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봉가
2권
소칠야 장편소설
제16장 격노한 송 장로
의각 현관에서는 잔뜩 화가 난 경림이 때마침 도착한 운단풍을 발견하고 죽일 듯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운단풍, 무향이를 그렇게 때려 놓고 감히 내 앞에 나타나? 무향이가 그리도 부럽더냐! 내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무향이를 괴롭혔다간 그땐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에 운단풍은 그저 폐물일 뿐이었다. 하여 그녀가 엄청난 의술 실력을 지녔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 폐물 오명을 씻으려 누굴 데려왔겠지. 그런 게 아니고서야 무향이도 못 고친 병을 저것이 어떻게 침 한 방에 치료했겠어!’
운단풍은 제 앞을 가로막고 선 경림을 훑어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잘 모르시나 본데, 모무향을 때린 건 내가 아니라 태자죠. 그리고 난 당신이 아니라 송 장로님을 찾아온 거예요.”
그녀가 의각을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송 장로가 아침 일찍 장군부로 사람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보나 마나 고릉 때문에 왔겠지. 안타깝게도 의각은 도와줄 수 없을 텐데. 내가 아니면 누구도 못 고치거든.’
경림은 그녀를 비웃으며 모욕적인 언사를 마구 퍼부었다.
“하하, 우리 무향이도 거절당한 판에 네까짓 게 무슨 수로 송 장로님을 만나 뵙겠다는 게냐? 의각이 그리 한가한 곳인 줄 아느냐!”
그러나 운단풍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지개까지 켜 보이며 여유롭게 맞받아쳤다.
“하긴, 내가 송 장로라도 모무향처럼 무능한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겠어요.”
경림은 그녀가 과연 뭘 믿고 저리 오만방자하게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무향이가 무능해? 웬 늙은이를 데려다 놓고 촌극이나 벌인 주제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한심한 것! 네 부모가 일찍 죽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분명 너 때문에 화병에 걸려 죽었을 거다!”
그는 황제도 어쩌지 못하는 황궁 태의였기에 평소에도 운락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모욕적인 말도 서슴없이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이에 운단풍의 눈빛이 위협적으로 돌변했다.
“운소, 목숨만 간신히 붙여 놔!”
그녀의 담담한 말투 속에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기세가 느껴졌다. 그러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경림이 다시금 그녀를 조롱하려던 순간, 그의 머리 위로 거센 압력이 가해졌다. 그가 혼미해진 정신을 채 다잡기도 전에 운소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강타했고, 이내 굉음과 함께 인파 속으로 넘어졌다.
“이것들이 감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경림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운소에게 호통쳤다.
“나는 황궁의 태의다! 나를 해하는 것은 곧 황족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운단풍은 꼴사납게 나자빠진 경림을 차갑게 노려보며 비웃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이런… 오만방자한 년을 봤나…….”
분을 삭이지 못한 경림은 씩씩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운락이 하나뿐인 손녀라고 오냐오냐하니 저리 거만해진 게지. 게다가 옆에 있는 저 가면 쓴 사내… 실력이 범상치가 않다. 운단풍 혼자 다녀도 운락이 안심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군!’
“운단풍, 겁도 없이 의각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건 네 할아비가 온대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중대한 사안이다!”
기를 쓰고 소리치던 경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소를 보고는 질겁해서 허둥대기 시작했다. 운소는 바닥에 쓰러진 경림을 가벼운 볏짚 들듯 들고 구석으로 내던졌다.
“운단풍!”
거칠게 벽에 부딪힌 경림이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는 몹시 분개한 얼굴로 호통쳤다. 그 순간, 날 선 분위기를 깨고 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 장로님께서 오늘은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 하셨으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사람들을 내보내려던 그는 군중 속에 우뚝 선 운단풍을 발견하고 순간 넋이 나갔다.
“주인장, 의각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가 있는데 어찌 손 놓고 있는가?”
운단풍의 실체를 모르는 경림은 다친 가슴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히 말했다. 이에 운단풍은 능청스럽게 임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치를 살피기 급급한 임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속으로 고민했다.
‘송 장로님이라면 황족보다 운 소저를 우선시하시겠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운 소저는 자신의 실력을 감추려는 것 같은데, 내 멋대로 정체를 밝힐 순 없지.’
그도 그럴 것이 임수는 운단풍의 의술이 지난밤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는 우선 경림을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일은 저희 의각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의각을 믿겠네.”
임수의 말에 경림은 마치 자신이 의각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
“다만 교활한 운단풍이 의각의 물을 흐릴까 걱정되는구려. 어제는 웬 늙은이를 병자로 꾸며 치료하는 척했다네.”
