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간수가 되었다 03권
소설 속 간수가 되었다 03권
소설 속 간수가 되었다
03
지인
소설 속 간수가 되었다 03권
차례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소설 속 간수가 되었다 03권
제11장.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황자가 금했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나에게 물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원래의 진이수였다면 그가 조금만 험악하게 인상을 써도 그 말을 들어주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진가경도 그 사실을 아는 듯 더는 묻지 못한 채 고심이 깊어지는 얼굴이었다.
처소로 돌아가자 얼굴이 검게 변한 채 검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심장이 다 녹아버린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긴장한 얼굴이었다.
설마를 타고 파소해를 찾아가자 검귀는 그때까지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가 그제야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뭘 그리 걱정하셨습니까? 혹시 저를 못 믿으신 거였습니까?”
내가 장난조로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하지도 않았다.
“공자님이 누구를 상대하는 건지 아셔야 합니다. 어찌 된 것입니까? 순순히 보내주지는 않았을 텐데요. 와서 얘기를 들으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검귀는 파소해의 앞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나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가서 물었다. 내가 삼황자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자 검귀의 표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공자님, 아무래도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왜 그러십니까?”
“삼황자 전하는 그런 일을 잊는 분이 아닙니다. 공자님이 한 일과 말을 절대 잊지 않고 계속 마음에 담아두실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공자님과 가문을 끝내려 할 겁니다. 그러기 전에는 멈추지 않으실 거고 말입니다. 삼황자 전하가 시키지 않아도 그분의 측근들이 스스로 나서서 그 일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 일이 소문 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삼황자 전하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걱정했으면 처음부터 행동거지를 조심했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지는 않고 뒷수습을 할 거라는 말에 기가 찼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가문을 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조금만 버티면 이 가문이 제 것이 될 텐데 제가 왜 버리겠습니까?”
“하지만 어떻게요? 제가 한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발을 물러나면 내일은 더 물러나야 할 수도 있고 그 후에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삼황자 전하는 우리가 만나게 될 가장 강한 적도 아닙니다. 삼황자 전하가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분인 것도 아니고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무림에서는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고수도 많을 거고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터전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검귀는 나에게 반박을 하려는 것 같더니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생 한 번 오기도 어려운 위기일지 모르지만 왠지 저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운명이라면 미리 맷집을 키우면서 단단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건 저도 어느 정도 동감하는 부분이라서 말이지요.”
“삼황자 전하는 명분을 지켜야 합니다. 황태자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셔야 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 앞에 함정을 판다면 모를까 강압적으로 굴지는 못할 겁니다. 자객을 보내거나 군병을 보내는 식으로 혈겁을 벌이지는 못할 거라는 말이지요.”
그것은 소설을 보고 삼황자에 대해 파악한 것이기도 했다. 검귀를 완전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검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자기도 더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저를 더 강하게 수련시켜 주십시오, 윤 호위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별 수가 없겠군요.”
“그런데 정말 끝까지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실 건가요?”
“예, 그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거리를 두었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삼황자가 함정을 팔 거라는 것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게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알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나갔다.
며칠이 조용히 지나가자 나와 검귀는 혹시 삼황자가 그 일을 그냥 지나가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꿈까지 꾸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황자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목을 옥죄려 했다.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은 진가경이었다.
진가경이 보낸 노복이 나를 찾아와서 그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무슨 일인가 하며 처소로 가자 진가경이 긴장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황자 전하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이제 내가 알아야겠다. 삼황자 전하께서 우리를 모두 부르셨다. 도지휘사가 가연을 베풀기로 했다는데 거기에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나와 너, 그리고 소해까지 말이다.”
그냥 듣기에도 좋지 않은 의도가 있을 거라는 게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그 자리에 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진가경이 쐐기를 박는 것처럼 말했다.
“세 사람 모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어떤 변명도 허락되지 않을 거라고 하더구나.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고 해도 오라고 했다. 삼황자 전하가 며칠 전에 와서 우리 모두를 보셨으니 우리에게 그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안다고도 하셨다.”
이쯤 되면 도망칠 구멍을 모두 막고 토끼몰이를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가면 되지 뭘 걱정하십니까?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해오신 적도 없지 않습니까? 저와 소해는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만.”
