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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면 마나가 쌓임 6권
비찬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브레히트 가문
데인 세이어
결승
고든
시험의 방
보쉬 우드핸드 1
1
브레히트 가문
[……리안 엘드윈이 프레이저 칼리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둡니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정말로 리안 엘드윈이 이길 줄이야!”
“리안 엘드윈이 잘 싸우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의외로 환상 마법이 파훼 되니 프레이저 칼리프도 딱히…….”
“물을 이용해 환상을 간파하고, 그걸 이용해 공격까지 하다니.”
“근데 마지막에 사용한 마법은 뭐지? 처음 보는 마법이던데.”
“직접 개발한 마법 아닐까? 아니면 르노아 마탑의 비전 마법이라던가.”
“아무튼, 진짜 재밌었어!”
경기 내용에 흥분한 관중들도 있었지만.
“아오, 내 돈!”
“이럴 줄 알았으면 리안 엘드윈한테 거는 건데!”
“내 말이! 리안 엘드윈한테 걸었으면 돈이 얼마야!”
“빌어먹을 프레이저 칼리프! 괜히 저 새끼한테 걸어서!”
내기 때문에 흥분한 관중들이 더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프레이저의 승리에 돈을 걸었으니까.
리안에게 돈을 건 사람들도 후회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좀 더 많이 걸 걸!”
“백만 베르 걸었으면 돈이 얼마야!”
이렇듯 뜨겁게 달아오른 관중석이지만, 유일하게 차갑게 식은 관중이 있었다.
데인 세이어였다.
데인은 무대 위에 서 있는 리안을 응시했다.
‘리안 엘드윈…….’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3서클이었다.
그때도 근거리 순간 이동을 하긴 했지만, 마도구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 외에는 4서클 마법을 쓰지 않았다.
물론, 숨겼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매우 희박한 것이 사실이었다. 죽을 위기에서 4서클 마법을 숨길 이유는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랬던 리안이 며칠 새에 4서클이 되었다는 사실에 데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마음에 안 들어.’
누구는 흡성 마법을 써서 겨우 4서클이 됐건만, 누구는 저렇게 쉽게 4서클이 되다니.
원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데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길 수 있을까.’
대진표상 자신의 4강 상대는 리안이었다.
이제 갓 4서클이 된 리안과 4개월이 된 지 이제 2개월이 넘은 데다 흡성 마법으로 강해진 자신.
객관적으로 분명 유리한 상황인데도 불안했다. 천재라는 족속들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흡성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이런 불안감 따위 떨쳐낼 수 있을 터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감시가 붙은 탓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어.”
이기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했다.
나지막이 중얼거린 데인이 자리를 떠났다.
* * *
나는 어느새 정신을 차린 프레이저를 쳐다봤다.
프레이저가 나를 보더니 흠칫 몸을 떨었다.
기세등등하던 아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이제 더 이상 쓸데없이 시비 걸진 않겠네.
나는 그대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프레이저와 푸닥거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원래도 그렇긴 했지만,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커피의 효과가 끝난 탓인지 급격한 피로가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호텔로 돌아가 씻고 자고 싶었다.
대기실에서 나와 밖으로 향하는데, 세이트와 클로이가 다가왔다.
“리안 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응?”
나는 갑자기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세이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세이트가 말했다.
“4서클이 된 걸 숨기셨잖아요.”
“아.”
난 또 뭐라고.
“어제 겨우 돼서 말할 틈이 없었어.”
“아무튼, 정말 축하해요 리안 님. 최고였어요.”
“고마워.”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클로이가 말했다.
“축하해요, 리안.”
“고마워요. 클로이도 내일 꼭 이겨요.”
“노력해 볼게요.”
세이트가 말했다.
“축하의 의미로 제가 밥 살게요.”
“또 돈 벌었어?”
“네. 이번엔 사백만 베르나 벌었어요. 리안 님 덕분에 번 거니 크게 한 턱 쏠게요!”
나는 세이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은 밥보다는 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음만 받을게. 오늘은 좀 피곤해서”
“맞다, 잠을 못 잤다고 그랬죠. 그럼 다음에 살게요.”
“그러던지.”
그렇게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다 도착할 때쯤, 세이트가 물었다.
“참, 리안 님. 4강에서 누구랑 붙는지 알아요?”
“어…. 모르겠네. 누구랑 붙는데?”
“데인 세이어요.”
세이트의 대답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데인 세이어라면…… 흡성 마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놈이었으니까.
……그놈이 내 4강 상대라고?
* * *
그동안 피로가 누적된 탓일까.
나는 꼬박 하루 동안 잠만 잤다.
일어났을 땐 클로이의 경기가 이미 끝난 후였다.
다행히 클로이는 4강에 진출했는데, 세이트에게 듣기로는 꽤 치열한 경기였다고 했다.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로딘 가르시아와 맞붙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다음 날. 그러니까 내 경기가 끝나고 이틀 뒤.
나는 수도 경비대의 펠릭스를 찾았다.
펠릭스가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4강에 진출하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4서클이 운으로 되는 경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니라고 말했다간 어쩐지 칭찬을 늘어놓을 것만 같은 분위기에 나는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 그날 이후 흡성 마법에 당한 피해자가 있었나요?”
“아뇨. 보고된 바로는 없었습니다.”
“데인 세이어는 아직도 감시 중이죠?”
펠릭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까진 특별히 의심갈 만한 정황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럽긴 하지만요.”
데인 세이어를 감시하면서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피해자.
누가 봐도 수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물증은 없었기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쩌면 곧 다시 흡성 마법을 사용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놈이 우승을 노린다면 경기 전에 흡성 마법을 사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확실히 그렇긴 하군요.”
그렇게 펠릭스에게 데인을 주의하라고 경고한 나는 마법 연습장으로 향했다.
4서클이 됐고, 4강에도 진출했지만 여전히 쉬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다음 경기는 나흘 뒤.
그동안 최대한 많은 4서클 마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 봐야 두세 개 익힐까 말까 한 정도지만,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했다.
내가 가장 먼저 익힌 마법은 영역 보호 마법이었다.
일단 막을 수 있어야 공격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근거리 순간 이동 마법으로 피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고.
예상은 했지만, 영역 보호 마법을 익히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광범위한 영역을 빈틈없이 감싸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는 순간 방어력이 급감하기 때문이었다.
스무 번 가까이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완벽한 영역 보호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래도 하루 정도 연습하자 이젠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까지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정한 영역을 보호하라!”
나는 구현한 영역 보호 마법을 바라봤다.
자랑은 아니지만, 프레이저가 사용한 영역 보호 마법보다 1.5배는 두꺼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