 강우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김혜진이 그런 강우를 빤히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