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인 남자들의 청혼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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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인 남자들의 청혼
6
수이나
나를 죽인 남자들의 청혼 6권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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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인 남자들의 청혼 6권
028
“크읏!!!”
섬광처럼 튀어 오른 아이린이 엘레나의 앞을 막고 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검을 뽑아낸 아이린이 공작의 검을 그대로 받아내며 무릎을 푹 꺾었다. 무지막지한 무게로 내리꽂힌 검격이 아이린의 전신에 태산처럼 쏟아졌다.
“흐……아아앗!!!”
간신히 무게중심을 흘리는 데 성공한 아이린이 검을 잡은 팔을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가 있는 힘껏 위로 쳐냈다.
순간 공작의 검이 위로 휙 호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고, 그의 몸통이 완전히 노출되었다. 평소의 공작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실수였다.
그리고 엘레나는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앗!”
재빠르게 도약한 엘레나가 훌쩍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재빨리 비어 버린 공작의 몸통을 확 끌어안은 그녀가 그대로 몸을 옆으로 굴렸다.
두 사람이 하나로 뒤엉킨 채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삽시간에 주인을 잃은 말이 당황했는지 히이잉!! 거센 울음을 토하며 앞발을 높게 치켜들었다.
“안 돼!!”
옆에 섰던 부관이 재빨리 몸을 숙여 말의 고삐를 잡았다. 억지로 몸의 방향이 틀어진 말의 두 다리가 엘레나와 공작이 떨어진 곳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두 사람이 그 밑에 깔릴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흐읏!!”
바닥에서 반 바퀴를 구른 엘레나가 재빨리 공작의 몸을 바닥에 내리누르고 그 위에 올라탔다.
무릎으로 검을 쥔 팔을 콱 눌러 제압한 그녀가 망설임 없이 공작의 머리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한 번에 엄청난 양의 생명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하얀빛이 공작의 머리로 쏟아져 들어가는 순간, 까만 연기가 마치 빛에서 달아나듯 뭉게뭉게 피어나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괴물 같은 소리로 공작이 포효하자 말에서 내려와 엘레나를 제지하려던 부관이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가, 각하?”
“가까이 오지 말아요!! 저주입니다!!”
그제야 그의 눈에도 공작의 머리에서 피어오르는 까만 연기가 보인 듯했다.
황제를 알현하고 나온 후 주군의 상태가 영 이상했기에 안 그래도 꺼림칙하던 차였다. 언제나 절도 있고 품위 있던 공작은 내내 넋이 나간 채 말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게 꼭 뭐에 씌기라도 한 사람 같았다.
먼 길을 달려왔으니 하루 정도는 황도에서 머물며 여독을 풀고 출발하자는 그의 말에도 공작은 막무가내로 곧장 귀향길에 올랐다. 평소라면 기사들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 먼저 휴식을 제안했을 공작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저주라니. 그 말을 듣고 보니 황도에서부터 내내 이상하던 주군의 상태가 비로소 이해되었다.
게다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른 이도 아닌 세르베니아의 공녀였다.
황도에서 멀고 먼 스키드블라드니르 성에 사는 그도 세르베니아의 공녀가 여신의 선택을 받은 성녀라는 소문 정도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차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것을 넘어 두 눈으로 성녀의 힘을 확인한 부관이 털썩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저절로 입술이 열리며 기도문이 흘러나왔다.
부관이 엘레나를 제지하지 않자, 다른 기사들도 다가오던 것을 멈추고 엘레나의 손 아래서 몸부림치는 공작을 경악에 가득 찬 눈으로 지켜보았다.
“눈을…… 떠요!!! 각하!!!”
엘레나의 외침과 함께 밝은 빛이 한 번 더 확 터져 나왔다.
섬광처럼 강렬한 그 빛을 끝으로, 공작의 몸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던 마지막 한 줄기의 검은 연기마저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하아…….”
완전히 저항을 멈춘 채 정신을 잃은 공작의 코 밑에 귀를 가져다 댄 엘레나가 신중하게 그의 호흡을 체크했다. 안정적인 호흡을 확인한 그녀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저주의 뿌리가 깊어 꽤 과격하게 힘을 써야만 했었다.
아무리 생명력이라고는 해도, 수디앗의 힘에 잠식당한 상태라면 어떤 공격보다 훨씬 더 치명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혹시라도 공작의 신체에까지 영향을 끼쳤을지 모를 일.
엘레나는 아주 신중하게 공작의 이마에 한쪽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은은한 빛이 안개처럼 새어 나왔다.
“으, 으윽…….”
그렇게 몇 초 지나지 않아, 공작이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다행히도 금방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았다.
“각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여기가, 어디…….”
천천히 실눈을 뜬 그가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낯선 풍경에 서둘러 몸을 일으키는 그를 부축한 엘레나가 신중하게 공작의 안색을 살폈다.
“엘레나 공녀? 공녀가 여기에 왜……?”
