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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는 그만 죽고 싶다 7권
지은이 : 정훤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정훤, 2025
※ ISBN : 979-11-7408-648-8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11월 3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50. 랭커전 (2)
으흠.
이거 확실히…….
“어때, 끝내주지?”
저 씰룩거리는 콧구멍에 절대 원하는 대답을 주긴 싫었지만.
“……맛있긴 합니다.”
초절정 추로스는 지금껏 먹어 본 것 중 제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식감이 나올 수 있지?’
바람처럼 뛰어간 필립을 따라잡았을 땐 이미 그의 손에 네 개의 추로스가 들려 있었다.
딱히 군것질할 기분은 아니라 거절하려 했지만, 사준 사람 성의를 봐서 먹어 본 것이었는데…….
‘목구멍에 넘어가기 직전까지 바삭바삭함이 멈추질 않아.’
마치 추로스가 혓바닥 위에서 댄스파티라도 열고 있는 느낌.
저 아저씨 반죽에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이제 한참 멀어진 추로스 좌판을 뒤돌아보며 속으로 엄지를 올려 주었다.
“로티도 맛있어?”
“우! 마시써!”
“꼭꼭 씹어서 먹어. 꼭꼭.”
로티도 챙기며 남은 추로스를 한입에 구겨 넣었다. 느끼해서 원래 잘 먹지도 않는데 이게 하나 다 들어가네.
왠지 필립에게 진 것 같아서 뭐랄까.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필립은,
“에에, 재미없다. 그게 다야?”
대체 뭘 기대한 건지 내 반응에 김이 팍 샌 눈치.
“나 혼자 다 먹을 걸 그랬어!”
“아니, 지금 맛있게 먹는 거 못 봤습니까? 맛있다니까.”
“그렇다기엔 너무 시큰둥하잖아. 여기가 얼마나 유명한데! 그 유명한 초절정 과자 회사도 이 아저씨네 이름 빌려 간 거라고!”
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있는 곳이었군.
뭔가 들어 본 이름이긴 했지.
“아르센은 공감 수치가 좀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다시 한번 ‘재미없어’를 외친 필립은 양손에 들고 먹던 추로스 두 개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이 로티보다 애 같은 양반을 어찌해야 할지.
“뭘 더 어떻게 해야 한담. 길에서 춤이라도 춰 줄까요.”
“정말! 이 아저씨네 거 먹어 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래. 너 진짜 운 좋은 거라고.”
물론 너도!
입술을 삐죽인 필립이 로티의 콧잔등을 툭 건드렸다.
인중에는 설탕이 가득 묻어 말할 때마다 입이 번들거린다.
“또, 또 쓸데없는 걸로 삐지려 그러시네.”
“삐지다니! 이건 삐진 게 아니라, 그래! 섭섭함! 섭섭한 거라고!”
“우우! 삼쫀 쉿! 시끄러!”
“너, 너……!”
역시 내가 애를 잘 키웠다니까.
대꾸하기 귀찮을 무렵, 로티가 알아서 필립의 입을 다물렷다.
“……다 밉다.”
그렇게 필립은 조용해지고, 로티도 벌써 쥐여준 추로스 하나를 반이나 없앴을 적.
“와, 사람들 죄다 여기 모여 있네.”
우리는 드디어 대진표가 있는 2구역 중앙에 다다랐다.
광장은 대진표를 확인하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거의 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랄까.
게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각기 다른 고함으로 거의 전쟁통이나 마찬가지였다.
“젠장! 망했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저놈이랑 붙다니! 말도 안 돼!”
“저, 저기! 저거 제대로 쓰인 거 맞나!?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저 사람은 S급 아녀? 세상에, 이번 랭커전은 완전 미쳤구만!”
“죽은 S급 랭커 자리 노리는 거겠지. 휘유! 무섭겠는걸.”
“이거 관람하다 죽는 거 아녀?”
“뭐야! 브라카도 출전해? 왜!?”
“이번 대회는 제대로 돈값 하네. 휴가 뺀 보람이 있겠어.”
누군가는 대회에 나서는 이였고, 누구는 관람객으로서 사전 답사를 온 이들이었다.
랭커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했다. 랭커들은 협회에서 광장에 대진표를 걸기도 전, 사전에 알려 주는 게 규칙이었으니까.
“잠시만요. 좀 지나가겠습니다.”
