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아니고 매니저 합니다 03권
점쟁이 아니고 매니저 합니다 03권
점쟁이 아니고 매니저 합니다
03
철강산
점쟁이 아니고 매니저 합니다 03권
차례
Chapter 01. 오디션에서 생긴 일
Chapter 02. 골 때리는 여배우
Chapter 03. 태클 걸지마
Chapter 04. 저비용 고효율
Chapter 05. 동료 매니저
Chapter 06. 신인 배우
Chapter 07. 연습실에서 생긴 일
Chapter 08. 음악 방송
Chapter 09. 가짜 스캔들 - 1
점쟁이 아니고 매니저 합니다 03권
Chapter 01. 오디션에서 생긴 일
정서주의 질문에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사주에 화(火)기가 적다는 말을 해 줄 수도 없고….
그냥 마리아처럼 대답을 했다.
“그냥. 촉으로 때려 맞춘 겁니다.”
“참나… 그 놈의 촉. 좋아요. 그 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해 줄래요?”
“뭘요?”
“나랑 [스텔리아]랑 오래 갈 거 같아요?”
말 속에 뼈가 있다. [오딘스]와의 트라우마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정서주와 스텔리아는 찰떡 궁합이니까….
스텔리아 멤버들은 상호간 사주의 오행(五行)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마리아의 수(水)기와 채송의 금(金)기 그리고 현지의 목(木)기와 소연의 화(火)기.
하지만 이것들이 한 곳에 존재하려면 ‘터’ 가 있어야 한다.
이 ‘터’ 를 나타내는 오행이 토(土)기인데,
정서주의 메인 오행이 바로 토(土)기다.
스텔리아는 그동안 이 토(土)의 기운을 만나지 못해 터를 잡지 못하고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이제 정서주라는 ‘터’ 를 만났으니 여기에 정착해 집도 짓고, 나무도 심어 열매를 거두면 된다.
다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오행이 한 곳에 모이면 만물이 소생하지만 그만큼 각 오행끼리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합(合)과 충(衝)이 발생한다.
나무(木)의 기운이 불(火)의 기운을 살리지만 반면 흙(土)의 기운과는 부딪친다.
이런 상생과 상극 작용은 피할 수 없는 명리학의 순리다.
원래 가지 많은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열매가 열린다.
그리고 이 바람을 잘 관리해 주는 게 매니저인 내 역할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정서주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거밖에 없다.
“오래 갈 겁니다.”
“얼마 나요?”
“팀장님이 지겨울 때 까지요….”
이 말에 정서주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엷게 웃으며 뒤돌아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이런 정서주를 뒤로 하고 다시 연습실로 돌아와 멤버들을 데리고 회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홍종덕이 추천해 준 파스타 맛집으로 데려가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리고 피자까지 아주 배 터지게 먹였다.
* * *
조용하고 깔끔한 초밥 집에 [케이에스 엔터] 매니지먼트 1팀장 마일영이 앉아 있다.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에 주방장이 초밥 하나를 올려놓자 그걸 젓가락으로 집어 고추냉이가 풀어 진 간장에 찍은 뒤 입안에 넣었다.
맛이 좋은지 주방장을 칭찬했다.
“오늘 맛이 좋네요….”
“네. 팀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특별히 참치 뱃살로 준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일영이 답례를 하고 또 한 점 집어 먹으려고 할 때,
미닫이 문이 열리며 [케이에스 엔터] 매니지먼트 2팀장 최대복이 들어와 마일영 옆에 앉았다.
“팀장님. 정서주가 좀 이상해진 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스텔리아] 아시죠? 크레이븐에서 넘어온 애들. 그 망돌을 5팀 소속에 둔답니다.”
이 말에 마일영이 젓가락질을 멈추고 최대복을 바라보았다.
“확실한 거야?”
“네. 엊그제 회사에서 테스트 미팅까지 했다고 합니다.”
“의외군….”
“맞습니다. 우리가 연습생들로 밑에서 조이고, 상무님이 위에서 찍어 누르니까 자기도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정서주 팀장. 말만 거창하지 별거 없나 봅니다. 생각보다 너무 쉽습니다.”
최대복이 젓가락을 들고 자신의 앞에 올려 진 초밥을 호기롭게 입안에 넣고 씹었다.
이 모습에 마일영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최 팀장. 정서주가 [오딘스] 런칭 할 때 어땠는줄 알아?”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최대복의 의아한 표정에 아랑곳이 없이 마일영이 말은 계속 되었다.
“클론 뮤직에서 한참 오딘스 준비할 때 다들 망할 거라고 했어. 멤버들이 특색이 없었거든… 그 회사 차 대표까지 접을 생각을 했었고… 근데 갑자기 정서주가 거기 디렉터로 붙었는데, 두 달 만에 얘들이 달라졌단 말이지…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됐다고나 할까…? 정서주는 그런 묘한 재주가 있는 여자야.”
