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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천재 사냥개 8권
이야기상인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그라이트 (2)
골든 팔라스
협정
겁쟁이
카란드
안드레이 치카틸로 (1)
1
안드레이 치카틸로 (2)
안드레이의 추종자 중 누군가가 사용하던 창이 직각으로 바닥에 박혀 있다.
짤막해진 안드레이는 그 끝에 꽂혀 있다.
“프허…… 끄헉…….”
배고픈 사냥개가 침을 질질 흘리듯.
입에서 피의 폭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안드레이.
양팔, 양다리, 입술과 귀, 코는 물론 그나마 남은 몸뚱어리도 잔인하기 그지없게 잘려 있다.
그럼에도 안드레이는 살아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
마법사의 높은 위계에서 비롯된 강인한 생명력은 때때로 스스로를 옥죄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악마… 놈.”
잘린 입술로 안드레이는 중얼거린다.
부르르 떨리는 눈꺼풀, 그 안에 유일하게 멀쩡히 남아 있는 눈동자는 단기간에 쌓였다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짙은 원한을 품은 채다.
“다행이군.”
한은 분노를 드러내는 안드레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직 할 게 많은데 벌써부터 꺾여서야 곤란하다고 한다.
그러곤 특수대 일을 해오며 강압적인 방법으로 범죄자들에게 정보를 캐낼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뭔지를 밝힌다.
“살려주세요? 이건 즉, 나는 더 이상 저항할 의지도 힘도 없으며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하겠다는 말과 같지. 그래서 특수대원들과 심문관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해. 일부 가학적인 이들이 있긴 해도, 고문을 즐기는 대원들은 많지 않거든.”
꺽다리였던 안드레이.
이젠 한보다도 눈높이가 낮아져 내려다봐야 그의 시선과 마주할 수 있다.
한은 백운철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한 역시 온몸이 욱신거리고, 만신창이라는 말이 어울렸지만 그 이상의 강렬한 욕망이 한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네놈은 예외야 안드레이 치카틸로. 부디 꺾이지 마라. 내게 살려달라고 하지 마라. 정신 줄을 꽉 붙잡아라.”
“끄아아아악!”
점차 언성이 높아지는 한.
그는 안드레이의 머리채를 잡은 채 창에서 뽑는다. 뱀과 같은 장기들과 함께 핏물이 재차 터져 나오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네놈의 종교를, 네 신념을 모욕하고 짓뭉갠 나를 원망해라. 그렇게 실성하지 말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발악해라. 네놈은 결코 평안을 찾아서는 안 될 악인이니……!”
그대로 안드레이를 벽에 집어 던져 버리는 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안드레이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끄, 으윽…….”
내다 던져진 쓰레기봉투와 같이 바닥에 떨어진 안드레이.
그러나 몸을 일으킬 수 없다. 팔과 다리는 이미 한에게 잘렸다.
그래서 마나를 움직여 보려 애쓰고 있다. 흩뿌려진 육체의 파편을 움직여 보려 하고 있다.
‘대체 왜… 뭐가 문제란 말이냐!’
그러나, 안드레이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의 달란트는 아직 재사용이 불가하고, 장마은 성분이 들어간 오토매틱 암과 닿지도 않은 상태.
그럼에도 마나를 움직일 수 없다.
외부는 물론 체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네 덕을 본 게 하나 있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던 한이 말한다.
빈 플라스크다. 특정 술식이 걸려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의 안드레이의 눈에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인간… 생물의 마나회로에 물리력으로 영구적인 피해를 입히는 게 가능하다. 마나회로는 아무리 베어내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부분적인 현상이 아닌, 하나의 구성체다. 물론 내 두 눈으로만 확인 가능한 반응이니 말한다고 해서 네가 납득하기는 어렵겠지만…….”
뽕! 맑은 소리와 함께 한은 플라스크의 뚜껑을 열었다.
다가오는 한은 플라스크의 입구를 안드레이 방향에 두었다. 그러자 플라스크에 담겨 있던 ‘루빈의 술식’이 발동된다.
‘마나회로가 없는 모든 것’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수납마법이 말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넌 더 이상 페스트도 마법사도 아니라는 뜻이다.”
“뭐……?”
‘그럴 리 없다.’
안드레이는 생각한다.
사실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으나,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마나회로가 모조리 잘렸으니 더는 인간조차 아니지. 굳이 분류하자면 동물. 아니, 식물에 가까우려나.”
‘아니다.’
