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끝의 탑스타 05권
내 손끝의 탑스타 05권
내 손끝의 탑스타
05
박굘
내 손끝의 탑스타 05권
차례
Chapter 01. 인연은 기회를 싣고 - 2
Chapter 02. 가을, 그 낙엽을 타고
Chapter 03. 해피 투게더 - 1
내 손끝의 탑스타 05권
Chapter 01. 인연은 기회를 싣고 - 2
파주 영어 마을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서 ‘프로듀스 아이돌 121’은 마지막 생방송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7회차 생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21%를 돌파했던 만큼, 이곳을 찾아온 관객들만 수천 명에 달했다.
특설 무대 아래쪽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데뷔 조 멤버들에게 제작진이 몇 명씩이나 붙어 있었다. 관계자들을 헤치고 현우가 제작진을 찾았다.
“대표님, 여깁니다!”
무대 점검을 하고 있던 메인 피디 이승훈이 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현우와 손태명이 다스케 쿠로와 토모다 케이다를 이끌고 제작진에게로 합류했다.
“승훈 피디님,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 케이다 피디님께서 오늘 생방송 무대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하십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 현우는 본론부터 꺼냈다.
“그래요? 그럼 추가 촬영인 거죠?”
박수호의 통역을 전해 들은 토모다 케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생방송 공연 무대를 추가로 촬영하고 싶습니다. 추가 촬영 분량은 방송에 10분 정도 나갈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좋습니다!”
이승훈이 대번에 승낙했다. 이진이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도 후지 TV의 추가 촬영을 반겼다. ‘프로듀스 아이돌 121’이 일본 전역에 홍보가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후지 TV 쪽의 스태프들이 하나둘 나타나 무대 쪽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이진이가 현우에게 말했다.
“어울림 덕분에 우리 프아돌이 후지 TV에 소개가 다 되네요? 감사해요, 현우 씨.”
“하하, 아닙니다. 제작진 여러분이 수고하신 덕분이죠.”
현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기 30분 전, 현우는 대기실을 찾아갔다. 김은정이 분주하게 아이들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점검하고 있었다. 멤버가 13명이나 되다 보니 김은정 말고도 다른 기획사의 코디들도 여럿 보였다.
“은정아, 얼마나 걸려?”
“다했어요! 이제 마무리 단계에요! 현우 오빠, 애들 어때요? 괜찮아요?”
김은정이 이솔의 앞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현우는 천천히 아이들을 살펴보았다. 김은정과 송지유가 개량한 견장을 얹은 교복 무대의상에, 볼 터치가 가미된 발랄한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최고야.”
“헤헤, 그렇죠?”
현우는 김은정에게 엄지까지 척 들어 보였다.
준비를 마친 데뷔 조 멤버들이 무대 아래에서 대기를 했다. 코인 엔터의 백동원 팀장과 플래시즈 엔터의 이기혁 실장 등이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현우가 다스케 쿠로와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김현우 대표님!”
서아라가 가장 먼저 현우를 반겼다. 현우가 픽 웃었다.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봤는데 뭐가 그리도 반가워, 아라야?”
“대표님은 늘 반가워요.”
“그래? 고맙네. 그건 그렇고 이쪽은 다스케 쿠로 씨야. 솔이와 수정이 같은 아이들은 잘 알지만 너희들은 쿠로 씨를 처음 보는 거지?”
벌써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 고양이 소녀들과 달리 다른 아이들은 일본에서 온 유명 인사를 보며 긴장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다스케 쿠로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팬입니다. 오늘 마지막 무대, 긴장하지 마시고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다스케 쿠로가 한국말로 또박또박 멤버들을 응원했다.
“안녕하세요! 전유지입니다!”
“양시시입니다! 중국 상해에서 왔어요!”
전유지와 양시시같이 붙임성이 좋은 멤버들이 먼저 다스케 쿠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박수호가 옆에서 통역하며 다른 멤버들을 소개해 주었다.