“아, 거 좀 비켜 봐요! 다 봤으면 집에 가셔!”
“…….”
필립 덕에 좀 더 수월하게 인파를 헤집을 수 있었다. ……좀 부끄럽긴 했지만.
마침내 마주한 커다란 게시판.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가.
“어디려나…….”
랭커전 대진표는 둘로 나뉘어 있었다.
이미 랭킹을 가진 랭커들의 ‘랭커전 대진’과 이번 대회를 통해 랭커 데뷔를 노리는 랭커 후보들의 ‘랭커 데뷔전 대진’.
내 이름은 당연히 랭커 데뷔전 대진에서 찾아야 했다.
대진표가 걸린 게시판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출전하는 사람이 많다기보단 이름 하나하나에 힘을 주었달까.
물론, 명성에 따라 차등이 주어져 있었다.
“아르센. 넌 대체 어디 있냐.”
이미 아까 삐진 게 풀린 필립은 눈을 부릅뜨고 ‘아르센 네로로’를 찾아 헤맸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필립과 달리 아래쪽부터 하나씩 훑던 내 시야에 들어온 한 줄.
아르센 네로로(C)
아주 밋밋한, A급들의 큼지막하고 진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글씨체.
“아, 찾았…….”
그렇게 막 한 지점을 가리키려던 순간이었다.
“이름 옆에 쓰인 게 등급인 거지? B나 C는 왜 나온 거야?”
바로 뒤편에서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B는 몰라도 C 저거는 그냥 바로 상대편에 걸면 100퍼센트 따먹는 거 아닌가?”
“에이, 오히려 저런 판은 한쪽에 쏠려서 돈이 안 돼. 1푼도 먹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딱 봐도 도박꾼으로 보이는 사내 둘이 내 이름을 툭툭 두드렸다.
“그래도 일단 먹는 게임이니 그냥 넘어가면 손해지!”
그중 뺀질뺀질하게 생긴 포마드 머리 사내는 내 경기를 거저먹는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협회도 많이 유해졌군. 어쨌건 데뷔전이라도 참가하려면 허가가 있어야 하잖아? 이벤트성인가?”
그러고는 꽤 이성적인 질문을 내놓았다.
이벤트성이라.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이벤트? 사람 목숨으로?”
다른 사내가 ‘에이, 설마,’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포마드 머리 사내가 픽 코웃음을 흘렸다.
“참나. 뜬금없이 물정 모르는 소리 하네. 이 세상이 언제 사람 목숨 귀하게 여겼나? 일단 나는 걸 거야.”
“뭐, 자네가 건다면 나도 걸긴 해야지. 얼마나?”
“10만 큐리는 우습지!”
포마드 머리 사내가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음.’
……이거 너무 무시당하고 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랭커전에서 아예 볼 수 없는 존재나 다름없는 C.
랭커전 참가자는 물론 보러 온 관람객들도 아마 내 이름을 보고 기가 막히긴 할 것이다. 마치 어른들 싸움에 예닐곱 살짜리가 낀 느낌이겠지.
‘어쩔 수 없긴 하다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필립은 두 사내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채 아직도 내 이름을 찾아 저 위를 맴돌고 있었다.
확실히 눈알을 뒤통수에 달고 다니는 게 분명하다.
‘슬슬 가 볼까.’
로티가 듣기에도 썩 좋은 대화 내용은 아니었기에 슬슬 자리를 뜨는 게 좋을 듯했다.
에히온 카르필터.
나는 다시금 내 이름과 상대를 확인했다.
“필립 씨, 우리 이제 그만 갈…….”
그렇게 필립을 데리고 가려던 참이었다.
“허허, 근데 이놈 날개 한번 못 펼쳐 보고 죽는 거 아녀? 상대가 심지어 A급이야.”
다시금 두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놈들은 어차피 도태될 것들이야. 차라리 이런 큰 무대에서 뒈지는 거면 오히려 영광으로 알아야지.”
“하긴, 토벌대에서도 가끔 C급이나 D급을 뽑아서 방패처럼 쓴다더군.”
“어떻게 죽을지 벌써 기대된다고. 그런 내기도 있지 않나? 몇 분 만에 죽는지?”
하하하하하!
“…….”
로티가 고개를 젖혀 나를 바라본다.
알아듣는 걸까.
그런데 이건 우리 꼬마가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도태? C는 뭐 사람도 아니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