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환생! 게임 npc되다 2권
진홍 신무협 장편소설
1장. 남궁천 (2)
“팽칠, 너도 모르고 있었나?”
“예,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팽칠이 말했다.
팽칠의 표정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는데, 혼자 짐을 짊어지려 했던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 녀석에게 망나니라 했던 것들이 미안해질 지경이구만.’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나 혼자 멋대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공자님, 이제 어디로 향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러게……. 어디로 가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내가 다음에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개방? 아니야, 내가 개방으로 향하는 것을 남궁백의 측근이 알아차리는 순간 더 위험해진다. 그러니 개방은 최후의 보루.’
지금 나는 남궁백에게 대항할 힘이 없었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음모를 파헤쳐야 했다.
그러므로 개방은 위험했다.
내가 개방으로 향할 이유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아직 내가 실체를 모른다고 생각할 거다. 따라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거다.’
최근에 딱히 그의 눈 밖에 날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 천천히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시간은 많아. 남궁백이 언제 나를 치려고 들지 모르겠다만, 녀석은 현재 내가 기억을 잃었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이 정말 위험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곳 화천루에 남궁백 역시 들락날락했다는 사실을 이때는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
“단종.”
“예, 주군.”
“일월문 측 첩자에게서 연락이 당도했다. 들개들이 움직였다고 하는군.”
“예, 그럼 바로 이청백과 비학조에게 명령을 하달하겠습니다.”
“좋군, 좋아.”
뚜둑.
남궁백이 자신의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나직이 미소 지었다.
그는 자신들의 산하로 들어오길 끝끝내 거부하는 일월문을 좋게 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그들을 복속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망할 대로 망해버린 일월문이라고 해도 아직 안휘에 명성이 남아있었다.
주(朱)씨 가문의 직속혈통인 그들은 안휘에서 뿌리를 내린 지 오래였다.
세력이 약화되었다고 한들 그 뿌리는 남아있는 상황.
오래전, 그들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으나 남궁천에 의해 모두 수포로 돌아갔었다.
그 이후로 이를 갈고 있던 남궁백은 드디어 수년 만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곧바로 일월문을 제거하고자 했다.
“남궁천…… 우리 사이가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지.”
남궁백은 수년 전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7년 전.
“이랴!”
“이럇!”
이제 막 청년이 된 듯한 사내와 아직 앳돼 보이는 나이의 소년이 말을 타고 거침없이 평야를 누볐다.
“남궁천! 여기다!”
“네, 형님!”
피슝!
남궁백의 외침에 남궁천이 아직은 서투른 자세로 날짐승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툭!
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땅바닥에 박혔고, 이에 어린 남궁천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형님, 저는 아직 부족한가 봅니다.”
남궁백은 그런 남궁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위로했다.
“아니다. 너도 곧 잘할 수 있을 게다.”
“그나저나 형님은 참 대단하십니다. 제 나이 때 이미 아버지와 합을 겨루셨다고요.”
“하하, 아버지께서 봐주신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도 저도 형님처럼 강해지고 싶습니다. 주위에서 항상 저를 두고 뭐라 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남궁천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남궁백은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곤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천아.”
“예, 형님.”
“너는 특별한 기운을 타고 태어났단다.”
“특별한… 기운이요? 그게 뭐죠? 어떤 기운이에요?”
남궁천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무술에 재능이 없던 자신에게 특별한 기운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남궁백은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게다. 그전에 천이 너는 내가 닦아 놓은 길을 걸을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니 주위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네가 할 일을 하거라.”
“예, 형님!”
“그럼 가자꾸나.”
“예!”
“이랴!”
“이럇!”
“남궁백님, 무엇을 그리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아, 단종. 왔느냐.”
사색에 빠져있던 남궁백이 방해받았다는 듯 살짝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표정을 풀고는 단종을 향해 말했다.
“그저 옛 생각이 났다.”
“옛 생각이요?”
“그래.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래, 아련하기 짝이 없는 옛정이라 말하면 되겠군.”
“그러시군요.”
단종이 슬며시 미소 짓자 남궁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가 웃겨 그러느냐?”
“공자님께 그런 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시지 않았습니까?”
단종의 말은 반 이상은 진심이었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때로는 가장 가까운 혈육도 버릴 수 있는 인물이 남궁백이었다.
그런 남궁백이 사사로운 정을 생각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버릴 때도 됐지.”
“예?”
“아니다. 그건 그렇고…… 네놈도 준비는 됐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럼 시작하지. 지금 당장, 일월문을 쳐라.”
“예, 공자님!”
단종이 밖으로 나가자 홀로 남은 남궁백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제 사사로운 정은 끝이다. 남궁천.”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했다.
***
“내게 답이 있다라…….”
화천루를 떠나기 직전 들었던 화양의 말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녀에게 남궁세가가 꾸미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매우 추상적인 것에 불과했다.
「공자님께서 이미 답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내게 답이 있을 거라니.
남궁세가의 수장인 남궁연과 차기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남궁백이 나를 경계하고 있는데, 어찌 내가 답을 안단 말인가?
그때 내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왔다.
「조건이 충족되어 돌발의뢰가 발생합니다.」
-모의
-당신은 화양에게서 남궁세가가 모의를 작당하고 있음을 들었다. 당신은 남궁세가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조건 : 남궁세가의 모의 조사 0 / 1
-보상 : 알 수 없음.
‘돌발의뢰라…… 확실히 어떤 모의가 있는 건 분명하다.’
돌발의뢰가 나오자마자 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의뢰가 나올 때마다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어.’
시스템은 이유 없이 의뢰를 주지 않는다. 게임에서도 이곳에서도 똑같았다.
‘문제는 어디서 그것을 조사하느냐 이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조사 의뢰는 시스템이 갈피를 잡아주지 않았다.
지도를 펼쳐 봐도 표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스템은 내가 스스로 그것을 찾길 바라고 있었다.
‘좋아, 나 역시 너무 쉬운 길은 바라지 않아.’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어디서 그것을 조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화양이 내게 한 말의 뜻은 뭘까.
‘분명 화양은 내게 답이 존재한다고 했어.’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마 내 주변에 뭔가 단서가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 주변부터 조사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곧바로 남궁세가의 사가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
“젠장……. 밤을 새워버렸어.”
사가의 곳곳을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밤만 샌 꼴이 되어버렸다.
‘요즘 제대로 자지도 못했는데…….’
최근 스탯 상승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무리해 운동한 것이 되돌아오는 듯했다.
그간 쌓인 피로가 누적되어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 안 되는…….”
눈이 스르르 감긴다.
눈앞이 흐려짐과 동시에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피로가 쌓였습니다. 강제로 휴식을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