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매니저는 성지순례중 3권
Standy 현대 판타지 소설
1장.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매니지먼트 산.
5층 대표실.
장수일 대표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하하, 강미진의 광고료가 2배 가까이 올랐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화장품 같은 품목들로 계약 건이 확장된 것도 고무적입니다.”
“후후, 좋지. 그런 것들은 스타로서 정점을 찍었다는 말과 진배없으니까.”
장수일 대표가 크게 주억였다.
“윤예슬이 중복되는 품목이라 안타깝게 놓쳐야 했던 광고들. 이번엔 놓치지 말고 다 가져가자고.”
“물론입니다, 대표님.”
“드라마 찍느라고 광고 촬영한 건 하나도 없지 않아?”
“네. 아직 계약 진행된 건도 없습니다.”
“이런, 뭐하고 있어. 빨리빨리 진행하지 않고.”
“촬영기간 내내 스케줄이 너무 촉박해서 틈을 낼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부지런히 촬영해야 합니다.”
“그래, 포상휴가까지 조금 시간 남았잖아. 그동안 찍을 수 있는 건 먼저 찍으라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러라고. 참, 포상휴가를 어디로 간다고 했지?”
“하와이입니다.”
“하와이?”
“네. 시청률이 35%를 넘으면 하와이로 보내준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최종화 시청률은 35.7%였구요.”
“그거야 알지. 요즘 같은 시대에 35.7%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허허. 그래도 그렇지 하와이라. KBC가 제법 큰 돈 썼어?”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 포상휴가를 가는 건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 되었다.
흥행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했지만 어쨌든.
드라마도 다 끝난 판에 방송국에서 큰돈을 쓴다?
아무리 포상의 개념이라곤 하더라도, 돈을 쓰는 방송국 입장에서 본다면 아까울 수밖에 없다.
기왕 쓰는 돈, 유의미하게 사용하자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어차피 메이킹 필름 붙을 텐데요, 뭘.”
“하긴, 해외 판로가 아직 남았으니까 메이킹 필름 붙여서 감독판으로 팔면 쏠쏠할 거 아냐.”
김강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미진, 재계약이 얼마나 남았지?”
“5년 계약 했으니, 3년 정도 남았습니다.”
“3년이라…….”
장수일 대표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툭툭, 소파 팔걸이를 두어 번 두드렸다.
마지막으로 연달아 고개를 짧게 끄덕이곤, 시선을 돌려 4팀장 김영섭을 바라보았다.
“오디션으로 발탁한 녀석들. 어떻게 할 거야? 이제 활동 시작해야 할 거 아냐.”
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건의를 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현재 4팀의 인원은 기존의 신인배우들의 케어를 하기엔 적당한 인원수였습니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하지만 본격적으로 육성한 인원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케어를 할 실장, 로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영섭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인원 좀 충당해 주십시오. 이대로는 안 됩니다.”
“흐음.”
툭, 툭.
장수일이 검지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맞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면 인원이 부족한 게. 나라고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거든.”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이재선 이사가 말했다.
“일단 4팀 덩치를 줄이는 건 어떨까요.”
“덩치를 줄이자?”
“타 팀으로 이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배우들부터 넘기는 거죠.”
“그거야 원래 4팀을 만든 목적이 그거니까. 그러면 되긴 하다만, 그럴만한 인원이 있나?”
매니지먼트 사업부의 산하 팀 구성은 이렇다.
중견 배우 전문 담당, 1팀.
남자 배우 전문 담담, 2팀.
여자 배우 전문 담당, 3팀.
충분히 목적성과 시장의 수요에 따라 맞춰진 팀 편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신인 배우 담당으로 4팀을 편성했다.
이유는?
기존의 방식대로 분류한 팀에서 신인배우들을 개별적으로 케어하기엔 너무 품이 많이 들어가고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TF팀인 셈.
“신효주는 확실하게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합니다.”
“신효주라.”
영섭이 첨언했다.
“고정으로 들어간 예능에서 활약도가 제법 높습니다. 다른 곳에서 섭외 연락도 많이 오고 있고요.”
“그래서 4팀장의 판단은?”
“3팀으로 보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렇듯, 4팀에서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케어해서 걸음마는 뗐다 판단이 되면, 2팀이나 3팀으로 이전해 좀 더 집중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좋아. 신효주는 그럼 3팀으로 보내는 걸로 하지.”
“알겠습니다.”
“다른 인원은?”
“신효주를 제외하면 민지웅이 그나마 제일 낫습니다만,”
“다만?”
“아직 애매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말에 장수일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4팀장이 그리 말했다면, 맞는 거겠지. 그래도 지금 팀에 부하가 이는 상항이니까 조금 빠르다 싶어도 2팀으로 넘기는 걸로 하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력 충원 말이야…….”
그때, 김강길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그 건에 대해서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오호, 뭔데?”
장수일 대표가 이채를 띠었다.
시선이 김강길에게 집중되었다.
“원래…….”
***
3층.
공용 회의실.
강미진과 김현태 실장, 그리고 정우가 앉아 있었다.
강미진은 반쯤 골이 난 상태였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대표님 주관 회의가 길어지시나 본데요.”
현태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오라고 했으면 시간은 지켜야 할 것 아냐, 짜증나게.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
“알죠, 누나가 약속 시간 안 지키는 거 싫어하는 건.”
“자기 시간만 소중한 줄 알아?”
“바쁜 일이라도 있으세요?”
정우가 슬쩍 물었다.
강미진이 코웃음을 쳤다.
“흥, 왜 이래? 노땅, 나 강미진이야.”
“그걸 모릅니까. 어차피 오늘 회사 들어온다고 약속 잡아두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
살짝 놀란 강미진이 물었다.
정우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왜 모릅니까. 제가 강 배우님, 매니전데.”
“아니, 어떻게 알았냐니까?”
“다 수가 있습니다.”
모르는 게 이상했다.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화신과도 같은 사람이 바로 강미진이다.
그런 사람이 약속이 있어서 나갈 일이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풀 세팅으로 집을 나설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꾸몄다고 할 수는 없을 옷차림.’
절대 어딘가 약속이 있는 행색이 아닌 거다.
정우는 이 사실에 대해 말하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집에 가서 치킨, 족발, 보쌈, 피자 뭘 시켜먹을까.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무…슨!”
강미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정우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무슨 술을 곁들일까. 소주? 캔맥주? 아니면 소맥을 말까? 그 생각까지 하셨나요?”
“아니거든!”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들키고 말았으니까.
“작품 끝났으니 먹고 싶었던 거 먹는 건 좋은데, 광고도 좀 생각해 주세요. 오늘 팀장님이 미팅 주선하신 이유도 아마 광고 계약 건 때문인 거 같은데 말이죠. 광고 스케줄 잡힐 텐데 그때 가서 치킨 안 먹을 걸, 족발보쌈 왜 먹었지. 후회하지 마시구요.”
“잘났다, 정말.”
강미진이 으르렁거렸다.
이에 정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후보정으로 옆구리 살 깎아 내는 것보단, 조금 고통스러워도 참는 게 낫지 않을까요?”
“꺄악! 미쳤어!”
“저는 다 강 배우님을 위해서 하는 말인…….”
“입, 입입! 그 입 좀!”
찌릿찌릿.
분개한 강미진이 씩씩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