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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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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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아나함
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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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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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오셨다고?”
베누에게 진찰받은 후,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루안나가 엘로이가 집에 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뒹굴거리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네. 지금 막 도착하셨대요.”
“이렇게 빨리? 좀 더 늦으실 줄 알았는데…….”
“아가씨가 아프시다는 소식 듣고 바로 달려오신 게 아닐까요?”
“지금 어디 계셔?”
“지금쯤이면 현관에 계실 것 같아요.”
“나 갔다 올게!”
후다닥 방을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뛰어 내려가느라 쿵쾅거리는 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마지막 층계로 향하며 방향을 꺾자 니키와 대화 중인 엘로이가 보였다.
“아빠!”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려 나를 본 그는 다소 헝클어진 행색이었지만 표정만큼은 환하게 웃었다.
“우리 딸 이제 다 컸네.”
“응! 나도 이제 성체래!”
엘로이에게 다가가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그는 날 평상시처럼 안아 올리려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커다란 손으로 머리만 토닥였다.
“축하한다, 리아나.”
“감사해요. 근데 아빠 일은 다 끝내고 온 거야?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는데.”
“네가 아프다길래 다 팽개치고 왔지.”
“그럼 일은?”
“루카스가 하고 있다.”
“저런. 불쌍한 루카스 오빠.”
맨날 아빠 대신 일하는 것 같네, 어째.
“후계자니 그 정도는 해야지.”
진심으로 그를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엘로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마치 그게 당연한 것처럼.
“그럼 아빠 다시 돌아가야 해?”
“아니. 루카스가 알아서 마무리하고 올 거다. 나머진 여기서 해도 돼.”
“그렇구나.”
역시 불쌍한 루카스 오빠.
힘내.
“베누한테 진찰은 받았고?
“아까 오전에 진찰받았는데 건강하대.”
“다행이군.”
“자, 그럼 이제 얼굴 봤으니 리아나는 다시 올라가. 아버지는 나랑 할 얘기가 있으셔.”
어느 정도 안부를 주고받자 니키가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인데? 나는 끼면 안 돼?”
“일 얘기겠지.”
“맞아요. 아버지가 북동쪽으로 가신 날 밤에 광장이 폭발했어요.”
“아까 달려오면서 보니 엉망이던데 그래서였군.”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수로 조각을 가져와서 맞춰 봤는데 일정한 문양이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거 나도 같이 맞췄어!”
“그랬어? 잘했군.”
엘로이는 한 번 더 내 머리를 토닥였다. 그의 표정은 마치 내가 세계라도 구한 것처럼 엄청나게 대견해하는 것 같았다.
“뒷얘기는 방에 가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리아나는 쉬어.”
니키는 웃으며 말했지만 단호했다.
또, 또 나만 빼놓지.
“왜? 나도 조각 같이 맞췄는데 얘기 들으면 안 돼?”
“나은 지 얼마 안 됐으니 좀 더 쉬어. 나중에 말해 줄게.”
“치. 나도 알고 싶은데!”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니키는 여전히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나중에.”
“알았어. 어차피 가는 길은 같으니까 올라가는 건 같이 가.”
“그래.”
우리 셋은 나란히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서 헤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싶었지만 어차피 다 들통날 것 같아서 얌전히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그런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 * *
엘로이가 책상 앞에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리아나까지 보낸 거지?”
“이거 하급 폭발 마법 문양 아닌가요?”
니키는 수로 조각에 그려져 있던 문양을 따라 그린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 보였다.
“맞는 것 같군. 안 그래도 광산이 폭발한 것도 하급 폭발 마법 때문이라고 추측 중이었다. 아직 조사 중이라 루카스가 와 봐야 알겠지만. 이걸 보니 아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엘로이가 종이를 유심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같은 놈 짓일 확률이 높겠군요.”
“한 놈인지 여러 놈이 합작한 건지는 모르지. 한 명이라도 잡혀서 불게 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근래 동부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그놈들 짓일 확률이 높아.”