“생방 10분 전입니다!”
무대 아래 모니터로 관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10회차 생방송 공연을 통해 데뷔 조 13명이 처음으로 선을 보이게 된다. 정식 데뷔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무대이자 첫 쇼케이스나 마찬가지였다.
오늘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중이 갖는 기대치가 달라진다. 어린 소녀들이었지만 대중이 가지고 있는 기대치를 모를 리가 없었다. 데뷔 조 멤버들은 긴장 대신 굳은 각오를 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성장했구나.’
고양이 소녀들도 그랬고, 다른 멤버들도 처음 녹화 때와는 다르게 정신적으로 크게 성숙해져 있었다.
‘좀 더 동기부여를 해볼까?’
현우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생방송 무대를 찍기 위해서 후지 TV 제작진이 나와 있어. 너희들의 무대가 어쩌면 일본 전역에 방송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지.”
멤버들이 깜짝 놀랐다. 현우가 빙그레 웃었다.
“이번 무대는 잠재적인 일본 팬들을 확보할 좋은 기회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네!”
멤버들이 파이팅 넘치게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솔아.”
마지막으로 현우는 이솔을 불러 세웠다. 무대로 향하려던 이솔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껏 가면을 쓰고 무대로 올랐던 이솔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7회차 생방송 무대 이후로 이솔은 가면을 쓰지 않고 있었다.
“괜찮겠어?”
조심스레 현우가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이솔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표님이 보고 계시니까 괜찮아요. 저희 무대 꼭 보고 계셔야 해요?”
“당연하지. 여기서 딱 보고 있을 거야.”
“네! 그럼 다녀올게요!”
밝은 미소와 함께 이솔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 * *
여의도 쪽 어느 일식집.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현우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승훈 피디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사내가 현우를 반겼다.
“자네가 그 유명한 김현우 대표구만? 그렇지?”
“예, 국장님. 여기 이분이 어울림 엔터테인먼트의 김현우 대표님이십니다.”
“김현우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국장님.”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현우는 정중하게 명함을 건네었다. 명함을 살펴보더니 조성만이 허허 웃었다.
“자네 부친은 건강히 잘 계시고?”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일단 앉지.”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직원들이 요리들을 내왔다.
“오래전 신입 피디였을 때 조그만 가요 프로 하나를 맡았어. 그때 자네 아버지는 젊은 매니저였지. 프로가 1년이 좀 안 되어서 사라졌으니까. 그래도 꽤 같이 시간을 보낸 셈이야.”
“그러셨군요.”
“그렇지. 이거 감회가 새롭군. 어울림이라는 이름이 박힌 명함을 세월이 흘러 그 아들에게 받게 될 줄이야. 남훈, 그 친구는 잘 있나?”
조성만은 남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현우가 빙그레 웃었다.
“여전하십니다. 밤무대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두 분이시죠.”
“하하, 그럴 줄 알았어. 돌아가거든 안부나 전해주게. 술 한잔하자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일단 좀 먹고 이야기들 하지.”
조성만이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방송이나 연예계 쪽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식사가 끝나고 직원들이 차를 내왔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조성만이 본론을 꺼냈다.
“자네 소식 들었나?”
“소식이라 말씀하시면?”
머릿속으로 많은 정보가 오갔지만 딱히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조성만이 껄껄 웃더니 말했다.
“후지 TV와 프로듀스 아이돌 121을 놓고 지금 한참 의견 조율 중이네.”
“그럼?”
“그렇다네. 목요일 심야 시간대에 우리 프로를 편성하고 싶다고 하더군.”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요, 승훈 씨!”
“감사합니다! 다 현우 대표님 덕분입니다!”
이승훈이 환하게 웃으며 공을 현우에게로 돌렸다.
“자네 덕분이지. 자네가 다 한 거나 마찬가지야. 겸손은 사양하겠네.”
