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매니저는 성지순례중 2권
Standy 현대 판타지 소설
1장. 드라마 <별이 잠든 호수>
“이번 주, <별이 잠든 호수> 봤어?”
“꺄아, 당연하지. 우리 호수 너무 존잘.”
“호수 같은 그 눈망울에 빠져버릴 것만 같아.”
“지랄들 하네. 아주 그냥 지랄이 풍년이야, 풍년.”
“야! 임윤지!”
“왜, 뭐!”
친구들과 함께 학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임윤지는 꼴값 떠는 두 친구 녀석들을 보면서 가히 당당하게 말했다.
“너도 <별이 잠든 호수> 보라니까.”
“맞아. 꿀잼이라니까.”
“꿀잼은 무슨, 니네 한주언 얼굴 보려고 보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야!”
탁, 언성을 높이며 젓가락을 내려놓는 친구.
“물론 그건 맞지.”
태연하게 숟가락으로 바꿔 쥐며 말했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너한테 보란 말도 안 하지.”
“그건 맞아. 드라마 재밌어. 너도 보라니까?”
“안 봐, 그런 거.”
임윤지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드라마, 영화 같은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씨, 그리고 저번에 니네들이 이야기 하던 거 보고 충격을 이겨낼 수가 없어. 알아?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고.”
“뭐? 아 <이야기 포차>? 그건 그냥 남돌 떼거지로 나오는 드라마라서 비주얼용이었는데, 헤헤.”
“하긴, 이제 드라마 시작하는 비기너한테 그걸 추천했던 건 좀 심하긴 했지?”
“그건 우리같이 항마력이 극강인 고수들한테도 힘들긴 했으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근데 이번엔 달라.”
“안 믿어.”
“진짜 <별이 잠든 호수> 보라니까? 정말 재밌어.”
“안 속아.”
“진짠데.”
“날 끌어들일 생각이라면 그만 포기해.”
단호박에 단호박.
친구들은 임윤지에게 드라마를 영업하던 걸 포기하고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렸다.
철벽 치는데 성공한 임윤지.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톡이 왔다.
-[공지] 내일 아동발달의 이해 공강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
“내일 교양 공강이라고?”
임윤지가 반색했다.
“아싸!”
집으로 돌아온 임윤지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었다.
딱히 뭔가를 보겠단 목적성은 결여된 터치였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중,
“어? 이거 그거잖아.”
오늘 점심,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드라마가 보였다.
“<별이 잠든 호수> 맞네. 조금만 봐볼까.”
평소 같았으면 가차 없이 채널을 돌렸을 터이나, 친구들의 수다가 머릿속에 남아있기도 했고.
내일 1, 2교시 수업이 공강됨으로써 심적인 여유를 선사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임윤지는 소파에 반쯤 기댄 채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
“한별아, 두별아.”
“응?”
“응, 엄마.”
“저기 놀고 있는 친구들 보이지?”
“응!”
“응, 엄마.”
“저기 가서 잠시 놀고 있을래? 엄마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알겠어!”
“가자, 한별 언니.”
신이 나 달려가는 두 여아.
그 뒤로, 눈물짓는 자매의 엄마.
“미안하다. 한별아, 두별아. 엄말 용서하지 말거라.”
그렇게 두 아이는 버려졌다.
데리러 오겠다던 엄마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별과 두별은 고아원에서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같이 나가서 놀자.”
한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내 이름은 박호수야. 너희 이름은 뭐야?”
해맑게 웃으며 손을 건네는 호수.
문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그 아이의 미소를 더 밝게 반짝이도록 했다.
“계곡에 물고기 잡으러 가자!”
“물고기?”
“응!”
“좋아!”
셋은 금방 친해졌다.
한별과 호수가 동갑이었던 것도 있었고, 마음도 유독 잘 맞았기도 했다.
어딜 가나 셋은 한 몸처럼 어울려 다녔다.
시간은 금방 갔다.
특히, 어린아이의 시간은 금방 흘러가는 법.
한 자리 수이던 그들의 나이는 금방 두 자리 수가 되었고, 그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두별아, 있잖아.”
“응, 호수 오빠. 왜?”
“나 네가 좋아.”
“응? 나도 오빠 좋아. 헤헤.”
그리고 그건 이성에 눈을 뜨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니, 그거 말고. 네가… 여자로 좋다는 말이야.”
“으, 응?”
“널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막, 콩닥콩닥 뛰어.”
덥석. 두별의 손을 붙잡은 호수가 제 가슴에 올렸다.
두근두근.
갑작스런 호수의 돌발행동에 두별의 뺨이 발그레 물들어갔다.
두근두근.
그 소리가 호수의 가슴에서 나는 소린지, 제 가슴에서 나는 소린지 두별은 알 수가 없었다.
어리지만 감정에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호수와 두별의 풋풋한 사랑은 절로 미소를 일게 했다.
“어, 언니 어떡해?”
“왜 그러는데.”
“있잖아, 호수 오빠가…….”
한껏 상기된 두별.
호수와 있었던 이야기를 한별에게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그…래?”
“응응, 그래서 언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한껏 신이 난, 두별은 한별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미약한 일그러짐이었기 때문.
그것 또한, 금세 사라졌다.
한별은 밝게 웃으며 두별에게 말했다.
“네 마음이 어떤데? 호수가 싫어?”
“아니.”
“그럼 좋아?”
“…응.”
“그럼 사귀자고 해.”
“그, 그럴까?”
“뭐가 문젠데?”
한별의 조언대로 두별은 호수의 고백을 수락했고, 두 사람은 커플이 되었다.
그렇다고 셋의 관계가 크게 변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셋은 고아원의 단짝이었으니까.
“오늘은 개울 너머에 놀러가지 않을래? 거기 동백꽃이 끝내주게 핀 곳이 있대!”
“그래. 호수야.”
“응, 호수 오빠!”
“가자, 두별아.”
“응응!”
다만, 호수의 우선순위가 조금은 변했을 뿐.
그 둘 사이에서 한별이 드문드문 느끼는 외로움은 커져가고 있었다.
“아, 미안해. 꽃이 폈을 줄 알았어.”
“오빠, 미안해하지 마요.”
“그래, 며칠 뒤에 다시 오면 되지.”
조금 시간이 흘러갔다.
아쉬움인줄 알았던 그 헛헛함은 사실, 섭섭함이었다.
한별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이 호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그 마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