그는 운단풍이 병을 치료했다는 걸 믿지 못해 급기야 병자가 꾀병을 부렸다는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고 있었다. 운단풍은 그저 가소롭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임수!”
때마침 임수의 뒤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송 장로가 강자의 기운을 물씬 뿜어내며 등장했다. 그 뒤로 영 노인이 손녀 영은의 부축을 받으며 따라 나왔다.
“송 장로님, 영 어르신!”
임수는 몸을 돌려 두 사람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흠! 누가 감히 의각에서 소란을 피우는 게야? 썩 꺼지지 않고!”
분노한 송 장로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이내 경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경림은 송 장로가 말하는 것이 운단풍일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당당히 소리쳤다.
“운단풍, 송 장로님 말씀 못 들었느냐? 당장 꺼지지 않고 뭘 꾸물대는 게야! 너 같은 망나니는 이 의각에 어울리지 않는다!”
“꺼져야 할 건 그쪽일 텐데.”
운단풍은 팔짱을 낀 채 운소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경림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조롱했다.
“그게 무슨 망발이냐! 설마 송 장로님께서 황실 태의인 나를 내쫓기라도 하신다는 거냐? 뻔뻔한 것이 아주 네 할아비와 똑같구나. 예전에 운락이 태의원을 찾아와 아들을 살려 달라 빌 때도 지금 너처럼 뻔뻔하게 굴었었지. 그깟 무릎 좀 꿇은 게 뭐가 대수라고!”
경림이 자신은 물론 운락까지 싸잡아 모욕하자 운단풍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당시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 했을 운락의 모습을 상상하니 그녀의 마음속에서 울화가 절로 치밀었다.
그 순간, 의각은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무거운 적막을 깨고 운단풍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소, 네 말이 맞았어.”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느끼지 못했지만 운단풍만은 운소의 살기를 확실히 느꼈다. 그녀가 막지 않았더라면 경림은 이미 그의 손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남의 손에 자신의 복수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내 원한은 내가 직접 갚아야겠어. 그래야 통쾌하니까.”
‘경림은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니 의술로 철저히 짓밟아 줘야겠어.’
그녀는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경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경림, 내 숙부가 죽어 가는 걸 외면한 건 네 자유지만 모가에 동조한 건 절대 용서 못 해!”
경림은 여전히 그녀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머릿속에서 굉음이 울리며 급소를 찔린 듯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내 부모님 몫이야!”
운단풍은 경림의 뺨을 힘껏 내리치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리고 이건 내 할아버지 몫이고! 치료 거부는 그렇다 쳐도 네게 할아버지의 절박한 마음을 짓밟을 자격은 없어.”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금 뺨을 내리쳤다. 그칠 줄 모르는 그녀의 뺨 세례에 정신이 혼미해진 경림은 아무런 대꾸도 못 한 채 그저 맞기만 했다.
“피할 생각조차 안 하는 걸 보니 잘못한 건 아는가 보군!”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죗값을 받느라 가만히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가 뺨을 맞기 직전, 운단풍에게 급소를 공격당한 탓에 꼼짝도 못 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경림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뺨을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갈며 소리쳤다.
“감히 의각에서 사람을 때리다니! 운단풍, 당장 무릎 꿇고 빌어라!”
운단풍은 운소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경림의 뺨을 때렸던 손을 꼼꼼히 닦아냈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만졌다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한 경림이 그녀에게 달려들려던 그때, 송 장로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자네 아직 안 갔나? 소란 그만 피우고 썩 나가게!”
이에 경림은 기다렸다는 듯 거만한 눈빛으로 운단풍을 훑으며 말했다.
“내 오늘은 송 장로님을 봐서 특별히 봐주마.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꺼져라!”
그러나 운단풍은 꼼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경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 하고 버티는 꼴이라니, 눈치 없는 것!’
경림이 다시금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으려던 순간, 송 장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경림, 내 자네를 말하는 걸세.”
자신을 콕 집어 지목하는 송 장로의 말에 놀란 경림은 헛기침이 절로 나왔다. 그는 멍한 눈으로 송 장로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저 말입니까?”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아니면 누구겠나? 내 살면서 이렇게 낯짝이 두꺼운 사람은 처음 보는군! 이미 두 번이나 나가라고 말했는데, 염치도 없이 아직도 버티고 있다니!”
방금 전 경림이 운단풍에게 비아냥댔던 말이 그대로 그에게 되돌아왔다. 경림은 핼쑥해진 얼굴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소, 송 장로님, 전 억울합니다! 의각에서 소란을 피운 건 운단풍이라고요!”
