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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면 마나가 쌓임 7권
비찬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보쉬 우드핸드 2
게르디
박람회
메이즈 숲
판매 퀘스트 2
1
보쉬 우드핸드 2
“생각보다 적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정산된 마나는 총 20만 베르 어치.
전이었다면 많게 느꼈을 테지만, 4서클이 된 지금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네 번째 서클을 다 채우려면 판매 퀘스트를 한 여덟 번은 해야 할지도 몰랐다.
뭐, 상관은 없었다.
어쨌거나 마나를 쌓을 순 있긴 하니까.
그리고 이번 판매 퀘스트는 20만 베르지만, 다음 판매 퀘스트는 40만 베르일 수도 있잖아?
아무튼, 나는 마법 드릴을 들고 세이린을 찾아갔다.
“그새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분명 생각 중인 거 없다고 하지 않았어?”
놀라움을 표하는 세이린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서 신제품이 뭔데?”
“이거예요.”
나는 상자에서 마법 드릴을 꺼내 보였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마법 드릴이었다. 딱 두 개 만들었는데, 하나는 보쉬에게 팔았으니까.
“특이하게 생겼네.”
신기한 물건을 보듯 마법 드릴을 들어 올린 세이린이 방아쇠를 눌렀다.
이이이잉!
“깜짝이야!”
빠르게 회전하는 드라이버 날을 본 세이린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다행히 떨어트리진 않았다.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이야?”
“마법 드릴은…….”
나는 세이린에게 마법 드릴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다 들은 세이린이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엄청난데?”
아무래도 곧바로 마법 드릴의 가치를 알아차린 듯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물건의 가치에 관해서라면 나보다 더 잘 알지도 몰랐으니까.
“우리와 계약할 거지?”
“당연하죠.”
“고마워! 참, 출시는 언제 할 생각이야? 바로 할 생각은 아니지?”
“그럴 생각이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곧 있으면 제국 마도구 박람회잖아. 그때 출품할 마도구 없는 것 아니었어?”
“아, 맞다.”
또 깜빡할 뻔했네.
제국 마도구 박람회가 약 한 달 정도 남아 있었다.
그사이 새로운 마도구를 개발할 수도 있긴 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린의 말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어차피 당장 출시해야 할 이유가 없기도 했고.
“뭘 출품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걸 내면 되겠네요.”
“그래. 아, 그래도 몇 개만 만들어 줄 수 있어? 한 다섯 개 정도?”
“상관은 없는데, 어디에 쓰려고요?”
딱히 목공 쪽과는 관계가 없는 세이린 상단에서 마법 드릴이 왜 필요한 거지?
“마도구 제작할 때 유용할 것 같아서. 나사를 박아야 하는 상품들이 좀 있거든.”
“아, 그렇겠네요.”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차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아쉽지만 마법 드릴의 출시는 한 달 뒤로 미뤄야 할 듯했다.
* * *
이틀 뒤, 르마시의 한 공사 현장.
“여긴 누구 집이길래 이렇게 크게 짓는대?”
“글쎄, 무슨 상단의 상단주라고 하던데?”
“목수만 최소 열 명은 넘게 온 것 같네.”
“저기 봐, 보쉬 우드핸드도 왔어.”
경력 5년 차 목수, 마르틴은 보쉬라는 말에 움찔했다.
보쉬 우드핸드는 르마 제일의 목수.
이제 견습 딱지를 뗀 마르틴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르틴은 고개를 돌려 보쉬를 찾았다.
정말로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드워프 목수, 보쉬가 있었다.
“이런 건물을 짓는데 르마 제일의 목수를 안 쓸 이유가 없지.”
“그건 그래.”
“그렇게 솜씨가 뛰어나다는데, 어느 정도일까?”
보쉬를 동경하는 것은 비단 마르틴뿐만이 아니었다. 르마의 목수라면 누구나 마르틴을 동경했다.
그런 목수들이 보쉬가 일하는 것을 힐끔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보쉬의 작업을 지켜보던 목수들의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
“벌써 하나를 다 만들었어!”
“말도 안 돼, 이런 속도라니!”
“……나보다 몇 배는 빠른 것 같은데?”
“보고도 믿을 수 없군.”
비현실적으로 빠른 작업 속도 때문이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던 목수들은 곧 작업 속도의 비밀이 공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보쉬의 손에 들린 저 공구는 뭐지? 처음 보는데?”
“슥 한 번이면 나사가 박혀!”
“손 드라이버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되는 속도야!”
마르틴은 다른 목수들에게 물었다.
“혹시 저 공구 아는 사람 있어?”
“난 처음 봐.”
“나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마르틴은 하는 수 없이 보쉬에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인기척을 느낀 보쉬가 갑자기 다가온 마르틴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지?”
“그, 지금 들고 계신 공구 말입니다.”
“아, 마법 드릴 말인가?”
보쉬가 자랑스럽게 마법 드릴을 들어 보였다.
“그 공구의 이름이 마법 드릴이었군요. 아무튼, 실례가 안 된다면 마법 드릴을 사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같이 나무로 밥 먹고 사는 처지에 말 못 해줄 이유도 없지.”
“감사합니다.”
마르틴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보쉬를 바라봤다.
“리안 엘드윈에게 구매했네.”
“리안 엘드윈이면…… 르노아 마탑의 리안 엘드윈 말입니까?”
“그렇다네. 괜히 마도구 제작의 천재가 아닌 모양이야. 이런 걸 개발하다니. 아무튼간에, 구매할 수 있으면 꼭 구매하게나.”
보쉬가 마르틴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목공의 혁명이니까 말일세.”
빈말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진지한 표정에 마르틴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구매하겠습니다!”
마르틴은 일이 끝나자마자 세이린 스토어를 찾아갔다.
르노아 마탑의 마도구들이 모두 세이린을 통해 유통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쉬가 구매한 마법 드릴을 사고 싶다고요?”
“그렇습니다.”
“저희 상단 제품 중 마법 드릴이라는 제품은 없는데요. 정말 저희 상단 제품 맞나요?”
세이린 스토어의 점장, 에이든은 마법 드릴이라는 물건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말했다.
“네? 보쉬 우드핸드 님이 분명 리안 엘드윈에게서 샀다고 했는데요?”
“일단, 한 번 알아는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10분 뒤.
다시 돌아온 에이든이 마르틴에게 말했다.
“리안 엘드윈이 마법 드릴을 개발한 것은 맞다고 합니다.”
“오! 그러면…….”
“하지만, 아직 정식 출시는 안 됐다고 하네요.”
“아…….”
그러니까 당장 구매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마르틴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정식 출시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한 달 안에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출시 일정이 잡히면 꼭, 꼭 알려주세요.”
결국, 마르틴은 소득 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비슷한 마도구가 있지 않을까 하고 다른 상단을 여러 곳 찾아가 봤지만, 마법 드릴과 비슷한 마도구는 찾을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마법 드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비단 마르틴뿐만이 아니었다.
르마의 웬만한 목수는 모두 마법 드릴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보쉬의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비결이 마법 드릴이라는 소문이 퍼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마법 드릴은 출시도 전부터 ‘보쉬의 마법 드릴’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 * *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리안이 개발한 마법 드릴은 생각 이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목공업이 크게 발전했다.
“원래는 이틀은 걸릴 게 반나절도 안 걸렸어!”
“잠깐, 이 정도면 나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