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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망겜 생존기 4권
박준호 게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트롤리 딜레마(Trolly Dilemma).
흔히 광차 문제라고 말하는 이것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선로 위를 빠르게 달리고 있다고 가정하며 시작한다.
그 선로 위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반대편 선로에는 한 명의 사람이 쓰러져있다.
그리고 당신은 선로 전환기 앞에 서 있다.
만약 다섯 명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장치를 당긴다면.
전환된 선로에 쓰러진 한 명이 죽게 된다.
당기지 않는다면, 다섯 명이 죽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끼릭-.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로 전환 장치의 레버를 당겨 다섯 명의 사람을 구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보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와 선로 전환기가 아닌 미사일과 발사 버튼이라고 가정하고.
다섯 명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 50만 명.
한 명이 아닌 중요 고위직 인사 10만 명.
이렇게 두 무리 중 딱 한쪽만 살릴 수 있다면.
과연 이번에도 단호하게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난…….”
딜레마라는 것이 그렇다.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신의 책임이다.
생애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선택지.
나는 그 기로에 섰고.
“5구역 사람들을 살리겠어.”
결국 답을 내렸다.
“선택하셨군요. 당신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내 답을 들은 탑의 인공지능은 잠시 침묵하더니.
“디스데인 방해 전파를 5구역으로 한정하여 발생시킵니다.”
선택한 본인이 책임을 지라는 듯 결과를 내렸다.
싸아아아-.
방해 전파는 내 몸을 훑고 지나갔고.
내 선택에 따라 5구역을 향해 날아갔다.
툭-.
나는 벽에 기대며 주저앉았다.
“시발…….”
동료들을 위한다는 정으로 고른 선택 한 번.
이것이 낙원을 괴물의 손에 넘기는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질러 버렸다.
“……개시발…….”
텁-.
나는 내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 틈 사이로 모니터의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볼일을 끝마치셨다면 이만 돌아가시죠.”
“…….”
스윽-.
그 말을 듣고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툭-.
한 걸음.
툭-.
다시 한 걸음.
툭-.
또다시 한 걸음.
툭…….
내가 죽인 시민들의 목숨 무게만큼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내가 고른 결과를 후회하진 않는다.
후회는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역겨웠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며 모두를 사지로 모는 행동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게임 속 모든 것을 안다는 걸로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으면서 앞에 나서서 뭔가 된 것처럼 주인공 행세를 했다.
“조금만…… 더 강했다면…….”
꽈악-.
힘이 들어가지 않는 주먹에 억지로 힘을 주고.
쿵-.
주먹이 부서져라 벽을 쳤다.
쿠우웅…….
비상계단이 대답이라도 해 주듯이 벽을 두드린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병X 새끼…….”
콱-!
나는 계단을 강하게 짓밟았고.
타다다닥-!
그 힘으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3구역에 쓰러진 시민들을 조금이라도 구해야 했다.
그렇게라도 구출하는 시늉을 해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것 같았으니까.
“랜……더야…….”
“어, 혀엉…… 와았어……?”
랜더는 나를 올려 보내 주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고.
그 대가로 한쪽 팔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아가 있었다.
거기다 화염을 정면으로 맞부딪쳐, 얼굴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
“시인……경 쓰지 마아……. 그음방 나아…….”
랜더는 불사의 몸을 가진 괴물과도 같은 인간.
저 상처 따위는 금세 털고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랜더가 그사이 겪은 고통은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나는 언제까지 남의 희생을 딛고 일어설 것인가.
“……가자, 업어 줄게.”
스윽-.
랜더를 업은 나는 계단을 하나씩 차근차근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갈 땐 한없이 높아 보였던 계단은.
내려갈 땐 빠르기 그지없었다.
툭-.
어느새 도착한 마지막 계단.
그리고 우리는 통신 타워, 바벨을 빠져나왔고.
디스데인 무력화 임무를 성공했다.
딱 절반만.
* * *
“3구역 사상자는?”
“집계 완료되었습니다.”
“말해.”
팔랑-.
펠링스는 보고서를 읽으며 남성의 얘기에 집중했다.
“3구역 사상자 집계 상황 보고드리겠습니다.”
“짧게.”
“예, 우선 대피한 시민은 전체 시민의 68%로, 최중요 인사를 선별해 전원 7구역 쉘터로 대피 완료했습니다.”
펠링스는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리며 되물었다.
“7구역? 그곳을 개방했다고?”
“예, 아마도……. 정부는 끝을 볼 예정인 것 같습니다.”
“……제정신이 아니군.”
인류 마지막 보루인 7구역.
8년 전 신설된 최신식 지하 대피 시설.
그곳을 아는 몇몇 간부들은 거기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낙원 속…… 낙원.’
인류는 이번 내전으로 인해 더 깊은 지하로 파고 들어갔다.
“후우……. 계속해.”
“32%의 남은 시민들은 전원 사망했습니다.”
“……그게 총 몇 명이지?”
“76,828명입니다.”
슥-.
펠링스는 보고서를 들어 올려 입을 가렸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