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끝의 탑스타 18권
내 손끝의 탑스타 18권
내 손끝의 탑스타
18
박굘
내 손끝의 탑스타 18권
차례
Chapter 01. 외전 한국 편 - 2
Chapter 02. 외전 김현우 송지유 편
Chapter 03. 내 손끝의 톱스타 외전
내 손끝의 탑스타 18권
Chapter 01. 외전 한국 편 - 2
강남에 위치한 S&H 사옥으로 여러 기획사의 차량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각 기획사의 관계자들이 서둘러 S&H 사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들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 같이 표정들이 굳어 있다는 것이었다.
연습을 위해 회사로 출근하던 걸즈파워 멤버들이 기획사 관계자들을 살펴보며 고개들을 갸웃거렸다.
“저분은 JG 실장님 아니야? 어? JYB 본부장님도?”
“뭐야? 오늘 무슨 날?”
쌍둥이 자매인 티아와 시아 자매가 연이어 물었다. 걸즈파워의 리더인 제나가 쌍둥이 자매를 쳐다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소녀혁명 때문에 그럴 거야.”
“아, 그 무서운 후배님들?”
“장난 아니더라? 나도 광화문 쇼 케이스 봤어. 진짜 멋있어.”
쌍둥이 자매가 초롱초롱 눈동자들을 빛냈다.
“너희들도 참.”
아직도 철이 덜든 자매를 보며 제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대한민국 연예계가 발칵 뒤집혀 있었다. 어울림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롭게 내놓은 걸 그룹 ‘소녀혁명’ 때문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쇼 케이스와 함께 데뷔한 ‘소녀혁명’은 말 그대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 정규 앨범이 출시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 선주문으로 20장이 완판되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걸 그룹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그리고 그 배후엔 미국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현우가 존재했다.
“대표님은 잘 계시겠지?”
제나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몇 번밖에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그때마다 건넨 현우의 따듯한 한마디, 한마디를 아직까지도 소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회장님이야, 제나야.”
“잘 계실걸? 그런데 송지유 선배님이랑은 결혼 언제 하실까? 부럽다.”
쌍둥이 자매가 각기 다른 말을 했다.
“나도 알아. 그냥 생각이 났어. 휴.”
“왜 한숨을 쉬어?”
“제나야?”
쌍둥이 자매가 걱정했다.
“이사님이 잘 대처하셔야 할 텐데.”
기획사 관계자들이 오늘 S&H를 찾아온 이유를 대충은 알 것 같았다. 그랬기에 제나는 걱정이 되었다.
* * *
“거절하겠습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S&H 본사 회의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그럼에도 이석우 이사는 회의실에 모인 기획사 관계자들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이사님! 이러다 우리 전부 다 같이 말라 죽습니다!”
JG의 2인자이자 실장인 이민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들 역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석우 이사가 깍지를 끼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실장님, 제 귀에는 저희 S&H까지 같이 죽자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는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석우 이사는 차분했다. 1년 전 ‘한국 매니지먼트 협회’가 창설되었다. 애초에 취지는 좋았다. 각 기획사끼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과도한 출혈 경쟁을 피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그런데 창설이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4대 기획사에서 이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어울림 엔터테인먼트를 향해 화살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석우 이사와 S&H는 그 무렵, ‘한국 매니지먼트 협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건 독점입니다, 독점! 그렇지 않습니까?”
JG 이민규 실장이 기획사 관계자들을 둘러보며 또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우 이사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독점이 아니라 인기입니다. 어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그 소속 가수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대중들이 그들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님!”
“어울림 엔터테인먼트 탓에 가요계를 비롯해서 한국 연예계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석우 이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당장 어울림의 ‘전국소녀’가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며 덩달아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활동 범위가 넓어진 상태였다. S&H의 걸즈파워도 동남아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고, 다른 기획사들 역시 ‘전국소녀’ 덕분에 낙수 효과를 톡톡히 받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울림 간판스타인 송지유가 성공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서 한국 출신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인정합니다. 당장 저희 김세희 씨만 하더라도 미국 드라마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이 되었으니까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프리즘도 중국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울림의 영향이 컸습니다.”
플래시즈 엔터의 이기혁 실장과 코인 엔터의 백동원 팀장도 말을 보탰다. 이석우 이사가 두 사람을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자, 여기 산 증인들이 계십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
회의실로 침묵이 감돌았다. 플래시즈 엔터와 코인 엔터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래시즈의 김세희도 어울림 엔터의 주선으로 인해 미국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었다.
하지만 JG와 JYB 쪽 관계자들은 여전히 불만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한때 3대 기획사 불리며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던 그들이었다. 어울림의 등장으로 인해 줄어든 밥그릇이 문제였다.
“후우.”
이석우 이사가 한숨을 삼켰다.
초대형 기획사로 군림하던 S&H도 한때는 어울림과 전면전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는 그때의 참패로 인해 S&H 내부의 문제점들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상념에서 빠져나온 이석우 이사가 중소 기획사 관계자들을 둘러보았다.
“…….”
이석우 이사의 표정의 좋지 못했다. 다른 중소 기획사들은 그저 거대 기획사인 JG와 JYB의 입김에 힘을 보태줄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플래시즈나 코인처럼 어울림과 협력하며 빠른 성장을 이루는 편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결국 거절하시겠다는 겁니까?”
“예.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지만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제안이 과연 실용성이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이사님!”