“동부가 왜요?”
“안 그래도 얼마 안 되는 마법 좀 쓴다 하는 애들이 전부 동부로 이동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해리 이데라크가 동부와 접촉했다는 말도.”
“그럼 설마…….”
니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슬슬 때가 됐다는 거겠지.”
“진짜 전쟁이라도 할 모양인 거군요. 제레미가 동부를 주시하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보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현재 동부와 남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아마 조만간 전면전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거다.”
엘로이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차분하게 말하자 니키가 의문을 표했다.
“동부까지 가세했다면 우리 힘만으로 될까요?”
“남부야 원래 망해 가고 있었으니 그동안 준비를 했다고 해도 우리한텐 안 될 거다. 하지만 동부가 도와줬다면……. 아마 우리 힘만으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군.”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고양이 놈한테 빚을 돌려받을 때가 된 것 같군.”
“빚이요?”
“벨릭스.”
엘로이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여전히 생각하기도 싫은 놈을 떠올리는 것처럼.
“아, 그렇군요. 일전에 리아나를 납치해 간 후로 아무것도 받아 내지 않고 돌아왔죠?”
“그래. 이제 그 대가를 받아 낼 때가 됐지.”
“그때 아무것도 안 받길 잘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땐 왜 그러시나 했었는데. 아버지는 여기까지 다 계획하신 거예요?”
“글쎄. 일단 그 전에 광장 수로 보수공사부터 서둘러야겠군. 각 가문에 협조 요청 서신을 보내고 대금을 받아 와라.”
“네.”
할 일을 지시받은 니키가 방을 나갔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테지. 전면전이 일어나기 전에 성체가 돼서 다행인가.’
엘로이는 곧 일어날 전쟁에 대비할 계획을 세우면서도 그의 막내딸을 생각했다. 모든 일이 리아나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도 여전히 그녀를 위하는 마음뿐인 아버지였다.
* * *
“나도 알고 싶은데 맨날 자기들끼리 심각해. 치!”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몸을 묻으며 투덜거렸다.
성체가 되면 뭐 해.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렇게 성체가 되고 싶었건만 달라진 건 엘로이가 전보다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 같다는 정도뿐이었다.
나도 이제 어른인데! 나만 쏙 빼놓고!
흥흥!
여전히 입을 삐죽이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허락하자마자 문이 열리고 오벨리아가 케이트, 루안나와 함께 방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리아나 아가씨. 또 성장하셨다길래 옷 맞춰 드리러 왔어요. 성체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오벨리아가 우아하고 예의 있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오벨리아 님.”
그새 케이트랑 루안나가 연락했나 보네.
“그럼 이제 옷을 맞춰 볼까요? 이번 성장은 키가 그렇게 많이 크시진 않았네요.”
그녀가 줄자로 치수를 재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네. 저는 더 크고 싶었는데…….”
저절로 죽상이 됐다.
난 진짜 롱다리 미인이 되고 싶었다고.
적어도 지금보다 십 센티미터는 더 크고 싶었단 말이야.
오벨리아가 시무룩한 내 표정을 봤는지 웃으며 칭찬했다.
“아가씨는 성체가 돼서도 여전히 예쁘시네요. 어릴 때도 무척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아직 오벨리아가 내 사이즈를 재고 있었기 때문에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참, 이제 성체도 되셨으니 괜찮으시면 남자 소개해 드릴까요?”
“네? 남자요?”
뜬금없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갑자기 웬 남자?
“네. 제 조카인데 리아나 아가씨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자리 마련해 볼게요.”
“전 괜찮은데에…….”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리자 옆에서 케이트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어머, 오벨리아 님 조카가 누구예요?”
“찰스 피어예요. 저희 언니의 아들인데 작년에 성체화했죠.”
“찰스 피어라면 잘생기기로 유명한 분 아닌가요?”
이젠 루안나까지 합세해서 떠들었다.
아니, 저기요.
소개받고 말고는 제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