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고인물의 망겜 생존기 9권
박준호 게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천공의 왕, 아스트라이오스.
“……!”
놈은 한순간 숨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자신의 앞에 선 인간은 분명 신체의 절반이 뜯겨나갔건만.
그 자리를 대신해.
‘저놈은…!’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과 비슷한 골격을 지녔지만.
머리 위에 자라난 두 개의 검은 뿔을 가졌으며.
얼굴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검은 연기처럼 일렁이는 기운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어둠 속에서도 타오르는 섬광처럼 빛나고 있었으며.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는 자는 온몸이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냉혹하면서도 비인간적이었다.
거기다 그의 팔꿈치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뿔처럼 길고 날카로운 돌기는.
마치 장인이 광을 낸 검처럼 반짝이며 무기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즉.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서 나온 이질적인 존재인 것이다.
마치 천공의 왕이 프로메테우스를 상대할 때 봤던 그 ‘검은 존재’처럼.
하지만 놈은 이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째서… 왕들이 유배시킨 놈이… 이곳에…!’
현재 낙원의 왕이던 놈이 인간의 편으로 돌아서기 전.
여덟의 왕이 힘을 합쳐 저 괴물을 가뒀으니까.
‘다른 놈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건가?!’
천공의 왕을 포함한 다른 왕들은 몰랐지만.
벌레의 왕은 인간이 나노머신을 이용해 저 괴물을 꺼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는 그 어떤 괴물에게도 공유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이 그들의 적이라곤 하지만.
그 인간이 멸종하면, 그 다음은 지상의 왕들끼리 목에 이빨을 들이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저놈이 어떻게 인간의 몸에 잠들어있던 거지?’
슥-
천공의 왕은 당황한 모습을 티 내지 않기 위해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저 하찮은 수컷 인간의 몸에 잠든 존재.
지상의 왕들이 힘을 모아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구덩이에 유배시킨 괴물.
놈이 이곳에 강림했다.
“…….”
천공의 왕 앞에 선 그는 어째서인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치지지지직….
바닥을 갉아먹고 타락시키는 것만 같은 기운을 흘리며.
무저갱이 속삭이는 것처럼 불길한 소리를 끊끊임없이 퍼뜨렸고, 강력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
그리고 그 소리를 듣던 인간들.
그러니까, 도현의 동료들.
빈을 제외한 그들은 도현이 가끔 보여줬던 그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고.
앞선 천공의 왕이 가한 공격으로 고막이 터져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이클립스 단원과 군인들은.
전부 침묵에 빠지며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렇게 억겁과도 같은 10초가 지났고.
가장 먼저 움직인 존재는 박도현.
치지지지지지직-!
아니, 이젠 괴물이 되어버린 그가 자신의 뿔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허튼짓을!”
천공의 왕은 괴물답게 놀라운 반응 속도로.
쐐애애애애액-!
깃털로 만든 창을 쐈지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레일건처럼 일직선으로 솟구친 광선이 눈 깜빡할 사이에 날아들었고.
천공의 왕이 피할 수 없는 각도로 꽂히며 자욱한 연기를 흩뿌렸다.
그게 공격을 맞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감히…!”
천공의 왕이 가진 능력, ‘공간 박리’.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그 기술은.
자신의 주변 기류를 조종해 모든 원거리 공격의 궤도를 꺾어버렸기에.
후우우욱-!
흑멸처럼 깊고 어둡던 광선은 허공을 가르고 사라졌다.
“알데바론.”
천공의 왕은 당장 눈앞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의 첫 번째 사도이자 홀로 남은 사도를 불렀고.
“예, 나만의 왕이시여.”
스륵-
알데바론은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천공의 왕에게 고개 숙였다.
“나머지 인간들을 처리하고 문을 열어둬라.”
“알겠습니다.”
펄럭-
왕의 명령에 한껏 흥분한 것 같은 날갯짓으로 알데바론은 천천히 움직였고.
“전부 죽을 준비는 됐겠지.”
유노, 펠링스, 카라, 빈, 카덴시아.
정신을 차리고 있는 이클립스 단원 10명.
급하게 포션을 사용해 고막을 회복 중인 군인들까지.
“…오랜만에 같이 싸우겠네요, 펠링스 삼촌.”
“다 늙어빠진 내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유노야.”
“아직 못 가본 지상이 많은데… 꼭 살아남는다…!”
“대장… 기다려, 이 새끼들 죽이고 금방 갈게…!”
그렇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투를 시작했다.
* * *
그 시각, 낙원 0구역 상황실.
“…전투에 돌입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계획대로 셧다운 프로토콜을 실행한다.”
제논은 밖으로 나간 그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지금의 그에겐 낙원을 안전하게 만들고.
자신이 한입에 삼키기 쉽도록 쌈을 만드는 것뿐.
그러기 위해선.
“노리미트 회장, 당신은 어쩔 거지?”
“…….”
“싫다면 낙원을 떠나도 좋다.”
제논은 그녀에게 압박을 넣으며 조급함을 주려 했지만.
“그래, 그럴게.”
그녀는 빠르게 답을 내렸다.
“잘 생각했군, 전뇌화를 위해 자네의 도움이….”
펜타테크 회장이 웃으며 노리미트 회장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툭-
그녀는 쭈글쭈글한 회장의 손을 쳐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야? 낙원에서 나가준다니까.”
“…지금 농담을 할….”
“니들이 꺼지라며? 그러니까 꺼질게.”
저벅- 저벅-
이내 그녀는 걸음을 돌려 상황실 밖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맨날 천날 S급 안드로이드로 거들먹거리는 펜타테크 늙다리한테 본때를 보여줄 차례다!”
그녀는 자신이 제작한 병기.
“가자! 얘들아!”
현시대의 안드로이드가 아닌.
구시대의 로봇을 본떠 만든 특수 부대.
“웨이크업, 시그마 스쿼드!”
우우웅-!
그것들을 일제히 깨워서.
“지상으로 가자! 내 자식 같은 제피로스를 구해야 돼!”
“라져.”
쿵- 쿵- 쿵-
지상으로 진격했다.
* * *
지상의 어느 곳.
펜타테크 소속 S급 안드로이드 5기가 탐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큰 소득을 얻지 못해 다른 곳을 탐사하려고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
머리 위에 휘광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안드로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