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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9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이건?’
분노로 이성을 잃고 유신운에게 달려들던 야율곡은 갑자기 쏟아지는 찬란한 광채에 당황했다.
그대로 지켜보다간 눈이 멀 것 같은, 무섭도록 시린 빛줄기는 그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위험하다!’
“크윽!”
이성을 되찾은 그는 다급히 뇌려타곤의 수법을 발휘해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빛의 세례가 이미 그의 몸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덮친 이후였다.
‘됐나?’
흙투성이가 된 의복으로 몸을 일으킨 그는 황급히 주변을 확인했다.
‘……!’
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빛줄기가 닿은 주변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풀과 땅, 심지어 자신의 몸뚱이까지.
사방의 모든 것이 온통 피처럼 붉은빛으로 물든 것이다.
‘설마!’
하늘을 올려다본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허공조차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야율곡은 자신이 어느새 육면체의 결계 안에 갇힌 것을 깨달았다.
‘진법 안에서 또 다른 진법을 펼칠 수 있다고?’
그는 충격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날 계승교가 한 말이 있었다.
계승교는 진법에 사로잡힌 존재가 그 안에서 또 다른 진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상대 술자보다 몇 단계는 높은 경지에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마뇌는 이령주를 제외하면 교의 내부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놈이건만…… 이렇게 되면 저놈이 최소 령주님과 동급이라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기기괴괴하기 짝이 없는 이령주의 술법은 혈교의 교도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데 유신운 또한 동급의 실력자라 생각하니 다시 한번 소름이 돋은 것이다.
‘……아미타불.’
그는 자신을 장악하려는 공포심을 떨치려 파계승이 된 후 한 번도 왼 적 없던 불호를 속으로 되뇌었다.
스그극! 그극!
그러면서 다시금 은총의 힘을 끌어 올려 흑라의 공격으로 엉망이 된 외피를 회복시켰다.
그가 주변을 훑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붉게 변한 세상 탓에 유신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백운신룡! 어디에 있느냐!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거라!”
조금의 흔적도 찾지 못하자 야율곡이 목소리를 높였다.
“숨긴 누가 숨어?”
그때, 야율곡의 뒤편에서 유신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바밧! 파앗!
소리를 듣자마자 야율곡이 몸을 틀며 발을 굴렀다.
모든 힘을 폭발시키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그는 흐릿하게 잔상으로 보이는 유신운에게 주먹을 뻗었다.
야율곡의 주먹엔 오염된 마나가 용암처럼 들끓고 있었다.
콰아아! 콰아앙!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주먹 끝에 유신운의 뼈와 살점이 부서지는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다.
“……!”
그의 공격은 탄탄하게 세워진 결계의 벽면을 타격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결계의 벽은 아무런 손상이 없었다.
“쯔쯔, 솜 주먹이구먼.”
‘이, 이 개자식이!’
유신운이 웃으며 그를 조롱했다.
수치심에 야율곡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크아아아!”
촤아아아!
콰가가!
일단 결계를 뚫어 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 그는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콰가강! 콰강!
그러곤 쉼 없이 권격을 쏟아 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도.
‘왜, 왜! 안 깨지는 거야!’
유신운의 결계은 미동조차 없었다.
작은 균열조차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두 주먹이 피로 물들 뿐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툭, 투득.
느닷없이 결계 안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야율곡도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곧이어 다른 빗방울이 그의 몸에 떨어진 순간.
치이익! 치익!
“크아악!”
그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이변을 알아챘다.
야율곡이 급히 빗방울이 닿은 피부를 바라보자, 살점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서, 설마?’
순간, 그의 머릿속에 끔찍한 예측이 떠올랐다.
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치이익!
“끄아아아!”
또 다른 빗방울이 그의 눈을 녹이기 시작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참혹한 고통에 그가 손으로 눈을 감쌌다.
촤아아!
쏴아아!
그 순간,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지며 소나기가 시작되었다.
신음을 흘리며 야율곡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헛수고에 불과했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격상했다고 한들, 쏟아지는 빗방울을 피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결계를! 결계를 부셔야 해!’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치이이익! 치치칙!
그는 쏟아지는 소낙비를 무시하고 다시금 결계를 두들겼다.
이제는 속살과 뼈까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결계의 벽은 여전히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털썩.
결국 야율곡은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곤 결계 바깥에 선 유신운에게 빌 듯 말했다.
“……이런 최후는…… 싫다. 제발 내게…… 명예로운 죽음을…….”
그가 무인으로서 죽게 해 달라고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온 유신운의 대답은 싸늘했다.
“내가 왜?”
유신운은 일말의 연민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벌레보다 못한 네놈에게 어울리는 최후가 아니더냐.”
‘……아아.’
비소와 함께 이어진 그의 말에 야율곡의 두 눈동자에 절망만이 남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먹잇감을 소화한 신혈진이 서서히 사라졌다.
[몬스터, 무익룡 린드웜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드래곤 스케일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멸룡기사의 부가 효과가 발휘됩니다.]
[처치한 용족의 능력치 일부를 흡수합니다.]
[플레이어의 스텟이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융독겸이 새로운 독, 부패(腐敗)의 맹독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신운의 두 눈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계승교는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제 입술을 깨물었다.
“크아악!”
“끄어억!”
전장의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데 거의 대부분이 통천방 무인들의 것이었다.
백운세가의 무인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 주는 그들의 실력은 무림맹과 사파련의 정예 무사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았다.
‘영약과 비급을 뿌리기라도 한 것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그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해답일 줄은 죽을 때까지 모르리라.
“백운세가를 도와라!”
“장주님도 함께하신다!”