진가경은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삼황자를 상대로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가라앉히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채비하거라. 황자 전하를 기다리시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알겠습니다.”
준비할 것은 거의 없었다. 나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가는 길에 파소해와 검귀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파소해는 크게 걱정하면서 나에게 괜찮겠는지 물었고 나는 파소해를 안심시켰다.
“너도 준비하거라. 도지휘사가 베푸는 가연이라고 하니 맛있는 것이나 잔뜩 먹고 오자.”
파소해는 정말 나를 믿어도 되는 건가 하는 듯이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에 가연에 가기 위해 모인 우리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가경을 제외한 세 사람, 검귀와 파소해와 나는 잠깐 가까운 곳에 나가는 것 같은 차림을 했는데 진가경은 혼자서 멋을 부렸다.
내가 그 집에 살면서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옷을 입고 나와서 우리를 책망하기 바빴다.
“좋은 옷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다들 꼴이 그게 무어냐! 이 애비를 망신시키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이냐!”
혀를 차는 그를 놔두고 우리는 먼저 마차가 준비된 곳으로 갔다.
마부가 모는 마차에 진가경과 파소해가 타기로 되어 있었는데 진가경과 함께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파소해를 내가 설마의 등에 태웠다.
“뭘 하는 것이냐?”
“이러다가 늦으면 황자 전하의 노여움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십니까? 저희는 먼저 가겠습니다. 천천히 오십시오.”
그러고는 그 앞에서 말을 달리자 진가경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차에 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우리는 도지휘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동안 나는 검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삼황자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생각했다. 그러나 일이 닥치기 전에 우리끼리 상상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해 너는 연 호위님이나 오라비가 없이는 한 발자국도 돌아다니지 말거라. 돌아갈 때까지 반드시 그리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을 해도 이 오라비가 단단히 명한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거라.”
“예, 오라버니….”
파소해는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 하는 얼굴이었지만 일단 대답은 해놓았다.
도지휘사부에는 사람들이 동원되어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신분을 철저히 검사했다. 그러나 우리가 다가갔을 때는 절차를 간단히 하고 우리를 직접 안으로 안내하기까지 했다. 뒤에 서서 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더니 왜 유독 우리에게만 그러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파소해에게 관심이 있어서 삼황자가 특별히 말을 해둔 건가 했지만 나에게도 각별하게 대했다.
아직 진가경이 탄 마차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우리 중에 진가경을 기다린 사람은 없었다.
우리를 삼황자에게 안내한 사람들도 진가경이 왔는지의 여부는 묻지 않았다.
나는 파소해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삼황자의 앞으로 갔다.
삼황자는 나와 마지막에 어떻게 헤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환대했다.
“어서 오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네.”
그 자리에는 도지휘사 초순양을 비롯해 다른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삼황자는 우리가 초순양에게 인사를 하도록 놔두지도 않으며 상석에 우리를 앉게 했다.
만약 내가 진이한의 행세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삼황자가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우리를 괴롭히려고 하는 것인가 해서 적잖이 놀랐다. 만약 그가 준비한 것이 이게 전부라면 걱정할 것도 없겠지만 그럴 리는 없을 터였다.
“이제 모일 사람은 어느 정도 모인 것 같으니 가연을 시작하도록 하시오.”
삼황자의 말에 도지휘사가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초대받은 사람 중에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원래 가연이라는 것은 그 집안 사람들만 모여서 하는 잔치일 텐데 가연이라고 하면서도 모인 사람이 적지 않았다.
도지휘사는 당황한 얼굴을 하면서도 차마 삼황자가 한 말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그가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그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이 담긴 상을 가지고 와서 각자의 앞에 내려놓았다.
모든 것이 실수 없이 이루어졌는데 그러면서도 나는 곧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삼황자는 자신의 가까이에 파소해와 나를 앉게 하고 나에게 집중적으로 말을 걸었다. 정작 대화를 하고 싶은 상대는 파소해일 텐데 먼저 내 환심을 사려고 하는 걸까 하면서 나는 그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
특별히 궁금해서 묻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거의가 사교적인 질문이었다.
