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자는 참지 않아! 02권
귀환자는 참지 않아! 02권
귀환자는 참지 않아!
02
열뚜시
귀환자는 참지 않아! 02권
차례
Chapter 01. 들어왔는데, 나갔습니다
Chapter 02. 독도 점령전
Chapter 03. 비정상의 정상화
Chapter 04. 나 혼자 같이 등반
Chapter 05. 1+1 행사에 당첨되셨습니다
Chapter 06. 막타는 못 참지!
Chapter 07. 넘볼 수 없는 격차
Chapter 08. 사필귀정事必歸正
Chapter 09. 불사 군단장 강림!
Chapter 10. 안돼, 봐줄 수 없어, 돌아가!
Chapter 11. 건드렸으면 통제당해야지?
Chapter 12. 전쟁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
Chapter 13. 모순(矛盾)
Chapter 14. 엘릭서 연구소의 정체
Chapter 15.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
Chapter 16. 뉴욕 붕괴
Chapter 17. 관계의 정립
Chapter 18. 무지개 반사 - 2
Chapter 19. 말리스 가문 학살
귀환자는 참지 않아! 02권
Chapter 01. 들어왔는데, 나갔습니다
『속보! 일본의 야마다 고로 총리, 수상 관저에서 피살된 채 발견.』
현직 총리의 피살 사건.
그것도 4강 중 하나인 일본의 총리, 야마다 고로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런데 더욱더 놀랄 만한 사실은.
『수상 관저에 침입하여 경호원과 총리 모두 살해. 범인, 그리고 배후는 누구?』
『일본, 총리 살해범을 찾기 위한 비상 계엄령 선포. 모든 교통수단 통제.』
무려 총리가 살해당했음에도, 그것도 각종 시설물과 경호원이 배치된 수상 관저에서 일어난 범행에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
격변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각국의 정상을 향한 암살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덕분에 정상이 머무는 장소는 강력한 대응 시설 및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각성자 경호원이 존재했다.
그 모든 걸 뚫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설령 성공했다 해도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일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다만, 성명 이후 속이 빤히 보이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타카오시 후미로 총리 대행, 최근 마찰을 빚고 있는 대한민국을 향한 의미심장한 발언.』
『수상 관저를 뚫고 총리를 암살할 수 있는 이라면 세계에서 유일한 존재일 것.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유일한 각성자가 존재한다.』
『일본,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 대한민국이 전쟁의 불씨를 피운다.』
총리 대행인 타카오시 후미오의 저격성 발언으로 인해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이미 일본에선 총리 암살에 대한민국이 연관되어 있으며, 그들을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 여론 조사 결과 전쟁을 찬성한다는 쪽이 70%가 나왔을까.
이미 그들은 일본이 먼저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악의 축이며, 반드시 제거해야 할 복수의 대상.
영악한 총리 대행의 가벼운 입김이 혐한嫌韓이라는 거대한 불씨를 만들고 있었다.
* * *
「故 야마다 고로 총리를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연 세간의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야마다 고로 총리의 추모식.
물론 장례식장은 아니다.
총리를 살해한 암살자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기에 중요 관계자들이 모이는 장례식장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정부에서 마련한 분향소 주위로 이어진 행렬을 보여주며 총리를 향한 애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호킨 레이어.’
나이트 소환 티켓을 통해 일본에 소환된 호킨 레이어.
그의 활약을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호킨 레이어, 그는 내가 스승이라 부를 수 있는 세 번째 존재이자 제국의 첩보국 상관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리티아 대륙에서 내 출신은 분명 아스란 왕국이었다.
하지만 말리스 바스티드의 배신으로 아스란 왕국의 추격대를 상대해야만 했다.
그건 지옥 같았던 그리티아 대륙의 일생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위협.
무려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전투를 치렀고, 겨우 그들이 펼친 천라지망을 뚫어낼 수 있었다.
사실은 그들이 물러났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제국의 국경, 그 영역에 들어가 포위망이 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여우를 피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격.