의아한 듯 말끝을 늘인 공작이 이내 깊은 잠을 떨쳐내려는 사람처럼 거칠게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을 둘러싼 기사들, 바닥에 주저앉은 자신, 그리고 옆을 지키고 있는 엘레나와 그 뒤에 선 아이린의 모습까지.
그 모든 광경을 하나하나 훑어보는 공작의 얼굴 위로 더 짙은 혼란이 떠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여기는 어디고…… 난 분명 황궁에서 폐하를 알현하고…….”
거기까지 말한 공작이 인상을 썼다. 어두운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한참을 머뭇대던 그가 엘레나를 마주 보았다. 조금 전과 달리 그의 붉은 눈동자는 맑게 개어 있었다.
“이상한 사제를 만났소. 눈을 마주친 순간, 그의 눈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 그게 마지막이었소. 그 후로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
“그가 공작께 주술을 건 듯합니다. 공작에게서 의지를 빼앗고, 꼭두각시처럼 부리기 위해서요.”
“뭐?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주술이라니. 대체 어떻게……?”
혼란스러워하는 공작을 엘레나는 우선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흐트러진 의관을 바로 할 생각도 없이 여전히 재촉하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을 향해 엘레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악신 수디앗의 힘을 빌린 주술입니다. 그 사제는 아시타 여신의 사제가 아닌, 악신 수디앗의 재림을 꾀하는 자입니다.”
“뭐, 뭐라?!”
공작이 눈을 부릅뜨고 경악하자, 주변을 둘러싼 기사들까지 크게 동요하며 술렁거렸다. 기사들의 반응을 살핀 엘레나가 조용히 말했다.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우선은 조용한 곳으로 가시지요.”
기사들에게까지 모든 걸 다 알려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여기 있는 자들은 드라우프니르 공작의 최측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 요소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 뜻을 헤아린 것인지 공작이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이 기사들에게 잠시 거리를 두라 명한 후, 주변에 듣는 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엘레나가 천천히 입을 열어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모두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안나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배가 뚫려 피와 내장을 쏟아낸 병사의 몸이 인형처럼 허공을 갈랐다.
그가 바닥에 채 닿기도 전, 피범벅이 된 병사의 몸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삽시간에 까만 숯이 된 몸이 산산이 부서져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흩어졌다.
“……후우. 그래서, 요제프까지 놓쳤다?”
안나가 다른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휙 허공에 털었다. 붉은 핏방울이 안나 앞에 선 기사단장 베렌의 갑옷과 얼굴 위로 길쭉한 비산흔을 그렸다.
“송구합니다, 폐하. 저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비밀 통로가 있었습니다. 오늘 새벽, 엘레나 공녀가 파옥한 직후 그 통로를 통해 제 아비를 빼돌린 것 같습니다.”
황제의 접견실은 이미 피바다였다.
엘레나와 요제프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 그들에게 식사를 가져다준 하인들까지 모조리 불러 모아 하나하나 검으로 그 배를 가른 안나는 그들이 고통과 공포에 질려 실신한 후에야 그 몸 위에 불을 놓았다.
지옥보다도 더 지옥 같은 풍경에 천하의 베렌마저도 얼굴이 희게 질렸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온 기사단원의 뒤를 따라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후계 구도에서 밀려 가문에서 내쳐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유일한 사람이자 제 목숨을 바칠 주군. 맹목적인 충심으로 안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삶을 살아온 그였지만 최근 들어 점점 그 신념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따르던 황제는 적어도 인간이었다. 따뜻한 피와 살을 가진,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그런 인간.
그런데 최근 안나의 행보는……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하고 비이성적이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주군은, 기어코 선을 넘었다.
눈앞에 펼쳐진 생지옥을 애써 외면하며, 베렌이 차분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자 안나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피범벅이 된 제 얼굴을 슥 훑었다.
그러고는 피로 흥건하게 젖은 제 손가락을 쪽, 빨아먹었다. 악귀처럼 섬뜩한 미소를 지은 채, 너무도 맛있다는 듯이.
“폐, 폐하.”
인간 같지 않은 모습에 베렌이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혀끝에 도는 피 맛을 음미하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코로 크게 숨을 들이켠 안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흐히힛!”
평소 그녀답지 않은, 천박하고 발작적인 웃음이었다.
찌를 듯한 고음이 드높은 접견실 전체를 날카롭게 긁고 지났다. 그러더니 또 갑자기 작게 목을 가다듬은 안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베렌을 응시했다.
마치 뭐에 잠깐 씌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에 베렌의 등골을 타고 쭈뼛 소름이 돋아났다.
“로엠 성으로 갔을 것이다. 거기서 짐에게 칼을 겨눌 준비를 하겠지……. 건방진 것. 과거의 망령 주제에, 진작 죽어 없어졌어야 하는 썩어 빠진 핏줄이 바득바득 기어 나오다니. 안 되지, 안 돼.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다시 그 어두운 땅속으로 돌아갈 순 없어…….”
