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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망겜 생존기 3권
박준호 게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누, 눈 떴다! 눈 떴어요, 유노 님!”
“네?! 카라 씨, 비켜 봐요!”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크으으으…….”
나는 조심히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런 내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멀쩡……하네?’
그리고 그다음으로 느낀 것은.
화끈-!
내 온몸이 불에 닿은 것처럼 뜨거웠다.
뭐, 고통도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다들 왜 그런 표정들이야?”
“도현 님, 괜찮으세요……?”
“야! 무리 좀 하지 마!”
유노와 카라는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내 앞에 다가왔다.
“여긴 어디야?”
나는 무거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스틸그레이브 최외각 지역이에요.”
“그래? 그 실험실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나 보네? 별일 없었어?”
“그게 사실…….”
유노는 머뭇거리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후우…….”
한숨을 가볍게 내쉰 유노는 설명을 시작했다.
“어디까지 기억이 나세요?”
“그야…… 너희가 달려 나오는 순간까지?”
“그럼 그다음은요?”
그다음이라면…….
나노머신 주사기를 씹어 먹고.
기절해서 정신을 잃은 것밖에 모르겠는데?
“기억 안 나는 것 같은데.”
“제가 설명드릴게요.”
유노는 내 옆 모닥불에 앉았다.
털썩-.
카라도 옆에 주저앉아 막대기로 불을 쿡쿡 쑤셔 댔다.
“그 주사기에 내용물……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도현 님이 삼켰잖아요?”
“그랬지.”
“그 이후에 저는 메탈 비숍을 처리했어요.”
저것까지는 기억났다.
비숍의 경갑옷이 박살 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바로 마무리하고 돌아온 순간, 도현 님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어요.”
“……내가?”
“네.”
나노머신 재생 능력이 있다고 해도.
복부에 구멍이 난 걸 그렇게 빠르게 메꾸기는 쉽지 않은데.
슥-.
나는 복부를 더듬었다.
언제 다쳤나는 듯이 아주 멀쩡했다.
“그리고 혼자 실험실과 대피 시설을 빠져나가셨어요.”
“……혼자서?”
끄덕-.
유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와 카라 씨는 당황했지만, 바로 짐을 챙겨서 도현 님 뒤를 따라갔어요.”
카라는 그 뒷이야기가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던 건지.
탁- 탁-.
애꿎은 불을 막대기로 연신 두드렸다.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어.”
그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게.
나는 더 무서운데.
* * *
“야! 너 어디 가!”
“카라 씨, 제가 붙잡을게요! 짐을 부탁해요!”
“네? 네?! 잠시만요!”
유노는 카라를 두고 빠르게 도현의 뒤를 따라갔다.
타다다닥-!
함정이 즐비한 계단을 두 사람이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요! 유노 님!”
카라가 애처롭게 외쳤지만.
타다닥-!
유노는 무시하고 도현을 향해 내달렸다.
화아아-.
서서히 계단이 끝나가며 저 멀리 교회에서 비친 햇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현 님!”
텁-.
그녀는 겨우 도현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
그는 말없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손을 바라볼 뿐이었다.
“도현…… 님……?”
유노는 P와 동료들과 함께 다니며 많은 괴물을 목도했고.
유독 괴물이 많이 꼬이는 특성 때문에 그 특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너 누구야.”
그리고 그녀는 도현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괴물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였다.
피식자가 된 느낌.
공포, 두려움, 그 무언가들이.
도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누구냐고……!”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
그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스르릉-.
본능적으로 그녀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검을 뽑아 들었다.
“돌려줘……!”
“□□□…… 아□□?”
그는 몇 차례 중얼거리더니.
“아, 이제 들리나?”
“…….”
도현과 똑같이 생긴 얼굴과 목소리로 그는 말을 시작했다.
“어이, 계집. 여기가 어디지?”
“……도현 님은 어디 갔지……?”
“묻는 말에 대답해라.”
그가 가만히 서서 유노를 노려보자.
드드드-.
교회 건물이 작게 흔들렸다.
‘움직일 수가 없어……!’
유노는 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이 무언가에 꽉 잡힌 것처럼.
“인간 계집, 여기가 어디냐.”
“……스틸그레이브…….”
“아주 먼 곳이군.”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교회 주변을 살폈다.
“어째서 이 몸을 부른 거지?”
“……무슨 말을 하는 거…….”
“짐을 왜, 이런 곳에, 부른 것이냐고.”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이어 갔다.
“그것도 내가 인간의 몸에 들어오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어깨를 붕붕 돌리던 그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평범한 계약자는 아니고, 축복을 받았군.”
“……무슨 축복을…… 말하는 거지?”
“당연히 지상의 축복을 말하는 거지.”
지상의 축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놈들은 괴물뿐.
말을 할 줄 아는 괴물들 중에서도 고지능을 가진 괴물만이 저런 단어를 사용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