한이 계속해서 말하지만 안드레이는 부정한다.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마나를 이동하는 일. 그 간단한 거 하나 못 하는 신세가 되었음에도 도무지 인정할 수 없다.
“이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천천히 생각해 봐. 조금 비좁기는 하겠지만 상념에 잠기기에 적합한 장소를 준비해 뒀으니.”
하지만, 안드레이가 어떻게 생각을 하든.
달라진 현실은 곧장 반응을 보인다.
슈후후훅?!
마치 블랙홀이 대상을 집어삼키듯.
무서운 힘으로 안드레이를 빨아들이려는 플라스크.
수납마법은 모든 마나회로가 잘린 안드레이를 수납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 끅!”
자신의 몸 밑동부터 두둥실 떠오르자 안드레이는 이빨로 돌부리를 깨물었다.
이대로는 저 안에 갇히고 만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구조가 어려워진다.
지금껏 안드레이가 쌓아온 악명과 힘들게 모은 신자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끄윽… 그으으윽!!”
그래서 안드레이는 필사적으로 돌부리를 꽉 물었다.
우득, 우드득. 이빨에 금이 가고 잇몸에서 피가 나도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한다.
하지만.
투득?.
너무 강하게 깨문 탓일까. 돌부리는 연약하게 부서져 버리고 만다.
그렇게 작은 플라스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무참하고도 비통하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안드레이는 생각한다.
찰나라고 부르기에도 짧은 시간이었으나, 안드레이의 두뇌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게 하기 위해 방어 기제를 펼친다.
‘난 네티리아교의 교주.’
‘네티리아 님의 유일한 대리자.’
‘수십만의 신자들이 따르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게 나. 선택받은 자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리 없어.’
‘내 야망은, 나의 세상은 이제부터 시작…….’
안드레이가 수없이 잘게 분해된다.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악마가 저지른 악행의 수만큼 무수히 나누어진다.
더는 사고를 하기 힘들게 된다. 의식이 멀어진다. 시야가 멀어진다.
그런 안드레이의 시야에 비치는 아름다운 여인의 벽화. 이어 벽화의 여인과 같은 머리색을 가진 동인.
모든 계획을 망친 주범.
“한 어거스터스??!!”
입이 가장 나중에 분해가 되기라도 한 걸까.
원한을 가득 담아 부른 한의 이름이 지하 내부에 메아리친다.
한은 플라스크의 뚜껑을 닫았다.
플라스크의 내부는 불쾌한 오염물이 들어 있기라도 하듯, 검게 변했다.
“…….”
마나회로를 잃은 채 플라스크에 갇힌 안드레이 치카틸로.
한은 플라스크를 품 안에 넣고 새로운 플라스크와 회중시계를 꺼냈다.
이대로 복수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 겨우 한 발자국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복수를 지금 이 자리에서 이어가기엔 달리 해야 할 일이 많다. 살인귀였던 것도 잠시, 이젠 이성을 되찾고 본업에 돌아가야 한다.
딸칵?.
시간을 확인한 한.
그는 잠시, 아주 잠시.
가만히 회중시계의 뚜껑을 열고 닫는다.
안드레이가 끝끝내 완성시키지 못한 어머니의 벽화를 바라본다. 이내 온갖 감정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려 하니 몸을 돌린다.
터벅터벅.
발걸음을 잇는다. 사방이 핏물과 정체 모를 고기 파편인 길을 지난다.
질척거리고, 불쾌한 감각이 걸을 때마다 느껴진다.
이내 새로운 플라스크의 뚜껑을 연다. 안에서 가스마스크가 나온다. 아직 밖은 가스로 가득하다.
“…….”
생각을 일방적으로 정리하고, 마스크를 쓴 한.
그는 귀에 붙은 통신 장치를 건드리며 바깥 상황을 파악하며 보고한다.
정보에 의하면 카란드는 무사히 되찾은 모양이었다. 칼 덴트가 큰 역할을 해줬다.
다른 구역들도 마찬가지. 계획한 대로 시민들을 보호하며 차례차례 그라이트의 세력을 약화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는 정보가 있었으니.
‘그라이트. 녀석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가스로 가득한 39지구에 그라이트는 없는 듯하다.
녀석의 출현을 위한 대비 부대도, 수색 부대도 도통 연락이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놈은 이곳이 아니라 40지구에 있는 건가?’
* * *
40지구.
카란드가 있던 39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함락된 지구.
이곳의 탈환을 맡은 건 정규군이다.
“쏴라! 범죄자들을 한 명도 살려서는 안 된다!”
투두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