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2권
서경 신무협 소설
1장. 작별 (2)
내가 멈칫한 그 짧은 시간.
휘리릭. 콰악. 휘리리릭. 꽈아아-악.
검고 흰 두 놈이 내 몸을 칭칭 감아 버렸다.
아찔했다. 숨이 막혔다.
동시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왜 나만 이렇게 일이 자꾸 꼬이는 거야-아?!’
주인공 황자성 놈은 이런 일 하나도 없이 기연이 잘만 풀렸으면서 내게는 대체 왜 이러는데?
놈들이 나를 조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트드득. 투드득.
전신의 뼈란 뼈는 하나도 남김없이 비틀렸다. 몸살 앓는 소리를 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두 손까지 놈들에게 사이좋게 하나씩 감겨 버린 터라 놈들을 공격할 수단까지 막힌 거다.
마음이 급해졌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것저것 가능성 있는 모든 방법을 떠올렸다.
장법을 응용해서 손바닥에 내공을 모아야 하나?
아니면 권법을 응용해?
그것도 아니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콰드득.
갈비뼈 몇 대가 힘없이 부러졌다. 아찔한 고통에 정신이 번쩍 났다.
이제 진짜 시간이 없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나는 이대로 전신의 뼈가 으스러진 채 놈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크으으- 응?”
고통을 이겨내느라 뜬 실눈에 뭔가가 보였다. 
상처.
놈들이 서로의 목을 물어뜯고 흔들었을 때 생겨났을 것이 분명한 상처였다.
‘저거다.’
앞 뒤 가릴 게 없었다.
와-앙. 콱.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목을 움직여 흰둥이 녀석의 뒤통수에 난 상처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니들만 무냐? 나도 문다.’
으적으적.
패왕도로도 벨 수 없던 껍질과는 달리 속살은 질겼지만 제법 씹을 만했다.
녀석들 송곳니가 만들어낸 상처 크기가 내 얼굴만 해서 제법 깊은 곳을 물어뜯을 수 있었던 거다.
흰둥이의 피가 입안에 가득 흘러들었다.
꿀꺽꿀꺽.
그대로 삼켜 버렸다.
어찌나 차가운지. 얼얼하다. 뱃속이 얼음물이라도 들이켠 듯 으슬으슬하다. 후끈 올라오던 오행화령신과의 열기가 반감될 정도였다.
“키에에-엑.”
흰둥이가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쏟아냈다.
설마하니 내가 뒤통수에 머리를 박고 물어뜯으며 피를 빨아 마실 줄은 놈도 예상 못한 모양이다.
우드득. 콰득.
그때 내 왼쪽 팔과 다리가 부러졌다.
“컥.”
비명 쏟아내느라 결국 흰둥이의 뒤통수에서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내 공격에 흰둥이가 팔을 풀었다는 것.
나는 자유로워진 손을 칼날처럼 수도로 변형한 후 흰둥이의 뒤통수에 박아 넣었다.
퍼억.
역시 속살은 무르다.
팔꿈치까지 쑥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나는 흰둥이의 뒤통수 안쪽을 마구 휘저어 버렸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이젠 네 차례다.”
이번에는 변함없는 힘으로 나를 조이는 검은 놈의 뒤통수에 고개를 처박았다. 흰둥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살점을 물어뜯었다. 피를 마셨다.
으적으적. 꿀꺽꿀꺽.
흰둥이 피는 냉기가 강했는데 검은 놈의 피는 강렬했다.
마치 고량주를 깡으로 들이켠 느낌이랄까?
식도부터 내장까지 전부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캬아아-학!”
검은 놈이 비명을 질렀다. 도리질을 쳤다.
그래. 너도 아파야지.
‘맛이 어때?’
내 뼈를 부러뜨렸으니 네놈은 목숨 정도 내놓아야만 공평한 거 아니겠어?
목이 녹아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나는 끈질기게 놈의 살을 씹어 삼키고 피를 마셨다.
스르르.
나를 옭죄던 놈의 몸통에서 힘이 풀려 나갔다.
결국 나머지 부러진 왼쪽 손도 자유를 되찾았다.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그 손 역시 수도처럼 날카롭게 세웠다. 부러진 뼈 때문에 머리칼이 쭈뼛 곤두설 만큼의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
“으아아.”
투둑. 투드득.
이를 악물고 대충 맞추었다.
그런 후 내공을 주입했다. 놈의 뒤통수에 깊고 길게 찔러 넣었다.
푸-욱.
“캬아아-학.”
비명을 지르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마구 헤집었다. 이곳저곳 쑤셨다.
쿵. 콰앙. 쿵. 쿵. 쿵. 터엉.
놈들이 몸부림쳤다.
그때마다 내 몸도 따라 휘청거렸다.
부러진 팔과 다리, 그리고 갈비뼈 쪽에서 아찔한 고통이 치솟았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지독한 고통.
제발 그만 아프게 해달라며 육체가 호소했지만 이를 악물고 무시했다.
빌어먹을 자식들.
이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마. 네놈들도 당해 봐.
“으아아-아.”
비명 대신 악을 썼다. 양손을 계속해서 휘저었다.
손에 걸리는 모든 걸 잡아 뜯었다.
살점, 핏줄, 신경 등등 하나라도 없어지면 치명적일 게 분명한 무엇인가가 내 손에 뜯겨졌다.
푸우웃.
분수처럼 피가 뿜어졌다. 내 몸을 적셨다.
화끈하고 얼얼하다.
놈들의 핏속에 들어 있던 지독한 무엇인가가 피부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놈들 내부를 조금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애를 썼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꿈틀꿈틀.
이제 두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버둥대기만 했다.
‘응? 이건 또 뭐야?’
그 와중에 오른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호두알처럼 작은 알맹이.
퍼뜩. 부르르.
그걸 손에 쥐었을 때 흰둥이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 떨리는 걸 느꼈다.
‘이놈도 있을까?’
검은 놈의 뒤통수도 비슷한 곳을 뒤졌다.
후비적후비적.
있었다. 마찬가지 크기의 호두알이.
콱.
손에 쥐니 검은 놈 역시 흰둥이와 마찬가지로 반응했다. 펄쩍 한 번 뛰더니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이내 몸이 잠잠해졌다.
스르르. 스르르.
놈들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애처로운 눈빛이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는, 살려달라는 간절함이 눈빛에 오롯이 묻어났다.
‘오호. 뭔지는 몰라도 이게 깨나 중요한 것인가 보지?’
번득 뭔가 뇌리를 스쳤다.
‘이거 혹시?’
내단.
뭐 그런 건가? 정말?
반짝반짝.
놈들의 눈빛 공격이 더욱 더 간절해졌다.
그렇지만 내 손아귀에 든 것이 진짜 내단이 맞는다면 내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야. 어쩌면 오행화령신과를 복용해도 영주권을 따기에는 모자랄지 모른단 말이야.’
내공이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영웅전에 내가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영주권을 딸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미안하지만…….’
게다가 삼계탕 대하듯 날 삼키려던 놈들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해라.’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야만 하는 거다.
콰악!
손에 힘을 주었다.
“키아엑.”
“캬-학.”
놈들이 처절한 비명을 쏟아냈지만 그럴수록 나는 손에 더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