그사이에도 먹을 것을 가져오는 이들이 계속 이어졌다. 가만히 보니 그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몸짓이 어색한 이들이 보였다.
* * *
나이도 많지 않고 옷도 맞지 않아 겉돌고 있었다. 삼황자가 오면서 갑작스럽게 가연이 열리자 일할 사람이 부족해 외부에서 데려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황자를 대접하는 사람을 아무나 뽑지는 못했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용모가 단정한 사람들을 데려온 게 아닐까 했다.
내 시선을 끈 사람은 그중 특히 나이가 어린 한 남자였다.
파소해보다 서너 살은 더 어려보였는데 옷이 손등까지 덮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내려놓을 때 보이는 손가락이며 손목이 앙상해서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눈은 총기있게 빛났다. 희한하게 눈길이 가서 그 아이를 자주 보게 되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삼황자가 그런 나를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다시 삼황자를 보았을 때 그는 그 남자아이를 보고 있었다.
여러 요리가 나오더니 나중에는 펄펄 끓는 탕 요리가 나왔다.
연못과 정원을 구경하면서 식사를 하도록 자리가 외부에 마련되었는데 밖에서 식사를 하느라 무거운 그릇들이 옮겨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안에 든 내용물까지 하면 웬만한 성인 남자라고 해도 쉽게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그 아이가 들고 오고 있었다.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불안한 시선으로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그들도 그 일을 아이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설마 삼황자가 벌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펄펄 끓는 그릇이 쏟아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온 신경이 그 아이에게로 쏠려 있을 때 삼황자가 그 아이를 불렀다.
“이쪽으로 가져오너라. 그것을 먼저 맛보고 싶구나.”
황자가 되어서 먹어보지 못한 요리가 있을까.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황자가 자기에게 명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도 더 긴장이 되었을 터였다.
그때는 이미 팔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요리가 아니구나. 나는 먹지 않을 것이니 다른 곳에 가져다 두어라.”
그러더니 멀리 있는 탁자를 가리키며 그곳에 먹을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으니 그곳에 가져다주라고 말했다.
아이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팔은 점점 더 떨렸다.
그러나 황자의 시중을 들면서 감히 도중에 그릇을 내려놓을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저러다가는 백발백중 사고가 나겠다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다가가 그릇을 같이 들었다. 내가 드는 순간 그 아이의 손에서 힘이 빠져 하마터면 그 뜨거운 것이 아이의 몸에 쏟아질 뻔했다.
그 아이도 그 사실을 깨달은 듯, 핏기가 가신 얼굴로 나를 보았다.
“괜찮으냐?”
“예, 나으리. 감사합니다.”
나는 삼황자가 말했던 식탁에 그릇을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 했다. 그러나 삼황자는 나와 그 아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더니 음침한 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와 같은 사람은 언제나 독살의 위험에 노출되네. 그래서 음식 시중을 아무에게나 받지 않지. 저 아이는 도지휘사부와 어울리지 않고 필경 다른 곳에서 온 것 같았네. 그래서 의심하고 있었고 시험을 해보려 한 것인데 왜 나선 것인가?”
그 아이가 도지휘사부에서 일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도지휘사에게 따질 일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니 외부 사람을 임시로 고용한 거였을 텐데 그것을 가지고 아이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의심이 가거든 따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지, 감당하기도 어려운 것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게 하며 고문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어떤 일이 주어질지 미리 알고 이 일에 나서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이의 영양상태로 볼 때 아이는 일을 가릴 입장이 아니었을 것 같았다.
삼황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그때부터는 나에게 볼일이 없다는 듯이 그 아이를 직접 불렀다.
아이도 삼황자가 하는 말을 들었을 것이라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삼황자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 무린이라 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하무린?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하무린?’
나는 언젠가 내가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런 자리에서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설에 이런 내용은 나온 적이 없었다.
하무린이 어렸을 때 온갖 고생을 다 했다는 것은 나와 있었지만 삼황자를 만나 곤경을 당한 내용은 없었다.
‘원래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닌가? 그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원래라면 당하지 않았을 일을 나 때문에 당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라며 나는 그 아이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