악의 제국이라 불리며 대륙을 피로 물들인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 처음 마주하게 된 이가 호킨 레이어였다.
「제국은 너와 같이 독기를 품은 자를 원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다.
국경 근처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파악하기 위해 은밀히 숨어든 그가 계속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내 독기를 칭찬하며 손을 내밀었다.
내 유일한 목적은 삶.
그렇기에 악의 제국이 내민 손길을 잡았다.
그날 이후부터다.
제국에서의 새로운 삶, 첩보국 소속 호킨 앨버스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의 곁에서 첩보국 나이트로서의 기술 등을 배웠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내 차가운 성향에 베이스가 된 게 당시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장담할 수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호킨 레이어라면 고작해야 총리를 죽이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는 임무에 살고 임무에 죽는 자.
만약 내가 한 명령이 황제 폐하가 내린 명이라고 인식한다면 총리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건 미끼.
대어를 낚기 위한 떡밥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속보! 야마다 고로 총리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폭발로 천황을 비롯한 다수의 각료 사망!』
총리를 추모하기 위한 방송 하단의 자막으로 다급한 속보가 송출되고 있었다.
* * *
여기가 어딘지.
어떤 시대인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다.
그의 뇌리에 각인 된 건 단 하나.
「일본의 중요 요인을 암살하고 혼란을 야기하라.」
황제 폐하의 명이었다.
첩보국에 소속된 이에게 의문은 없다.
그것이 명이라면 설령 지옥으로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목표를 제거한다.
지금 호킨 레이어가 해야 할 일은 의문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곳, 일본이라는 나라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가였다.
그렇게 처음 몇 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최대한의 정보를 모았다.
고작해야 몇 시간.
하지만 나라의 정세, 그리고 정부, 총리부터 시작한 내각제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고작 몇 시간 만에 임무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호킨 레이어.
그 첫 번째는 야마다 고로 총리를 없애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척 당연한 일이다.
천황이 있다곤 하지만, 이제는 상징적인 지위가 되어버린 그들이 아니라 내각제의 수장을 없애는 일은.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하는 것.
그렇기에 이곳에 왔다.
북적북적.
사람들 간 대화는 없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로 바쁜 공간.
그곳은 비밀리에 치러지고 있는 야마다 고로 총리의 장례식장이었다.
초대받지 않은 이는 들어올 수 없는 곳.
그곳에 멀쩡히 활보할 수 있는 건 지금 그의 모습이 나이트 호킨 레이어가 아니라 일본의 중의원 의장인 나카무라 요시오로 변신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계엄령 선포와 함께 삼엄한 경비가 마련된 상태였다.
온갖 장비와 탐지 특성 등을 가진 각성자가 고용되어 드나드는 모든 이들을 철저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일본의 보안은 무척 허술하다.’
특성?
어떤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나이트였던 그에게 특성과 같은 능력이 있을 턱이 만무하지 않은가.
지금처럼 변신한 것도 특성이 아니라 첩보국의 비전을 이용하여 살점과 뼈를 임의로 조정해 만든 것이었다.
물론 이때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 어떤 고문과 고통에도 반응하지 않게 훈련을 받았다.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한 첩보국 소속, 그곳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이트로 복무했던 호킨 레이어에게 있어서 이 정도 고통은 안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변신만이 아니다.
총리 가족을 향한 그 말투는 발성과 톤, 모두 완벽하게 나카무라 요시오 의장과 똑같았다.
총리를 죽인 직후 미리 물색해 두었던 의장을 고문하여 그의 습관과 행동,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숙지했다.
그 시간은 불과 반나절.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흉내 내게 된 그는 이제 나이트 호킨 레이어가 아니라 중의원 의장인 나카무라 요시오였다.
“의장님, 이쪽으로.”
배정된 자리에 앉는다.
조금 있으면 시작될 장례 의식을 위하여 잠깐 대기하는 시간.
장례식장이다.
그렇기에 사람들 간의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았고, 정숙이 유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