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一章. 탈출
투우우웅─!
폭발적인 기파가 쏟아져 나왔다.
그 기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장대한 도를 메고 있던 거한이었다.
처척──
“…….”
그를 쏘아봤다.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자.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보자니 마치 시간을 십칠 년 전으로 되돌린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물론 그 시절 그들이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마교와 맞섰다는 것 때문에 일어난 감상은 아니었다.
그래, 감상이 아니라 그것은…….
“……반로환동?”
도를 메고 있던 사내는 바로 하북팽가의 가주 팽광(彭光)이었다.
그 옛날 그와 함께 마교의 주력 부대와 싸우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십칠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그 시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흐르는 세월을 비켜 보낸 것은 비단 팽광만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인(南宮仁)은 팔짱을 낀 채 오연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 보고 있었으며, 그 곁에는 뜻 모를 웃음을 짓고 있는 사마세가의 가주 사마행(司馬行)이 서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후세가의 가주 하후패(夏侯覇), 공손세가의 가주 공손휴(公孫烋), 위지세가의 가주 위지태(尉遲太)까지.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 모두를 지휘하듯 가장 뒤에 서서 하늘을 올려보던 자는 놀랍게도……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세가의 제갈휘(諸葛諱)였으니까.
그들을 차례로 훑던 내 시선이 어느 한 지점, 마지막 청년에게서 멎었다.
나와 감설영이 동시에 외쳤다.
“감묵! 네가……?”
“……오라버니?”
그랬다.
여덟 번째 사람은 다름 아닌 감묵이었다.
그렇다면 감묵 또한 정말로 구룡지회의…….
그때 무림맹 군사 제갈휘가 싸늘하게 웃었다.
“서문극. 익히 알던 얼굴들이라 많이 놀랐겠군. 특히 이쪽이 반가운 얼굴이지 않나?”
그의 한쪽 손이 감묵의 어깨로 올라갔다.
“독룡. 저자는 자네를 아주 잘 아는 것 같은데……. 자네는 저자를 아는가?”
감묵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요룡.”
독룡?
그럼 감묵이 바로 그 독룡이었단 말인가?
그때였다.
“오라버니!”
미처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감설영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감묵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오라버니! 저예요! 설영이에요! 저라구요! 오라버니!”
“…….”
“오라버니……. 저, 모르겠어요……?”
감묵이 곁의 제갈휘를 돌아봤다.
“역시 모르는 얼굴입니다. 요룡, 어떻게 할까요?”
제갈휘가 뜻 모를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파팍─!
“꺄악!”
감묵이 휘두른 손에 감설영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왔다.
터턱─!
재빨리 감설영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서둘러 감묵을 돌아봤다.
감묵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내 눈빛을 받아냈다.
칠 년 전에 봤을 때 느꼈던 녀석의 따스한 눈빛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 감묵 형!”
명운이가 감묵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감묵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욱 무심한 시선으로 명운이를 주시했다.
명운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감묵 형. 나도 몰라보겠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형이 그랬잖아. 날 잊지 않겠다고, 우리는 이미 형제나 다름없다고! 꼭 서신을 보내겠다고!”
“…….”
“그리고, 그리고 형이 서신을 보냈었잖아! 도와달라고, 명운아, 도와줘, 라고! 그렇게 직접 혈서를 써서 보냈었잖아! 그런데, 그런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감묵은 여전히 명운이를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그것은 단순히 무심한 시선이 아니었다.
무심함을 넘어선, 어떤 커다란 허무와 공백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혹시, 감묵은 이지를 상실한 것일까.
“말해 보라고! 감묵 형! 내 목소리가 안 들려?”
그렁그렁하던 명운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와 함께 감묵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감묵의 입이 열렸다.
“나, 나는…….”
“독룡. 저놈을 아는가?”
제갈휘가 재빨리 감묵의 말을 끊었다.
그로 인해 잠시 흔들리던 감묵의 눈동자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녀석이 제갈휘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요룡. 역시 기억에 없는 얼굴입니다.”
“혀, 형……?”
그 순간, 제갈휘가 코웃음을 쳤다.
“더 이상 잔말은 필요 없다. 독룡, 일단 맛부터 보여라.”
“예.”
투파팟─!
제갈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묵이 쏘아지듯 앞으로 쇄도해 왔다.
나는 재빨리 명운이의 앞을 막아서며 감묵을 향해 마주 쌍장을 내질렀다.
퍼어엉─!
“크윽!”
전신이 들썩였다.
나와 감묵은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곤 해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위력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단 칠 년 만에 이 정도의 성취라니.
이건 대체…….
감묵의 매서운 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치치치익─!
감묵의 쌍장이 자색 강기로 휩싸였다.
독장, 아니, 그것은 바로 독강(毒?)이었다.
“……!”
그의 쌍장이 집요하게 내 가슴을 노렸다.
쌍장에서 넘실거리는 독강이 마치 뱀과 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하지만 나는 뒤의 명운이와 감설영 때문에 함부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치잇!”
팔 성의 공력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정면으로 맞섰다.
콰아앙─!
“크흡!”
아찔한 충격.
잠시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
놀랍게도 감묵은 팔 성의 천뢰무극신공마저 버텨냈다.
그사이 나는 충격을 발판 삼아 뒤의 명운이와 감설영을 낚아챘다.
그리고 근처의 나무 꼭대기를 향해 섬전질풍을 구사했다.
츠파앙, 터턱─!
“…….”
다행히도 감묵은 추격해 오지 않았다.
나는 나무 꼭대기에 올라서서 잠시 숨을 골랐다.
독강과의 충돌에서 침입한 독기가 놀랍게도 만독불침의 신체를 무시하고서 단전으로 침투해 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짝짝짝──
“놀랍군, 놀라워! 독보무신의 명성이 강호에 자자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과연 명불허전이로고!”
제갈휘가 이죽거리며 손뼉을 쳤다.
“그런데 이건 어떨까?”
“……?”
그 순간이었다.
아래쪽에 있던 여덟 사람에게서 너무도 익숙한 기파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쿠우우우……!
……이, 이건?
감묵에게서, 그리고 제갈휘에게서, 아니, 팽광 등을 비롯한 구룡지회의 모든 인물에게서 묵직하고도 난폭한 기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타하─!”
“크핫-!”
투우우웅─!
쿠우우웅─!
여덟 줄기의 육중한 울림이 지축을 흔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