그때 상황을 주시하던 영 노인이 가벼운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자네가 운 소저에게 횡포를 부리는 꼴을 똑똑히 보았는데, 의각이 자네를 도울 줄 알았나? 잔말 말고 썩 꺼지게나! 그렇지 않으면 송 장로가 아니라 내가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파랗게 질려 버린 경림은 크게 심호흡하며 변명했다.
“두 분,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제가 저 계집을 괴롭힌 것이 아니라 저년이 저를 때린 겁니다!”
눈치 없는 경림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궤변만 늘어놓았다.
“송 장로님, 저 계집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아십니까? 간밤에는 웬 노인네를 가짜 병자로 둔갑시켜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다행히 제 제자 무향이가 의술에 조예가 깊어 꾀병이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간의 정을 생각해 일부러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는 두 노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거만한 눈빛으로 운단풍을 흘겼다.
“이렇게 교활하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것에게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됩니다. 부디 운단풍에게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오!”
“이자가 말로만 듣던 그 모무향의 스승인가?”
영 노인의 냉랭한 웃음소리가 의각에 울려 퍼졌다. 영 노인을 모르는 경림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제가 모무향의 스승은 맞습니다만, 그쪽은 누구신지요?”
“나 말인가?”
영 노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자네가 말한 꾀병 환자가 바로 나일세.”
경림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영 노인을 바라보았다. 용원국 사람이 아닌 영 노인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송 장로와 나란히 선 그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어제 무향이가 봤다던 그 노인네라고?’
대경실색한 송 장로는 경림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물었다.
“영 어르신, 일전에 말씀하신 의원이 바로 이 아이였습니까?”
“그렇다네.”
영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 장로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는가? 설마 이 소저의 의술 실력을 의심하는 겐가?”
“아닙니다, 이 아이의 의술은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제가 말했던 천재도 바로 이 소저거든요! 허허, 이제 보니 저희가 그동안 한 사람을 두고 의술 실력을 비교했었나 봅니다.”
두 노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운단풍은 미소를 지었다.
‘나를 가지고 둘이서 비교를 했단 말이지?’
송 장로는 뒤늦게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고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에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나와 영 어르신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뭐든지 겨루는 걸 좋아한단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거라.”
운단풍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하는 송 장로를 그저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영 노인과 송 장로의 충격적인 대화에 경림은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방금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채, 오직 한 가지 사실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운단풍 그 폐물이 정녕 의술을 터득했다고? 말도 안 돼!’
송 장로는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경림에게로 주의를 돌리며 엄하게 소리쳤다.
“경림, 아직도 안 가고 있었나? 이제 내쫓을 수밖에 없겠군! 여봐라! 경림을 당장 끌어내고, 앞으로 황궁에서 누가 찾아오든 전부 쫓아내거라!”
“예!”
송 장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옷의 사내들이 나타나 경림을 짐짝처럼 들어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길가에 널브러진 경림의 처참한 몰골은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구경할 정도였다.
“송 장로님, 영 어르신.”
경림이 떠나고 운단풍이 어두운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치료는 내일 장군부로 오시면 해 드릴게요.”
송 장로는 이대로 운단풍을 보내고 싶지 않아 붙잡으려 했지만 영 노인이 그를 말렸다.
“돌아가 쉬게나, 운 소저. 내일 우리가 장군부로 찾아가겠네.”
“네.”
운단풍은 운소에게 기대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운소, 장군부까지 좀 부탁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운소는 의각 밖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운소와 운단풍이 의각을 떠나자 송 장로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쏟아냈다.
“경림, 이 쳐 죽일 놈! 네놈 때문에 애꿎은 만리독 해독만 지체되었군!”
그는 경림 때문에 큰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에 쉽사리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다 돌연 무언가 떠오른 듯 대뜸 약재 창고로 가 약재들을 모조리 땅에 쏟아 버리고, 마지막 남은 영약 한 병마저 짧은 고민 끝에 내던져 버렸다.
쨍그랑!
땅에 떨어진 약병이 산산조각 나고 안에 담겨 있던 영약이 바닥에 흩뿌려져 증발했다.
“송 장로! 지금 뭐 하는 건가!”
당황한 나머지 순간 넋을 놓았던 영 노인이 이성을 다잡고 소리쳤다. 그러나 송 장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재들을 모조리 짓밟아 버렸다. 그러고 나서 발길질을 멈추고 숨을 깊이 내쉬며 의각 안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누구도 오늘 일을 입 밖에 내선 안 된다. 특히 단풍이 그 아이에 대한 말이 조금이라도 샜다간 내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 족쳐 버릴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