점점 알 수 없는 말들이 섞였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베렌은 자꾸만 떨려오는 두 주먹을 있는 힘껏 말아 쥐었다.
바닥에는 여전히 배가 열린 채 신음하는 이들 천지였다. 차라리 죽여 달라며 애원하는 이들 사이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안나가 그중 한 사람을 낚아챘다.
저 가녀린 팔로 건장한 사내를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침없이 들어 올리다니,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스키드블라드니르로 가라. 네 형이 나와 이 아스티아 황실에 위협이 되는 불온 문서를 가지고 있어. 다가오는 보름날 밤, 공작이 그 문서를 가지고 성 밖으로 나올 것이다. 너는 그것을 기다렸다가…….”
안나가 남자의 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남자가 눈을 희게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마치 연주라도 하듯 그 소리에 맞춰 배 속을 휘휘 휘젓던 안나가 시뻘건 내장을 한 움큼 쥐어 휙 끌어냈다.
“끄으윽…….”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은 남자의 몸 위로 어김없이 시퍼런 불꽃이 타올랐다.
“공작을 죽이고, 그 문서를 회수해 와.”
안나가 그 남자의 몸을 휙 뒤로 던지며 몸을 베렌에게로 돌렸다. 피 칠갑한 안나의 모습이 베렌의 망막에 화인처럼 새겨졌다.
친형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안나의 표정은 평온을 넘어서 무감해 보였다. 소름 끼친다는 표현을 넘어서, 본능의 아주 깊숙한 곳 어딘가를 건드리는 생리적 공포감이 엄습했다.
달아나. 죽을 거야.
본능이 비명을 질렀다. 베렌은 짧게 거친 숨을 뱉어냈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자신이 지금껏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명 받듭니다.”
삐걱대는 몸을 움직여 겨우 예를 갖춘 베렌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피 웅덩이에서 찰박대는 소리가 울렸다. 몇 번이고 주저앉으려는 두 다리를 겨우겨우 움직여 접견실을 나섰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의 비명이 울렸다. 지독한 피 냄새, 살과 뼈가 타는 냄새가 훅 끼쳐 왔다가 뚝 끊어졌다.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베렌의 몸이 크게 앞으로 기울었다.
“허억, 허억, 허억.”
목줄이 풀린 개처럼, 베렌은 앞뒤 잴 것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등 뒤의 괴물에게서 최대한 멀리멀리 달아나기 위해서.
* * *
엘레나와 아이린은 그대로 드라우프니르 공작의 일행과 합류해서 북으로 향했다.
이미 황도는 발칵 뒤집혔을 것이고, 세르베니아의 영지로 향하는 길목은 황제에게 장악되었을 것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로엠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도 그 길목을 회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쪽의 군사는 요제프와 가임에게 맡기고 엘레나와 아이린은 북쪽의 카엘과 합류하는 것이 더 안전할 거라는 게 드라우프니르 공작의 판단이었다.
두 사람은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공작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기사단의 빠른 이동 속도에도 두 사람은 능숙하게 따라붙었다. 처음에는 두 공녀의 합류에 어쩔 줄을 몰라 하던 기사들도 점차 두 사람에게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모셔야 하는 귀족 영애가 아닌 동료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일부러 숙영에 필요한 일들을 나서서 도왔다.
기사들과 함께 짐을 나르고, 불을 피우고, 천막을 펴고 접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은 기사단에 서서히 녹아들었다.
북으로 북으로 향하다 보니 해는 부쩍 짧아지고, 날은 추워졌다. 다른 기사에게 빌린 하얀 망토를 두른 엘레나가 노을빛을 받으며 드라우프니르 공작과 나란히 말을 몰았다.
꽤 빠른 속도임에도 뒤처지지 않고 쫓아오는 엘레나를 신기하다는 듯 몇 번 돌아본 공작이 과묵하던 입을 뗐다.
“말 타는 게 능숙하군.”
“네? 아…….”
엘레나의 얼굴에 겸연쩍은 미소가 떠올랐다. 공작은 아마도 예전의, 그러니까 회귀하기 전 모든 것에 폐쇄적이고 허약하다는 소문 속 엘레나만을 알고 있을 터였다.
“사정이 있어 그동안은 드러내지 못했지요.”
“공비의 이야기는 들었소. 많이…… 힘들었겠어.”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에 엘레나가 옅게 웃었다. 한없이 과묵한 데다 감정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무뚝뚝한 공작이었지만, 이럴 때 때때로 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다인이 가진 햇살 같은 다정함은 아니었지만, 그 세심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 자연스레 느껴지는 배려심이었다.
“……스스로를 억누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지.”
한참 후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엘레나가 시선을 돌렸다. 공작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소, 공녀. 공녀는 내 아들놈의 친우가 아니오. 공녀가 보기에…… 다인은 어떤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