조성만이 미리 말을 잘랐다.
‘프로듀스 아이돌 121’이 종영된 지도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프아돌의 마지막 10회차 생방송은 시청률 26%라는 오디션 프로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데뷔 조의 생방송 공연도 역대급이라 불리며 지금까지도 WE TUBE 조회 수가 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쿠로의 골든 스페셜’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다스케 쿠로가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고양이 소녀들과 프아돌을 대대적으로 일본에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만담 듀오 겐겐즈까지 팬 인증을 하면서 일본 대중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감지한 후지 TV 쪽에서 ‘프로듀스 아이돌 121’의 수입을 결정한 것이었다. 한류가 절정을 맞고 있는 이 시기에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일본에 예능 프로그램이 포맷이 아닌 원본 그대로 수출이 되는 것은 ‘역대 최초’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자네에게 금일봉이라도 가져다주라고 농담까지 하시더군. 정말 우리 MBS 입장에서는 자네와 어울림이 복덩이일세. 연말에 기대하게나. 혹시 알아? 공로상이라도 받을지?”
“공로상을 받기에는 제가 아직 너무 젊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감사합니다, 국장님.”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현우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혹시나 공로상을 받을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쿠로의 골든 스페셜’이 2주 전 방송에 나가면서 고양이 소녀들과 데뷔 조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치솟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지 TV가 ‘프로듀스 아이돌 121’의 수입을 결정했다.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쳐야 하고, 또 그에 따른 지출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국내 활동도 시작하지 않은 지금, 일본에서 ‘프로듀스 아이돌 121’이 방송된다? 어쩌면 대대적인 프로모션보다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와 어울림 입장에서는 연달아 큰 행운이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조심하자. 원래 나쁜 일은 좋은 일이 찾아올 때 같이 온다고 했으니까.’
호사다마라는 말이 떠올라 현우는 설레발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자네 덕분에 직장인들이 간만에 고급 일식도 먹고 호강했어.”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젊은 친구가 싹싹하고 아주 좋군.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데뷔 조 아이들 앨범 작업은 언제 들어가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국장님.”
“그렇군. 그…… 하나만 더 물어보지. 송지유 양 앨범은 언제 나오는 건가?”
일급 기밀을 묻는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 현우는 웃음을 흘리며 애매하게 대답했다.
“곧 앨범이 완성될 겁니다.”
* * *
낡은 승용차가 어울림 건너편 공터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영진아, 더운데 뭐 하고 있어? 어제 세차했잖아?”
최영진이 이번에 구입한 신형 밴과 승합차 스프린터를 세차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던 최영진이 현우를 발견하곤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서요, 현우 형님.”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 디온 뮤직에 있었을 때는 구형 밴도 여기저기 수리해 가면서 겨우 끌고 다녔거든요. 근데 이 녀석들은 정말 멋있어요. 특히 이놈이요.”
최영진이 15인승 벤츠 스프린터를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다 현우 뒤편으로 보이는 낡은 승용차를 살펴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 차인가요?”
“아, 저거? 아버지 차야.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에 아버지 밴 한 대 계약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네. 같이 가요, 형님. 그리고 이참에 형님도 차 한 대 계약하세요.”
“나? 나는 저 녀석이 있잖아.”
현우가 신형 초록색 밴 봉식이를 가리켰다.
“아뇨. 밴 말고 개인 차량 말씀드리는 거예요. 형님은 대표시잖아요. 저희 어울림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시는 분인데 그에 맞는 차를 끌고 다니셔야죠. 밴은 좀 그렇습니다. 기름값도 많이 나가고 따로 스케줄 잡히면 태명이 형님이 밴 끌고 다니실 일도 잦을 테고요.”
“그렇긴 하네. 일단 이따가 같이 가보자. 그리고 내일 미팅 잡혀 있는 거 알지? 저 녀석 운전 잘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