이 말에 최대복이 조심스럽게 대꾸를 했다.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스텔리아는 이미 데뷔한 망돌입니다. 처음 시작했던 오딘스하곤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망돌은 어려워. 근데 말이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정서주가 스텔리아를 어떻게 안 거지? 우리 회사 직원들 대부분이 존재도 모르는 걸그룹인데… 홍종덕이 말해 준 건가?”
“아니 그런 거 같지 않습니다. 홍종덕도 짬이 있는데, 괜히 감당도 안 되는 말을 할 리가 없죠. 아무래도 강길수가 한 거 같습니다.”
“강길수라…… 그 친구 이름이 또 나왔군. 이건 그만큼 실력 있다는 말이겠지?”
“뭐…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무슨 조치가 있어야겠군. 더 늦기 전에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마침 껀수가 하나 있는데 그것부터 시작 하겠습니다.”
마일영이 대답 대신 자신의 접시 위에 놓인 초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걸 최대복의 접시에 옮겨 주었다.
* * *
테스트 미팅이 끝나고 일주일 뒤 [스텔리아]는 회사랑 연장 계약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 옵션으로 우리 5팀에 배속되었다.
마리아가 미성년자인 현지와 소연의 부모님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와 연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모두 음원 차트 1등을 한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런 멤버들에게 선물이 쥐어졌다.
하나는 그동안 마리아만 가지고 있었던 회사 출입증 카드를 모든 멤버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제 마음대로 회사 연습실을 사용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바로 건조기 선물이다.
정서주에게 멤버들의 열악한 사정을 말했더니 그녀가 흔쾌히 건조기를 쐈다.
더불어 숙소도 회사 근처로 이전해 주겠다고 했다. 드디어 반 지하 탈출이다.
조만간 하던 알바들도 모두 정리하고 본격적인 재 데뷔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일환으로 스텔리아의 재 데뷔 컨셉을 잡아야 하는데… 이건 일단 정서주의 몫이다.
그녀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이러는 사이 소정의 스케줄이 다시 생겼다.
절에 들어가서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했던 봉봉박 감독이 다시 속세로 나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시나리오가 끝내준 단다.
이 작품 주연만 따내면 무조건 스타 된다는 소문이 각 매니지먼트사에 돌았다.
그러자 이 영화에 오디션을 보고자 하는 여배우들이 신인이고, 기성이고 할 거 없이 엄청 늘어났다.
혹시 이런 인기가 소정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이 영화의 기획 피디 정봉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피디님. 강길수입니다. 오디션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아… 네… 저희도 지금 준비 중인데요… 지원자들 너무 많아서요….
말끝을 흐리는 정봉석의 태도에 뭔가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일단 소정씨 영상 오디션 먼저 보면 안 될까요?
“영상 오디션이요?”
―네… 제가 대본 일부를 보낼 테니까요. 그거 연기하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저한테 보내 주세요. 그럼 일단 그걸로 평가를 한 뒤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것들 봐라… 이건 무슨 개수작?
갑자기 속에 욕이 확 올라왔다.
시나리오가 얼마나 잘 나왔길래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거지?
소정이 무시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영상 오디션은 소정의 급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초짜 신인들이나 하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저기요. 정 피디님. 이러시면 안 되죠. 우리 소정이가 영상 오디션 급이 아닌 건 정 피디님도 아시잖아요?”
좀 세게 나갔다.
그런데 이런 태도에 정봉석이 기분 나쁜 듯 대꾸를 했다.
―아니. 김소정 씨 급이 뭔데요? 탑스타라 되는 겁니까? 우리 회사 방침이 그렇다고 했잖아요.
이 인간이 선을 넘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손으로 먹으면 개 취급 받는다.
이 영화 안 하면 안 했지 소정의 자존심과 맞바꿀 순 없다.
“이봐요. 피디님. 혹시 이러는 거 이미도 작가님도 아세요? 우리 소정인 분명히 이미도 작가님 추천 받고 오디션 보는 거라고요? 저 이거 분명히 이미도 작가님한테 말씀드릴 겁니다.”
이미도 작가라는 말에 정봉석이 허를 찔린 듯 꼬랑지를 내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지원자들이 많아서 양해를 부탁하는 겁니다.
“양해를 무슨 이런 식으로 합니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우리 소정인 시나리오 수정 전에 오디션 약속 했습니다. 이 약속 꼭 지켜 주십시오.”
정봉석이 주절대며 변명을 하다가 결국 승복했다.
―알겠습니다. 다음 주까지 오디션 일정 잡아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에~ 감사합니다.”
마무리는 비즈니스 멘트로 정중하게 끝냈다.
이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니, 내 앞에 스케줄을 마치고 온 홍종덕이 서 있었다.
정서주도 외근을 나가서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통화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홍종덕이 들어온 모양이다.
그가 통화 내용을 이미 파악한 듯 말을 걸었다.
“길수야. 너 세졌다.”
“저쪽에서 말을 이상하게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