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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10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끼이잇!”
“……!”
삭풍강뢰에 직격당한 라미아들은 어떠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몸 속 깊숙이 파고든 전류가 온몸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본래의 색을 잃고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자신의 육신을 그저 멍청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참경을 만들어 낸 유신운은 지면에 가볍게 착지해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전투태세를 다시금 갖추었다.
엄청난 기운을 쏟아 내는 요괴로 변한 아미의 무승들을 너무도 손쉽게 처치한 그를 바라보며.
‘……정말로 우리는 방해만 될 뿐이었군.’
‘그야말로 뇌신의 현현이로군.’
당가의 무인들은 그저 속으로 감탄만 할 뿐이었다.
격이 다른 소신의의 무위는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파즈즈!
장원에 휘몰아쳤던 번개의 파동이 어느새 잦아들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가 퍼지는 가운데.
라미아의 사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스승……님.”
상체와 하체가 반으로 쪼개진 라미아 하나가 마지막 힘을 다해 멸절사태의 발치까지 기어갔다.
처량하게 자신의 스승을 올려다보던 라미아는 곧이어 두 눈에서 빛을 잃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멸절사태의 눈동자에는 조그마한 연민의 감정도 없었다.
‘쓸모없는 놈들.’
퍼억!
멸절사태가 더러운 오물을 치우듯 라미아의 사체를 발로 멀리 걷어찼다.
오염된 마나에 타락할 대로 타락한 그녀에게는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자신의 제자들조차 그저 한낱 장기 말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탈출로를 막아라!”
“절대 도망가게 두어선 안 된다!”
당견의 외침에 당가의 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모든 아미의 무승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장원에 남은 적은 멸절사태 한 사람뿐이었다.
그들은 사지에 몰린 멸절사태가 도망칠 것으로 예상하고 그녀의 뒤를 막아섰다.
벌레 같은 놈들이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
멸절사태가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일대다의 상황은 벗어나야겠군.’
그때, 멸절사태가 품에서 알 수 없는 물건 하나 꺼내었다.
‘저건?’
그것을 확인한 유신운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녀의 손바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가 지난날 크라켄을 해치우고 얻었던 것과 같은 곡옥이었다.
다른 것은 색뿐, 모양이 완전히 똑같았다.
우우웅! 우웅!
아니나 다를까, 간이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자신의 곡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금오십천(金鰲十天). 고결 무상한 요천(姚天). 빈(斌)이시여, 제게 잠시 힘을 빌려 주십시오.”
그렇게 멸절사태가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림과 동시에.
우우웅!
촤아아!
곡옥에서 터져 나온 흉험하기 짝이 없는 섬광이 유신운을 덮쳤다.
“이건!”
“피하십……!”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놀라 소리쳤지만, 유신운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 빛줄기를 모두 받아들였다.
유신운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당가의 장원이었던 주변이 전혀 다른 환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를 바라보던 유신운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진법, ‘낙혼진(落魂陣)’의 공간으로 진입하였습니다.]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저하됩니다.]
[플레이어가 지닌 소환수 중 격이 맞지 않는 소환수는 소환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진법 내에서 소환수의 소환과 힘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유신운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곡옥에 누군가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이능이 숨겨져 있었다니. 그리고 분명히 금오십천이라고 했었지.’
멸절사태가 뇌까렸던 말에 담긴 단서를 되짚느라 머리를 바삐 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콰가가가!
드그그!
거친 진동음과 함께 유신운이 서 있던 자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온다!’
콰가가!
그그극!
곧이어 지면이 요동치더니 갑자기 땅속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고 거대한 암석이 치솟아 올랐다.
타닷!
휘익!
조금만 늦었더라도 유신운의 복부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생겨났을 테지만, 그는 발을 굴러 빠른 속도로 뒤로 물러났다.
콰가가가! 콰가가!
하지만 예의 송곳 암석은 유신운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계속해서 끈질기게 치솟았다.
‘분명히 평범한 어스 스파이크인데…… 이 정도로 스킬의 힘이 강력하게 상향되다니. 진법의 효능이 적의 힘은 낮추고 자신의 힘은 높이는 것인가 보군.’
비뢰신을 전력으로 전개한 유신운이 그렇게 자신을 가둔 진법을 파악하던 찰나.
쐐애액!
촤아아아!
파공성과 함께 무언가가 유신운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촤아아아! 파즈즈!
피해 낼 수 없는 사각을 노리고 날아왔기에, 유신운이 뇌기를 끌어 올린 삼첨도로 쳐 냈다.
그그그그!
콰가가가!
황색으로 빛나는 검환들이 삼첨도에 격렬히 저항했다.
“흡!”
유신운의 예상보다 삼첨도로 밀려 들어오는 기운이 컸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선가 삼첨도에 깃든 뇌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검환에 담긴 힘을 버티지 못하고 유신운의 신형이 치솟아 오른 암석 중 하나에 날아갔다.
쿠우웅! 콰아앙!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진 돌덩이들이 사방에 튀었다. 짙은 모래 먼지가 높게 피어올랐다.
처척.
그런 상황에서 멸절사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황색의 검환들이 그녀의 검날 위에서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가운데, 멸절사태가 목소리를 높였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거라! 이 모든 게 네놈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어디 한번 제대로 힘의 격차를 느껴 보거라!”
스아아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멸절사태의 전신에서 오염된 마나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끄륵! 끄르륵!
유신운이 처박혔던 땅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단한 암석지대가 순식간에 늪으로 변하고 있었다.
유신운과의 충돌로 부서진 돌덩이들이 늪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맹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 봐라!’
멸절사태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던 그때였다.
쐐애액!
서거걱!
“크악!”
소리 없이 날아든 창이 그녀에게 쇄도했다.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던 멸절사태는 다급히 몸을 틀었지만, 결국 창날 끝에 잘린 손가락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크윽! 이, 이 쳐 죽일 놈이!”
겨우 안전거리까지 도망을 친 멸절사태는 피가 솟구치는 자신의 손을 지혈하곤 늪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신의가 하반신이 독기 가득한 늪에 잠긴 상태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내공을 쓸 수 있는 거지? 늪의 극독에 중독된 상태일 터인데?’
맹독의 늪은 자신이 지닌 권능 중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당가의 가주인 당소정조차 절대 버티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니.
그녀의 의문이 계속되던 찰나, 유신운이 아무렇지도 않게 맹독의 늪을 성큼성큼 벗어났다.
‘저, 저대로 두어선 안 돼!’
당황한 멸절사태가 또 다른 권능을 발휘했다.
순간 오염된 마나가 그녀의 두 눈에 집중되었다. 두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물들었고 검은자위가 뱀의 그것처럼 세로로 변화하였다.
“크아악!”
이어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사람이 자신의 두 눈을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퉤, 어스 스파이크에 포이즌 스웜프. 그리고 그 엿 같은 뱀 눈깔을 보니 네놈이 누구의 힘을 쓰고 있는지 알겠군.”
“크아아악!”
정작 유신운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힘을 발휘한 멸절사태였다.
차라리 자신의 두 눈을 뽑고 싶은 듯, 발버둥 치는 멸절사태의 몰골을 비웃으며 유신운이 뇌까렸다.
“메듀사의 석주안(石呪眼)은 상대가 정신 방비가 되어 있으면 본인에게 오롯이 그 고통이 돌아가는데, 몰랐나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