JG 이민규 실장이 소리를 질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거대 기획사를 비롯해 중소 기획사들끼리 콜라보, 혹은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 어울림에게 맞서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석우 이사는 생각이 달랐다. 지난주에 어울림에서 새로 나온 ‘소녀혁명’은 이석우 이사가 보기에도 하나의 센세이션이었다.
비주얼과 실력, 스타성을 모두 갖춘 다섯 명의 멤버들도 무서웠지만, 어울림의 진정한 무기는 김현우 바로 그 자신이었다.
‘김현우 회장은 분명 보여줄 게 더 남아 있어.’
어울림과의 전면전에서 느낀 바가 많았던 이석우 이사였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 이사님!”
매니저 한 명이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스마트 폰이 들려있었다. 이석우 이사를 비롯해 모든 관계자의 시선이 스마트 폰에 집중되었다.
“빨, 빨리 보셔야!”
매니저가 이석우 이사에게 자신의 스마트 폰을 건넸다. 이석우 이사가 차분하게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았다.
포털 사이트로 기사들이 수없이 떠올라 있었다.
“하하. 역시.”
이석우 이사가 그저 하하 웃었다.
“대체 뭡니까, 이사님?”
JG 이민규 실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들도 이석우 이사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직접 확인하시죠. 그럼 저희 S&H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석우 이사의 말에 JG 이민규 실장과 기획사 관계자들이 서둘러 각자 스마트 폰을 꺼냈다.
“하!”
중소 기획사 관계자 한 명이 탄식을 내질렀다.
“어울림이 또 어울림 했는데요?”
플래시즈 엔터의 이기혁 실장이 유행어를 중얼거렸다.
“하하, 이거 참. 현우 씨가 이제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코인 엔터의 백동원 팀장도 쓰게 웃었다.
[‘소녀혁명’ 신지혜, 마블사의 히로인 ‘스파이더 실크’ 주연으로 낙점!]
[‘소녀혁명’의 혁명은 계속된다! 신지혜, 데뷔와 동시에 할리우드 진출! 리틀 송지유의 등장!]
[마블사에서 공식 확인! 첫 히로인의 주인공은 한국인 소녀 신비! 어울림 엔터테인먼트와 김현우 회장! 또 한 번 역사를 쓰다!]
[‘소녀혁명’ 다섯 멤버! 신지혜를 주연으로 멤버들도 ‘스파이더 실크’에 전격 출연!]
―와 ㅋㅋㅋㅋㅋ 김현우 ㅋㅋㅋ 미쳤다! ㅋㅋ
―어울림…… 이젠 무섭다……. 마블 영화에 첫 히로인물 주연을 한국 출신 배우가 한다고? ㅋㅋㅋ
―마블 주인공이 한국인 ㅋㅋㅋㅋㅋㅋ 응. 어울림.
―신지혜도 송지유 테크 타네? ㅋㅋㅋ 지난 3년간 활동 안 하더니 이를 갈았구나? ㅋㅋ
―여러분! 어울림이 또 국위선양을 했습니다! 외쳐요! 김멘! 김현우 아멘!
―김멘이래 ㅋㅋㅋ
―김멘!
―ㄴㄴㄴㄴ 김렐루야!
―김렐루야 ㅋㅋㅋㅋㅋㅋ
포털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블, 요 근래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시리즈였다. 그런데 첫 히로인물의 주인공에 한국 출신 배우인 신지혜가 주연으로 캐스팅이 되었다는 소식이 갑자기 전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었다.
―실시간 어울림 사옥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울림 멋있다! 멋있어!
―와~ 위엄 보소?
―드디어 앨범 나오는구나?
연남동 부근을 지나던 한 팬이 올린 사진 한 장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울림 신사옥 전광판에 ‘소녀혁명’의 1집 정규 앨범 재킷 사진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개의 펄럭이는 분홍 깃발 아래, 각기 다른 왕관을 쓴 다섯 명의 소녀들이 우뚝 서 있었다.
뒤이어 또 하나의 사진이 올라왔다. 노란색 래시가드 차림의 드림걸즈 멤버들이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바나나 모양의 서핑보드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이었다.
[바나나 먹으면 바나나요? Coming Soon! 꿈의 소녀들! 미국 빌보드로 가즈아!―30일]
3년 만에 발매되는 드림걸즈의 새 앨범이었다. 무엇보다 빌보드 진출이라는 짤막한 문구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온다! 비글들이 돌아온다!
―온다! 지옥에서 그녀들이 온다! ㅋㅋ
―바나나 먹으면 바나나요? ㅋㅋ 역시 비글즈답다 ㅋㅋ
―소녀혁명 활동 끝나면 바로 드림걸즈 컴백? 야호! ㅋㅋㅋ
―소녀혁명에 이어 드림걸즈? 그리고 송지유? 아니면 전국소녀?ㅋㅋㅋ
―김발놈이 돌아오니까 어울림이 갑자기 일하네? ㅋㅋ
―어울림이 미쳤어요! ㅋㅋㅋㅋ 드림걸즈 미국 진출 실화냐? ㅋㅋ
―한국 걸 그룹이 미국 진출을 한다고? 미침? ㅋㅋㅋ
―꿈의 소녀들…… 그룹명대로 아메리칸 드림 이루러 가나? ㅋㅋㅋㅋ
―4연타네? ㅋㅋ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드림걸즈의 컴백 소식과 함께 들려온 미국 진출 소식에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