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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면 마나가 쌓임 8권
비찬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판매 퀘스트 3
드러나는 적
다르샤의 눈물
소피아
안배
르노아의 숨결
1
판매 퀘스트 3
브루노가 끌고 있는 것은 두 개의 바퀴가 연결되어 있는 물건이었다.
제국 마도구 박람회 때 저것과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이름이 벨로시페드였나 그랬을 거다.
하지만, 브루노의 물건은 벨로시페드와는 좀 달랐다.
바퀴와 안장이 있는 것은 비슷했지만, 앞바퀴가 월등히 큰 벨로시페드와는 달리 바퀴 두 개가 똑같은 크기였다.
벨로시페드에는 없었던 것 같은 장치도 있었고.
아, 안장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벨로시페드는 일종의 탈 것이다.
말이나 소 같은 동물없이 페달을 밟아 움직일 수 있다나?
형태가 좀 다르긴 하지만, 브루노의 물건도 비슷할 터.
그렇다면 바퀴를 고무 바퀴로 바꾸면 어떨까?
마차에 비해 바퀴 크기도 작으니 고무나무 수액 2KG으로도 충분할 텐데.
“리안?”
“아, 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떠오른 게 있어서. 그보다 그거 말이야.”
“이거? 박람회에서 본 벨로시페드를 보고 개발한 거야. 자전거라고 이름 붙여 봤는데, 어때?”
나는 자전거를 바라봤다.
다른 건 몰라도 벨로시페드보다 편해보이긴 했다. 벨로시페드는 앞바퀴가 커서 그런지 좀 불안해 보였거든.
잘못하면 고꾸라질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뭐, 아무튼.
“벨로시페드와 뭐가 다른 거야? 바퀴 크기만 다른 건 아닐 테고.”
“당연하지. 자전거의 핵심은 이것, 체인이야.”
브루노는 바퀴와 연결된 사슬 같은 걸 가리켰다. 벨로시페드에는 없는 것이었는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했다.
“벨로시페드는 페달이 앞바퀴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페달을 밟으면 앞바퀴를 회전하는 방식이야. 하지만, 자전거는 페달이 앞바퀴가 아닌 체인에 연결되어 있어. 그리고 체인은 뒷바퀴에 연결되어 페달을 밟으면 뒷바퀴를 돌리는 방식이야. 자세히 설명하자면…….”
브루노는 계속해서 설명을 쏟아냈다.
이대로 두면 한참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적당히 말을 끊었다.
“체인이 있으면 뭐가 좋은 거야?”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어. 두 배 가까이 차이 날 걸?”
“그 정도야?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나네.”
“게다가 더 안정적이기도 하고.”
저번에 얼핏 듣기로 벨로시페드가 안정성이 떨어져서 판매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는 했다.
브루노가 물었다.
“이럴 게 아니라 한 번 타볼래?”
“그래도 돼?”
“물론이지.”
브루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설명상으로는 크게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그래도 한 번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했다.
나는 브루노가 알려준 대로 자전거를 타봤다.
처음에는 균형을 잡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몇 번 해보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탄 후 자전거에서 내리자 브루노가 물었다.
“어때?”
“나쁘지 않긴 한데…….”
“승차감이 구리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승차감이 별로였다. 아무것도 덧대지 않은 금속 바퀴라 그런가?
브루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역시 그렇구나. 안 그래도 그게 고민이었어. 그나마 잘 닦인 도로는 괜찮은데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하면 진짜 못 탈 정도거든. 흰색 오우거 가죽을 덧대면 좀 나아질 것 같기는 한데…… 왠지 내키지 않네. 뭔가 다른 방법 없으려나.”
“있는 것 같은데?”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는 브루노에게 말했다.
“최근에 개발한 물건이 있거든.”
“그 고무인가 뭔가 하는 거 말하는 거야?”
“어. 그걸로 바퀴를 만들어 봤는데 꽤 괜찮아. 흰색 오우거 가죽보다도 탄력이 뛰어나고 내구성도 나쁘지 않더라고.”
“……그게 정말이야?”
브루노의 물음에 나는 앞에 세워 놓은 마차를 가리켰다.
“안 그래도 마차 바퀴를 고무 바퀴로 바꿔 봤는데,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어. 자전거 바퀴도 고무 바퀴로 바꾸면 괜찮지 않을까?”
브루노는 급히 마차에 다가가 바퀴를 살피기 시작했다.
바퀴를 만져도 보고 두드려도 본 브루노가 감탄했다.
“오오! 이런 탄력이라니! 굉장해!”
다행히 브루노는 고무 바퀴에 만족한 듯했다.
그 뒤로 우리는 자전거용 고무 바퀴 제작에 착수했다.
마차 바퀴는 자전거 바퀴보다 훨씬 크기도 하고, 형태도 좀 달라서 그대로 바꿔 낄 수 없었다.
그래도 브루노가 도와준 덕분에 몇 시간 걸리지 않아 자전거용 고무 바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편안하다니! 최고야!”
브루노가 흥분해서 소리 칠 정도였으니까.
나도 한 번 타봤는데, 그럴만 했다.
승차감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졌더라고.
“리안, 넌 천재야! 천재라고!”
“응? 자전거를 만든 건 너잖아?”
“하지만, 네가 만든 바퀴가 아니었으면 불편해서 제대로 타지도 못했을 거야.”
브루노가 계속해서 칭찬을 늘어놓았다.
나는 괜히 부담스러워져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자전거를 정식으로 출시해도 괜찮을까? 아, 수익은 당연히 5대 5로 나눌게.”
“음,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했다.
……정산 비율이 마음에 안 드나?
생각해 보니 그럴만도 했다. 바퀴를 제외하면 전부 브루노가 만들었으니까.
“5대 5가 별로면…….”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뭐가 문제인 거지?
내가 쳐다보자 브루노가 말을 이었다.
“이대로 출시하는 건 위험해서 그래.”
“위험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은 제동 장치가 없잖아. 고무 바퀴 때문에 안 그래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돼서 제동 장치는 필수야.”
듣고 보니 그랬다.
“아무래도 제동 장치까지 개발한 후에 출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게 맞긴 한데, 시간이 문제였다.
제한 시간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동 장치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어떡한다?
문득, 휠체어가 뇌리를 스쳤다.
정확히는 휠체어의 보조자용 브레이크였다.
“브루노.”
“응?”
“휠체어의 보조자용 브레이크를 응용하면 되지 않을까? 이 손잡이에 레버를 달고, 레버를 당기면 케이블을 통해 바퀴 쪽에 제동을 걸게 하는 거지.”
“……!”
“어때?”
내 물음에 브루노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역시 넌 천재야! 천재라고!”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브레이크를 개발한 게 누군데 나보고 천재래.
실제로 내가 아니었어도 브루노는 결국 답을 찾았을 거다. 그 시간이 조금 빨라졌을 뿐.
아무튼, 우리는 휠체어를 참고 삼어 자전거용 브레이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휠체어와 자전거는 구조가 다르니까.
하지만, 큰 틀은 비슷했기에 몇 번의 시행착오 만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한 시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 * *
내일 있을 행사를 위해 세이린 스토어에 들른 세이린은 상단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남자가 바퀴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바퀴 두 개와 안장이 연결된 무언가였지만, 아무튼.
‘……저게 뭐지?’
세이린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속도도 꽤 빠른 듯했다.
‘마도구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상단 건물 앞에서 멈췄다.
그런데 돌아서는 남자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저 사람은…….’
남자는 세이린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리안?”
“아, 세이린 님. 어디 갔다 오시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